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6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열 다섯번째 주인공은 자신만의 클래식한 감성과 깊이있는 의상을 선보이는 기남해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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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들이 지향하는 혁신은 다양하다. 전에 없던 소재와 디자인을 선보인다던지, 독특한 실루엣으로 전에 없던 스타일링을 선보인다던지, 브랜드와 맞는 뮤즈를 선택해 대중에게 멋진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움에 사로잡힌 요즘 우직하게 '있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새로움 보단 이미 있는 것을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 바스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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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우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바스통이지만 이제는 깊이를 알아봐주는 팬들이 생겨 생존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실제적인 판매와 이어지지 못해 사라지는 것과 달리, 바스통은 해외팬들을 기반으로 생존에 성공했다. 꾸준히 깊이를 추구해온 결과 왁스 재킷, 셔츠, 코트 등 흔한 아이템이지만 어딘가 바스통만의 색깔을 담아내며 국내외 팬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일부러 귀를 막고 산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만의 색깔과 깊이를 고집하는 바스통, 그리고 디자이너 기남해. 그가 추구하는 패션과 바스통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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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직접 쓴 제작기와 글들이 정말 재밌던데요.
바스통의 유일한 마케팅 수단이에요. 가끔 매거진이나 기자님들이 글 써 주시는 것 말고는 마케팅 수단이 없어요. 살려고 하는거죠. 동네 백일장에서 입상한 적도 없어요(하하).
-직접 매장 인테리어, 로고, 행거까지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좋아하니까 하니까 하는 것 같아요. 전 이게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그냥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동양화가 들어간 제품 그림이라던지, 콜라보레이션이라던지 어떤 걸 신경쓰기 보단 하고 싶은 걸 그냥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바스통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5년 정도 다른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말이 디자이너지 실제 하는 일은 생산, 공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죠. 사무실에 돌아와서 밀렸던 일을 하고 평균 새벽 2~3시에 퇴근. 그러다 보니 몸이 정말 아프고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1년 쉬고 바스통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내 몸을 혹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작은 컬렉션을 갖는 대신에 깊이를 갖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이 브랜드를 시작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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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나왔어요. 액자 프레임 속에서 슬라이드 쇼처럼 제가 좋아하는 옷들이 막 나오더라고요. 주의깊게 보고 있는데 마지막에 저희 바스통이 지금 만들고 있는 아우터가 나오는데 액자 주위에 검은 사람들이 '바스통! 바스통!' 하면서 외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양을 그리고 바스통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정말 영화같은 일이네요.
꿈에서 깨서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고 바로 로고를 그려냈어요. 미신을 많이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건 하늘에서 내려준 싸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초창기에는 엄청 힘들었는데 작년 부터 좀 괜찮아 졌어요. 그 전까지는 키 만큼의 물 속에 잠겨있다가 점프해서 간신히 숨을 쉬는 것 같았는데, 작년부터는 수위가 턱까지 내려온 것 같아요. 그래서 숨은 편하게 쉬고 있는 느낌이죠.
-'트렌드에 귀를 막고 산다' 패션 브랜드로서 가능한 일인가요?
그래야 브랜드의 색깔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막연할 수도 있지만 전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전에도 다른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충분히 봐야할 건 다 본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노력해서 밖으로 부터 트렌드를 캐치하려하기 보단 우연한 순간에 얻는 것이 크게 와닿더라고요.
-우연히 얻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건가요?
완벽하게 조사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면 '여기 가면 여기 볼 수 있어'라는 지침을 모두 알고 있을 거에요.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근데 길을 잘 못들어서 우연히 감동을 얻거나 멋진 장면을 보았다면 무지했지만 감각적으로 더욱 와닿잖아요. 조금 딴 소리같나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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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가족, 직원 중에는 그런 분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 보다 상업적인걸 막는 사람도 많이있어요. '그렇게 하면 멋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이런게 브랜드의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상업적인 디자인 회사지만 그래도 저희 나름대로의 소신은 갖고 있어야죠. 일부러 다르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저희가 맞다고 생각한 길을 가고 있어요.
