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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연출 김덕남)은 내용상 '명성황후'와 '영웅'을 잇는, 시련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신세대 젊은이이자 요즘말로 '금수저 중의 금수저'인 이위종의 내면적 고뇌에서 출발한다. 한심한 조국의 현실에 실망해 '난 조선이 싫다'고 외치던 젊은이가 조금씩 독립운동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20세기 초반 혼돈의 역사를 배경으로 역동적인 드라마에 담는다. 척박한 상황에서 힘겹게 독립운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러시아 지식인 여성 엘리자베타와의 가슴 아픈 사랑이 곁들여진다.
'밀사'는 일단 흥미롭다. 명성황후나 안중근 의사, 그리고 이상설, 이준 열사에 비해 일반에 덜 알려진 이위종이란 인물의 삶 자체가 매우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라고 하면 이따금 범접하기 힘든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왜 왕족 출신에, 기성세대를 혐오하던 젊은이가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을까'라는 인간적 차원에서 접근한 덕분에 시대적, 시간적 간격을 넘어 지금의 관객과도 쉽게 소통된다.
후반부에서 자주 반복(reprise)되는 아리아 '반짝이는 것'은 감미롭다.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있다는 것은 뮤지컬의 미덕이긴 하나 너무 자주 반복된다. 적절한 변주를 거쳐 유기적으로 활용되었다면 좋을 듯 싶었다.
주인공 이위종 역을 맡은 배우 허도영은 신인임에도 탁월한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표현, 매력적인 음색을 뽐내며 드라마의 중심축을 잡았다. 비슷한 공공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이 박영수 조풍래 김도빈 등을 배출한 반면 서울시뮤지컬단은 최근 이렇다할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매력과 에너지를 지닌 허도영은 '가뭄속의 단비'처럼 보였다.
흥미진진했던 스토리는 결론에 이르러 이위종의 허무한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힘이 좀 빠진다. 역사적 팩트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시련이 있으면 어떤 형태로건 극복의 장치가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11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