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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다양성·작품성 빛난 그래미로 본 韓시상식의 미래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7-02-13 14:52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12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는 최고의 팝 아티스트를 가리는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59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가 전세계 음악 팬들의 관심 속에 열린 결과, 영국을 대표하는 여가수 아델(Adele)이 올해 그래미의 주인공이 됐다.

아델은 12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9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히트곡 '헬로'로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상, 올해의 앨범상은 물론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상(Best Pop Solo Performance)을, '25' 음반으로는 최우수 팝 보컬 앨범상(Best Pop Vocal Album) 등 총 5개상을 수상했다. 비욘세와의 경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아델은 결국 '올해의 주요 대상' 중 무려 3개 부문을 거머쥐게 됐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글램 록의 대부 데이빗 보위는 이번 시상식에서 유작 앨범이자 수록곡 '블랙스타'로 최우수 록 노래상, 최우수 록 퍼포먼스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상, 최우수 엔지니어드 앨범 비 클래식상 등 4개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팝의 전설 고 조지 마이클과 프린스의 추모 무대도 꾸며져 깊은 감동을 안겼다.


수상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반전도 여전했고, 신구 뮤지션들의 합동 무대 등 다양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그래미 어워즈는 신구 세대의 조화는 물론 대중성과 장르의 다양성에도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가요 시상식의 존재 가치가 다시금 재조명 받게끔 한다. 국내 여러 시상식들이 모두 각자의 색깔을 띠며 행사를 치르고 있지만, 일부 기획사들의 불참과 편 나누기 등 매해 해묵은 논란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기획사에 대상을 몰아주거나, 록과 힙합 장르 부문도 전문성 대신 대형 기획사의 눈치를 보기 일쑤다.

물론 그래미 시상식 또한 여러 부분에 있어 완벽한 시상식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세계 음악의 흐름을 관통하는 팝계의 오랜 전통과 권위를 내세운 고유의 시상식인 만큼, 전세계 여러 나라 시상식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다양한 장르 음악에 대한 고른 균형, 신구 뮤지션들의 조화 등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Recoding Art and Sciences/NARAS)가 해마다 우수한 레코드와 앨범을 선정하여 주는 상으로, 1957년 전미국 레코드 업자들의 연합체인 NARAS가 주최하여 1959년부터 개최해 올해로 59회를 맞이한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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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어워즈는 오랜 전통대로 대중적인 인기 뿐 아니라 뮤지션의 실력이나 음반에 대한 평가가 주요한 시상 기준이 된다. 해마다 수상 부문이 늘어나 현재는 팝, 록, 리듬 앤 블루스, 컨트리, 재즈 등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를 총망라해 올해 역시 다양한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는 아이돌에 편중된 국내 연말 가요 시상식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트로트 가수들과 걸그룹 멤버들이 꾸미는 무대들로 나름의 형태만 갖췄을 뿐, 말 그대로 형식만 갖춘 시상식이다. 무대를 꾸미는 이들 대부분이 시상식에 참가해 수상자 명단 혹은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긴강감도 크게 떨어지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래미는 이날 각 장르별 최고 노래와 앨범 등 총 80여 개 부문에 대해 상을 줬다. 음반 판매량과 인기도를 척도로 평가하는 국내의 경우와 달리 대중성과 예술성, 작품성에 고루 점수를 매기는 그래미 어워즈 전문 평가단의 존재와 다양한 평가의 부재가 아쉽기 만한 국내 시상식의 현실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한 해를 돌아보며, 팝계의 음악적 성과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명성과 음악성, 인기도 측면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인 만큼, 그간 그래미가 낳은 신예 스타들도 수두룩하다.

그래미가 발견한 올해의 신인은 래퍼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였다. 챈스 더 래퍼는 신인상과 함께 베스트랩앨범상('컬러링 북')·베스트랩퍼포먼스상('노 프러블럼')까지 차지해 총 2관왕에 올랐다. 가스펠 힙합을 선보인 그는 정규 앨범이 아닌, 오직 믹스테이프(비공식 앨범)로 이 상을 받은 최초의 뮤지션이 된 셈이다.

시상식이란 공정성을 중심으로 대중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음악축제로 치러져야 한다. 여기에 가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최우수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상(Best Urban Contemporary Album) 및 '포메이션'으로 최우수 뮤직비디오상(Best Music Video) 등 2개상을 수상한 팝스타 비욘세는 만삭의 몸에도 불구, 인상적인 무대를 선사해 큰 박수를 받았고 케이티 페리, 레이디 가가, 메탈리카 등 이색 뮤지션들의 협연도 의미를 더했다.


연말 가요 시상식은 대중성과 예술성이 공존해야 한다. 아이돌 열풍 안에서 일부 뮤지션과 싱어송라이터에 상을 수여하며 공정성을 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진짜 축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각 나라의 상황과 대중음악계 현실에 맞는 시상식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의 경우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었다. 매해 논란을 거듭하거나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국내 가요 시상식도 진화를 위해서는 분명 진통을 겪어야 한다. 케이팝의 위상에 걸맞는 진정한 음악 축제가 치러져야 할 때다. 현 가요계는 실속 없이 시상식의 개수만 늘어나고 있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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