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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는 어떻게 해야할가.
이에 절치부심한 '사임당, 빛의 일기'는 이영애 송승헌 오윤아 등 성인 연기자 등판에 사활을 걸었다. 이에 맞춰 재편집과 스페셜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시청률은 10.7%까지 뚝 떨어졌다. 수목극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의 일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도대체 왜 '사임당, 빛의 일기'는 날개를 잃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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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 또한 호불호가 갈렸다. 이겸(송승헌)과 사임당의 아역은 양세종과 박혜수가 맡았다. 두 사람의 연기는 신선했다는 평과 어색하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아냈다. 이영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영애는 2004년 MBC '대장금' 이후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만큼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미모는 유효하나 연기력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장금'으로 대한민국 사극사에 한 획을 그은 장본인인 만큼 사극 연기는 빼어나지만, 현대극 연기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장르 정체성도 애매하다. '푸른바다의 전설'이나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등의 타임슬립 드라마가 아예 퓨전 사극을 표방했던 것과 달리 '사임당, 빛의 일기'의 톤은 정통 사극에 가깝다. 역사적 고증이 중요한 정통 사극과 타임슬립에 기반한 퓨전이 하모니를 이루긴 어려웠다. 오히려 역사적 고증의 문제만 더 크게 부각되며 시청자의 흥미를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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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임당, 빛의 일기'에 돌파구는 없는걸까. 정체성을 찾으면 된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현모양처가 아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류 화가이자 워킹맘인 사임당의 모습을 조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이 기획의도에 충실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이제까지 '사임당, 빛의 일기'는 사임당의 재능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다. 휘음당(오윤아)과의 관계가 어긋난 것 역시 천재적 소질에 대한 질투심이라기 보다는 갖고 싶은 남자를 빼앗긴데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임당을 향한 휘음당의 질투와 시기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또 서지윤의 이야기가 왜 필요했는지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지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자로서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의 모습은 성별 차별에 화가로서의 능력을 탄압받지만, 이를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임당의 모습과 연결된다. 하지만 서지윤의 존재는 단순히 이런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장치 그 이상의 이유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편집이 몰입도를 떨어트릴 뿐이다. '차라리 정통 사극이었다면 좋았을 뻔'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MBC '대장금'이 조선시대 여성의 성공기를 그려내 흥행할 수 있었던 건 초반부터 장금(이영애)의 절대미각과 뛰어난 의술을 조명하고, 그 뒤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대결을 팽팽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사임당, 빛의 일기' 역시 이러한 대목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사임당, 빛의 일기'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인 만큼 재편집 방향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사임당, 빛의 일기'는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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