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재꽃' '스틸 플라워' '재꽃'까지. '꽃 시리즈 3부작'은 제 인생 클래식, 고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빠 명호(박명훈)를 찾기 위해 열한 살 소녀 해별(장해금)이 한적한 마을을 찾아오고, 그런 해별이 마음에 쓰이는 하담(정하담)은 세상으로부터 해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을 담은 영화 '재꽃'(박석영 감독, 딥포커스 제작). 생존과 자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들꽃'(15) '스틸 플라워'(16)에 이어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 3부작' 마침표를 찍은 '재꽃'은 영화계에서 '한국예술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넓은 작품'이라는 평가 속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선정,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경쟁부문 대상에 선정되며 작지만 강한 웰메이드 예술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들꽃' '스틸 플라워' '재꽃'까지 3부작 연속 출연, 몽환적인 마스크와 신인답지 않은 수준급 연기력을 선보여 충무로 감독들에게 눈도장을 받은 배우 정하담(23)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정하담은 '재꽃'에서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어른으로 자라 자신보다 약한 것을 지켜내는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힘을 가진 여인 하담을 연기,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든 것.
"처음부터 '꽃 시리즈'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들꽃'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후 박석영 감독에게 '스틸 플라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박석영 감독은 배우 정하담에게 영감을 얻기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인 하담이 궁금했던 것 같아요. 이런 지점은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스틸 플라워'를 하게 됐고 '재꽃'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제겐 축복이고 영광, 그리고 큰 선물이죠(웃음). '꽃 시리즈'는 제 인생의 클래식이 됐고 고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작품으로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으로 연기를 시작한 후 '들꽃'을 통해 본격적으로 데뷔한 정하담은 '스틸 플라워' '재꽃'을 거치며 박석영 감독의 뮤즈가 됐고 매 작품 무섭게 성장하며 그야말로 꽃이 됐다. 데뷔 2년 차, '동시대 가장 흥미진진한 배우'로 자리 잡은 충무로의 미래다.
"'들꽃' 때는 제대로 된 작품, 연기를 해본 게 처음이라 그저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저에 대한 기대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요. 잘하기보다는 '맡은 바라도 제대로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니까요. 그때는 연기가 너무 막연하기도 했고 어설펐어요. 그런데 이후 '스틸 플라워'에서는 '들꽃'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방법을 조금씩 터득했고 캐릭터의 신념에 더 집중하기로 했죠. 그리고 '재꽃'에서는 마침내 제가 연기를 즐기고 사랑하고 있다'라는 기분을 깨달았어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꽃 시리즈' 속 하담이도 저도 성장했고 진화했죠."
그간 '꽃 시리즈' 속 정하담은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온갖 상처에 지친 길 위의 소녀였다. 처연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한 정하담의 모습은 영화 내내 여운을 남겼고 그래서인지 그의 이미지는 처음부터 어둡고 무거운, 안쓰러움 그 자체였다. 단편적으로 정하담을 아는 이들은 너무 강렬한 '꽃 시리즈' 때문에 '마이너(Miner)한 배우'라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유쾌하고 밝은, 또한 사랑스러운 꿈많은 23세 여인이었다.
"실제 모습은 영화 속 하담이와 정 반대죠. 하하. 하고 싶은 게 많았던 학생이었어요. 궁금한 것도 많아서 동아리도 라디오부, 기타부, 연극부, 목공부, 인문학부 등에 가입해서 많은 걸 경험하려고 했죠. 또한 낙엽만 굴러가도 배꼽 잡고 웃던 소녀이기도 하고요. 쾌활, 명랑한 10대 소녀였죠.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꿈 많은 유쾌한 여자죠. 친구들도 처음 '들꽃'을 봤을 때 '너 아닌 것 같아'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등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꽃 시리즈'를 잘 마무리 지었으니 이제는 밝은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단 욕심이 들어요.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상업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은 바람도 생겼고요.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장르는 멜로에요. 사랑의 감정을 깊게 들어가 보고 또 아파보면서 또 다른 절 꺼내보고 싶어요."
한편, '재꽃'은 정하담을 비롯해 장해금, 정은경, 박명훈, 박현영, 김태희 등이 가세했고 '들꽃' '스틸 플라워'를 연출한 박성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6일 개봉해 절찬리 상영 중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화인컷엔터테인먼트, 영화 '들꽃' '스틸 플라워' '재꽃'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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