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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내 말은 임금이나 백성이나, 주인이나 종이나, 남자나 여자나 따지고 보믄 다 같은 인간 아니냔 말이오." vs "남자나 여자나, 노비나 주인이나, 적자나 서자나 기실 다 같은 게야. 다를 것이 없어. 그 들을 다 하나로 묶을 수 있거든. 그들은 오직, 나의 종일 뿐이야."
"양반 사대부 사내들이 삼강, 오륜 따위를 들먹이며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양인과 천인이 다르다고 사대를 세우지만 사실, 그건 다 지들 편하자고 하는 개소리야" 씨종의 아들 길동과 비슷한 생각을 궁 안에 있는 임금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산(김지석 분)의 생각은 전혀 다르게 발현됐다. 연산은 "남자나 여자나, 노비나 주인이나, 적자나 서자나. 나의 종일 뿐이야. 천지에 하늘의 뜻을 받은 자는 오직 하눌님의 아들, 나 뿐"이라며 서슬 퍼런 눈빛을 뿜어냈다.
길동과 연산은 모두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렬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정반대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길동은 그 문제의식을 인류애로 확장시켰고, 연산은 자기애로 집중시킨 결과다. 집필을 맡은 황진영 작가는 연산의 폭정을 이에 기반해 해석해 전에 없던 개연성을 확보해가며 길동과 연산을 그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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