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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겸 연출가 조광화의 작품은 분수의 물줄기를 연상시킨다. 힘차게 하늘로 치솟아 산산히 흩어지는 분수처럼 캐릭터의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가 마지막 순간 확 터뜨린다. 이 '미친 키스'(1998)를 비롯해 그가 젊은 시절 발표했던 '남자 충동'(1997), '철안 붓다'(1999)가 다 그랬다. '천사의 발톱'(2007)은 "뮤지컬이 왜 이리 어둡나"란 말을 들을 만큼 드라마가 강렬했다. 하지만 사방으로 퍼지는 분수의 물살이 아련한 무지개를 만들어내듯, 그 지점에 조광화의 묘한 미학과 카타르시스가 있다.
주인공 장정을 비롯해 그가 사랑하는 여인 신희, 창녀로 전락하는 여동생 은정, 불륜 파트너인 영애, 그리고 방황하는 영애의 남편 인호 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열망하나 외롭고 불안하다. 사랑과 욕정이 뒤엉켜 상대를 갈구하지만 인간의 힘 밖에 있는 인력과 척력이 교차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파멸시켜갈 뿐이다. 마지막 순간, 장정이 자신의 몸에 퍼붓는 미친 키스는 접촉에 대한 열망의 허무한 종착역이다. 드라마의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악사의 아코디언 연주와 무용수겸 배우 '히스'의 춤은 스산함을 더한다.
조광화는 "세월이 많이 흐르고 세상도 바뀌어 성과 폭력의 톤(tone)을 조금 낯췄다"고는 했지만, '미친 키스'의 미덕은 역시 인간 내부에 숨어있는 에너지의 분출을 감칠 맛나는 대사를 통해 음미함에 있다.
장정 역의 두 배우 조동혁 이상이의 힘이 중요하다. 인호 역에 베테랑 손병호, 영애 역에 정수영이 나서고 전경수 김두희 등 출연. 5월 21일까지 대학로 TOM 1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