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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피고인→김과장→도봉순, 극과극 고구마 밀당법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3-18 11:18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잘 되는 드라마는 소위 말하는 '밀당'에 능하다.

풀릴 듯 말듯한 미스터리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나가다 마지막에 한방을 던지며 시청자들이 본방 사수를 외치게 만든다. 답답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전개를 일컫는 '고구마 전개'와 속이 뻥 뚫리도록 시원한 반격을 외치는 '사이다 전개'를 적절히 버무린 완급조절로 뻔한 얘기도 기대하게 만드는 게 이런 드라마의 매력이다. 최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월화극 '피고인', KBS2 수목극 '김과장', JTBC 금토극 '힘쎈여자 도봉순'이 모두 이런 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피고인', 기다림의 미학일 뿐

'피고인'은 전격 '고구마 드라마'로 악명을 떨친다. 박정우(지성)가 반격의 기회를 잡을 때마다 거대한 부와 권력을 앞세운 차민호(엄기준)의 악행이 숨쉴 구멍을 막아버린다. 차민호는 수하들까지도 자유자재로 교도소를 드나들며 증거를 조작하고 살인행각까지 벌이는데 박정우는 번번히 발목을 잡혀 주저앉는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16회 동안이나 거듭돼 왔다는 것. 이에 애초 예정됐던 성규(김민석)의 죽음 또한 2회 연장으로 늘어진 극을 채우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피고인'의 마력은 멀고 먼 사이다 결말을 위해 참고 인내하게 만든다는 것. 드라마가 2회 연장된 탓에 모두가 기다려 온 복수의 순간은 늦춰졌지만, 그동안 박정우의 고군분투에 가슴 깊이 공감했던 시청자들은 끝까지 그의 반격을 응원하며 기다리는 분위기다.


그런 인고의 시간까지 참게 만든 건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력이다.지성은 차민호를 향한 복수심부터 절절한 부성애까지 섬세하고 진정성 있는 감정 연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엄기준은 신들린 악역 연기로 긴장도를 높인다. 그리고 제작진은 갈수록 악랄해지는 엄기준의 악행을 조명하며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자린고비 고사처럼 시청자들도 결말에 터져나올 사이다를 바라보며 팍팍한 인내의 시간을 감수하게 만든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네티즌 댓글 반응도 온통 답답하다는 의견 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피고인'은 고구마의 늪이 깊어질수록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1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이 작품은 7회부터 20% 고지를 돌파,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김과장', 고구마는 사이다를 위한 발판일 뿐


'김과장'은 고구마와 사이다가 아주 절묘하게 배합된 드라마다. 박현도 회장(박영규)과 그 수하들의 계략에 김성룡(남궁민)과 경리부 식구들은 번번히 위기에 처하지만, 그 위기도 잠시. 김성룡의 번뜩이는 지략에 힘입어 전세를 역전시킨다. 매회 가진 자들의 횡포에 고통받는 약자들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곧 김성룡과 경리부 식구들이 대리 복수에 나서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김과장'은 하나의 사건이 대부분 1회, 길면 2회 안에 종결되는 빠른 템포를 유지하며 고구마와 사이다를 번갈아 선사한다. 답답한 사회 현실이 그려지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김성룡의 능글맞은 반격을 볼 수 있으니 기쁨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더욱이 '김과장'에는 속 시끄럽게 만드는 연기 구멍도 없다. 타이틀롤 김성룡 역의 남궁민을 필두로 준호 남상미 정혜성 김원해 등 신구 세대 배우들이 모두 톡톡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케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김과장'은 유쾌한 시간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유쾌한 톤앤매너 덕분에 시청자들은 '김과장'이 전달하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 녹아있는 슬픔에는 더 큰 공감을 표한다. 노련한 기수처럼 유연하게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김과장'식 조련법에 시청자도 제대로 녹아든 분위기다.

'김과장'은 200억 원대 대작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의 경쟁 속에서도 순식간에 선두를 탈환하며 수목극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시청자들은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보다는 한껏 웃으며 답답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가벼운 분위기의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김과장'은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아주 정확하게 관통, 빠른 템포 안에 많은 이야기를 경쾌한 톤으로 담아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그 안에서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메시지를 버무려 공감대를 형성하는데에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힘쎈여자 도봉순', 고구마는 사치일 뿐

'힘쎈여자 도봉순'은 고구마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구성을 띈다. 모계 영향으로 선천적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의 활약과 성장기를 조명하는 히어로물, 도봉순을 중심으로 한 안민혁(박형식)과 인국두(지수)의 4차원적 삼각관계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 도봉순에게 조여오는 악의 무리를 비추는 미스터리물이 그것이다.

짧은 호흡 안에서 이렇게 상이한 장르 세 가지를 버무리다 보니 '힘쎈여자 도봉순'은 이야기를 질질 끌 시간이 없다. 도봉순과 안민혁, 인국두가 만나고 호감을 갖게되는 모습부터 백탁파와의 갈등까지를 빠른 속도로 훑어나간다. 덕분에 시청자는 지루할 틈이 없다. 삼각관계에 집중하다보면 도봉순이 괴력 액션으로 악당들을 제압하고, 그 카타르시스에 젖어들다 보면 백탁파가 긴장의 끈을 조이는 식이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오해로 반목했다 화해하는 과정이 늘어지며 집중력을 잃게 되는데 '힘쏀여자 도봉순'은 그 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니 그런 걱정을 덜게 됐다.


이렇게 복잡한 장르를 산만한 기운 없이 한번에 묶어낼 수 있었던 건 역시 배우들의 힘이다. 타이틀롤 도봉순 역을 맡은 박보영은 절대적인 사랑스러움으로 달콤살벌한 멜로라인을 이어가는 한편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괴력 액션으로 여성팬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여기에 박형식과 지수의 여심 저격 케미까지 더해지니 어디를 돌아봐도 구멍이 없는 작품이 완성됐다. 실제로 '힘쎈여자 도봉순'은 첫회 시청률부터 JTBC 드라마 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고, 6회는 8%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형민PD는 "박보영의 디테일, 박형식의 자신감, 지수의 귀여움 덕분에 우리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나 싶다"고, 박보영은 "앞으로도 이제까지 펼쳐놓은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리 드라마는 볼 것이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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