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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강동원(36)이 예상치 못한 친일파 후손 논란으로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논란이 증폭되자 사과로 진심을 전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중의 공분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 과연 강동원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지난 1일 영화 전문 사이트 맥스무비 게시판에는 친일파의 후손 가운데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인물들의 명단이 게재됐고 이 명단 속 인물 중 충무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강동원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강동원의 외증조부인 이종만이 1급 친일파로 분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친일파 후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충격이었지만 무엇보다 과거 강동원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종만에 대해 "증조 할아버지도 예술이다. 대동기업 회장이셨는데, 금광을 했다"며 존경심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그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논란이 된 게시글을 조용히 삭제 요청한 사실마저 드러나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최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닷새만인 지난 5일, 강동원이 자신의 논란에 대해 스스로 입을 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더한,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강동원은 "먼저 외증조부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한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외증조부의 미담을 들으며 자라왔다. 외할머니가 독립유공자의 자손이셨기 때문에 외증조부에 대한 미담을 자연스레 받아들여 왔고, 2007년 인터뷰를 한 시점에는 그분의 잘못된 행동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어 "이번 일이 혼란스러웠고, 충격도 컸다. 더욱이 가족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고, 또 관련된 자료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미숙한 대응과 관련해 관련자들께 사과드린다. 아울러 빠르게 제 입장을 전해드리지 못한 점도 모두 사과드린다. 나 역시 배우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고 다시는 그런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반성했다.
그는 "과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모두 나의 잘못이라 통감한다. 이번 일로 외증조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또 반성해나가겠다. 아울러 미약하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다.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심려 끼쳐 드린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2012년 제대 후 '군도: 민란의 시대'(14, 윤종빈 감독) '두근두근 내 인생'(14, 이재용 감독) '검은 사제들'(15, 장재현 감독) '검사외전'(16, 이일형 감독) '가려진 시간'(16, 엄태화 감독) '마스터'(16, 조의석 감독) 등 장르불문, 캐릭터불문 쉼 없이 작품을 이어가며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강동원.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에게 닥친 위기며 이로 인해 최악의 일주일을 보낸 강동원이다.
물론 강동원이 '친일파'는 아니다. '친일파 후손'일뿐이지 그가 '친일파'로 매도돼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더구나 최근까지도 자신이 '친일파 후손'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만큼 무턱대고 비난을 쏟아낼 일은 아니다. 다만 소속사의 엉터리 대응, 너무 늦은 진화 등은 '공인'의 위치로서 잘못임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하는 것은 맞다. 스스로도 역사 인식에 대해 무지했음을 밝혔고 '친일파 후손'으로서 속죄하겠다는 마음을 충분히 드러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강동원을 향한 마녀사냥식 비난. 주말 내내 속앓이를 해야만 했고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강동원은 오늘(6일) 계획된 '가려진 시간' 코멘터리 녹음을 취소해야만 했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친일파 후손'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가려진 시간' 제작진 역시 그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모양새다.
잠시 쉼표를 찍게 된 강동원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가족사 논란을 안고 차기작을 준비하게 됐다. 현재 강동원은 원톱 주연을 맡은 '골든 슬럼버'(노동석 감독) 촬영을 진행 중이고 '골든 슬럼버'가 끝나는 시점인 오는 5월 '1987'(장준환 감독) 촬영에 돌입한다. '골든 슬럼버'는 논란과 별개로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다음 작품인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시기에 대척점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1987'이다. 강동원은 '1987'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특별출연이지만 문제는 그가 맡은 역할. '1987'에서 독재 군부에 맞서다 장렬히 사망한 고(故)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강동원. '친일파 후손'과 맞물려 입방아에 오르고 있지만 반대로, 어쩌면 그가 말한 '미약하게나마 올바른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진심 어린 사과, 그리고 이를 보답할 진심 어린 연기야말로 그가 인생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