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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스타일리시'하게 돌아온 조광화의 '미친 키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4-19 14:51


◇조광화 작, 연출의 연극 '미친 키스'. 사진제공=프로스랩

작가겸 연출가 조광화의 작품은 분수의 물줄기를 연상시킨다. 힘차게 하늘로 치솟아 산산히 흩어지는 분수처럼 캐릭터의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가 마지막 순간 확 터뜨린다. 이 '미친 키스'(1998)를 비롯해 그가 젊은 시절 발표했던 '남자 충동'(1997), '철안 붓다'(1999)가 다 그랬다. '천사의 발톱'(2007)은 "뮤지컬이 왜 이리 어둡나"란 말을 들을 만큼 드라마가 강렬했다. 하지만 사방으로 퍼지는 분수의 물살이 아련한 무지개를 만들어내듯, 그 지점에 조광화의 묘한 미학과 카타르시스가 있다.

사랑과 폭력, 섹스, 불륜이 난무하는 '미친 키스'는 조광화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에서도 '쎈' 작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는 게 '미친 키스'다. 특히 초연 당시 장정 역을 맡았던 배우 이남희의 개성과 결합하면서 에너지가 한층 증폭된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남희의 탁한 음색, 그리고 광기 어린 연기와 궁합을 이루면서 또 하나의 '조광화 표' 연극이 완성되었다.

'미친 키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주인공 장정과 주변 여인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다가가려 하면 멀어지고, 떼어놓으려 하면 오히려 달라 붙는, 인간 관계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관계의 가장 대표적인 테마가 바로 사랑이다. 조광화는 그래서 이 작품을 '지독한 사랑이야기'라고 요약한다.

주인공 장정을 비롯해 그가 사랑하는 여인 신희, 창녀로 전락하는 여동생 은정, 불륜 파트너인 영애, 그리고 방황하는 영애의 남편 인호 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열망하나 외롭고 불안하다. 사랑과 욕정이 뒤엉켜 상대를 갈구하지만 인간의 힘 밖에 있는 인력과 척력이 교차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파멸시켜갈 뿐이다. 마지막 순간, 장정이 자신의 몸에 퍼붓는 미친 키스는 접촉에 대한 열망의 허무한 종착역이다. 드라마의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악사의 아코디언 연주와 무용수겸 배우 '히스'의 춤은 스산함을 더한다.

조광화는 "세월이 많이 흐르고 세상도 바뀌어 성과 폭력의 톤(tone)을 조금 낯췄다"고는 했지만, '미친 키스'의 미덕은 역시 인간 내부에 숨어있는 에너지의 분출을 감칠 맛나는 대사를 통해 음미함에 있다.

사실 초연의 기억이 재연의 감상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의 톤을 낮춰 아쉽긴 하나 한층 상징적이고 세련된 무대로 돌아왔음은 분명하다.

장정 역의 두 배우 조동혁 이상이의 힘이 중요하다. 인호 역에 베테랑 손병호, 영애 역에 정수영이 나서고 전경수 김두희 등 출연. 5월 21일까지 대학로 TOM 1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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