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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예쁘게 내려가고 싶다."
이날 이효리는 30대 여자 투숙객인 경화씨의 고민 상담에 응했다. 육아와 일, 경화씨의 고민에 이효리는 "상투적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란 말밖에 할수가 없다. 웃으면 복이 온다, 진짜로. 제주도에서든 서울에서든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이효리도 컴백을 앞두고 흔들리는 자신의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손님들이 여행을 떠난 뒤 기분좋은 휴식을 취하던 이효리의 선곡은 자우림의 '위로'였다. 뒤이은 아이유의 선곡은 김광석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효리네민박을 채운 짙은 감성이 모두의 마음을 적셨다. 제목 그대로 두 사람의 고민을 담은 노래들이었다.
이효리는 아이유와 함께 산책을 나서는 차 안에서 진지한 고민 상담을 했다. 이효리는 "이제 활동 시작해야하는데, 두려움이 확 몰려온다. 나는 심적으로 차와 요가, 이상순에게 의지한다. 돈도 벌만큼 벌었고, 그냥 톱스타의 이미지에서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수칠 때 떠나는 것보다 천천히 내려오는 게 더 힘들더라. 나이든 모습을 보이는 것, 후배들에게 밀리는 모습, 나올 때 마다 1위를 하다가 어느 순간 아니게 되는 걸 받아드릴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됐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그래도 내려갈 때 예쁘게 내려가고 싶다. 제일 멋있을 때 떠나면 좋을 텐데"라고 고백했다.
이에 아이유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은? 저도 그렇다. 언니는 그런 걱정 안할 줄 알았다"라고 폭풍 공감했다. 이어 "저는 매일 그런 걱정을 한다. 잘될 때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전 언제나 다음에는 안 될 거라는 걱정에 행복할 틈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효리는 "나랑 반대네. 난 그 순간을 즐겼었는데, 나는 여왕이야! 생각하고"라며 밝게 웃었다.
아이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다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이유는 "언니에게 차와 요가, 사장님이 있다면 전 일에 의지했다. 일에 몰두할 때는 몸은 힘들어도 평화로웠는데, 딱 앨범 나오는 날 무너지더라"면서 "바쁜게 끝나니까 쓸쓸했다. 그러는 중에 여기 왔다. 언니는 모르시죠? 제가 지금 이 생활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금이 너무 좋다. 하루하루가 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면서 웃었다.
이효리는 지난 1998년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이래 20년째 정상급 스타로 활약해왔다. 이 같은 인기는 가수 활동 외에 '해피투게더'-'상상플러스'-'슈퍼스타K'-'패밀리가떴다' 등 예능에서의 맹활약에 힘입은 바 컸다.
하지만 이효리도 어느덧 마흔을 앞뒀고, 연예계에서 떨어져 생활한지 오래다. 아이유 역시 2010년 '잔소리' 이후 스타덤에 오르면서 벌써 만 7년째 톱가수로 활동중이다. 두 사람에겐 14살의 나이와 시대적 차이를 뛰어넘은 공통의 고민거리가 있었다. 이효리와 아이유가 논하는 '내리막길', 그 진솔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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