-바스통의 맞는 길, 바스통 스럽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연스러움? 감성적인 말이긴 한데 뭔가 자연스럽고 입었을 때 포근한 느낌. 저희는 소재만 봐도 혼용률이 다 100으로 끝나는게 많아요. 면 100. 울 100. 소재를 통해서도 찾아가고 있고 실루엣이나 디자인으로서도 자연스러움을 찾아 가고 있어요.
-바스통만의 도전과 새 시도는 무엇인가요?
저희 스타일이 '라펠을 없앤다', '새롭게 디자인하자' 보다는 셔츠 칼라의 각도가 2도, 3도냐,폭이 5mm냐 1cm냐를 고민하거든요. 그게 또 즐겁고요. 앞으로도 이런 쪽으로 깊이를 파고 공부를 해보려고 해요. 역사적으로 이 제품이 생겨난 배경부터 시작해서. 이런 과정을 통해 변화된 답을 내놨을 때 너무 즐겁고 저희 손님들은 이런 부분을 알아봐주세요.
-바스통의 시그니쳐 왁스재킷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일본에 이세탄 백화점이라는 남성복 백화점이있어요. 거기에서 왁스재킷을 봤어요.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우연히 본거죠. 근데 뭔가 '자연스럽다'고 느껴졌어요. 솔방울만 봐도 색깔이 단순히 하나로 된 밤색이 아니고, 나무의 이파리도 앞 뒷변의 색이 다르잖아요. 근데 우리는 여러가지 색깔이 이렇게 섞여있는데 우리는 하나의 색깔로 인지를 해요. 그런 관점에서 f을 때 왁스 코튼이라는 원단이 한 색깔이 아니면서도 그라데이션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그 뒤 소재 수소문을 하기 시작해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왁스 재킷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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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까지는 해외 반 국내 반 정도였는데 작년부터는 국내가 9할정도? 국내 반응이 좋아지고 있어요. 작년에 제가 도산공원 매장을 오픈하려고 피티워모를 안나갔어요.그래서 해외 수주량은 줄었지만 국내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매주 월요일마다 회의를 하는데, '바스통은 이렇게 해야하지 않겠냐'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어요.
이탈리아 피티워모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지금 한 이야기가 그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나와요. 약간의 차이, 약간의 개성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수적인 시장 안이지만 자신의 색깔을 추구하는 모습을 좋아해 주더라고요. 이를테면 거기서도 패션에서 제품을 취급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진 찍히고 싶어서 나오는 사람도 있어요. 피티워모가 1년에 2번 열리잖아요. 그 때 사진을 찍히고 싶어서 6개월동안 계속 코디를 해서 가장 멋있는 3박 4일 동안 사진을 찍히려고 하는 거죠. 이런 모습이 이탈리아 사람들의 시간이 많고 이런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올 해도 한국 패션 코드에도 항상 참여하시던데.
매회 참석 하고 있어요. 패션 코드가 생겼을 때부터 쭉 참여하고 있죠. 누가 참여하는 이유를 물어보던데 그냥 의리로 계속 참가하고있어요. 한국 디자이너로서 코드와의 의리죠.
-K패션의 슈퍼스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그렇게 할 수 없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패션하면 왠지 우주로 갈 것 같은 복장도 해야하고, 새로움에 대한 느낌이 있잖아요. 근데 저희 브랜드는 정말 정통 시장, 1mm의 차이로 좋네 안좋네가 구분되는 시장에서 싸우고 있으니까요. 그 시장에서 진검승부 하는 게 제가 원하는 바고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은 거죠. 근데 이런 브랜드는 슈퍼스타가 되기엔 쉽게 주목 받고 뜨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운이 좋아 그렇게 되면 좋겠죠(하하).
overman@sportschosun.com 사진 이정열기자 dlwjdduf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