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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체불가 브랜드' 자이언티가 밝힌 성공요인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7-02-02 14:46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자이언티의 존재감을 특별하다. 박자를 자유롭게 타는 창법, 감정이 없는 듯한 표정과 몸짓, 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공감의 노랫말 등 가수라면 누구나 탐낼법한 자신만의 색이 뚜렷하다. 랩 하듯이 노래하는 독특한 음색에 놀라고 다음엔 소소한 감성을 색다르게 풀어내는 화법에 느낌표를 찍는다.

뮤지션 누구에게나 저마다 가진 '캐릭터'는 중요하다. 자이언티는 그런 면에서 점점 물음표를 띄우게 되는 보컬리스트다. 단순히 개성이란 말로 뭉뚱그려 표현하기에는 뭔가 본인의 세계가 확고해보인다. 장르적으로는 어반 알앤비와 힙합 사이에 걸친 매우 독특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친절하지 않은 음악임에도 늘 음원차트 꼭대기를 걷는다.

자이언티는 본인의 인기요인에 대해 '희소성'과 '장르의 특성'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캐릭터의 희소성 때문에 인정 받은 것 같다. 힙합, 알앤비 보컬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포지션의 싱어가 없어서 나를 찾아준 것 같다"면서 "하지만 크러쉬, 딘이 나오면서 희소성 면에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이젠 완성도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 궁금하다. 음악 시장이 분명 재미있어질 것이다. 즐길 거리가 많아질 것"이라 전했다.

자이언티의 심볼과도 같은 선그라스를 형상화한 새 앨범 'OO'은 또 다시 그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 음반이며, 실험적인 시도와 개성만으로도 큰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랩을 하거나 노래하거나, 사물을 대하는 자세 등 모든 트랙이 섬세한 시선에 놓여있다. 영화를 보듯 한 컷 한 컷 시각적 효과를 더해 소리로 구현한 음악이다. 또 일상 속 느끼는 감정과 환경, 단어가 주는 어감을 이미지화했다는 점에서 듣는 재미도 더했다.

그중 타이틀곡 '노래'는 히트곡 '양화대교'와는 또 다른 매력을 전달한다. '양화대교'가 한국적인 신파 감성을 비켜나가면서도 담담하게 여운을 선사했다면, '노래'는 흔하디 흔한 사랑고백이란 주제를 비밀일기에 빗대어 노래한 러브송이다. '하루 종일 널 생각하다' 만든 노래가 유명한 어떤 곡들처럼 금방 잊히지 않도록,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역설적인 노랫말이 참신하다. 은밀한 속마음이 세상에 공개되면 어떨까란 생각에서 출발한 곡이다.


마치 누군가를 향한 사랑 고백같은 전개방식이 인상적이며, 무심하게 끄적인듯한 가사는 말하듯 전달된다. '일주일 전 욕조에서 나 혼자 흥얼거리던 노래 / 피아노 하나로는 심심해 베이스도 넣게 되었지/ 하루 종일 널 생각하다 쓴 노래 / 이제는 너 혼자 듣고 있고 곧 사람들도 듣게 되겠지 / 난 저 다른 놈들처럼 가방, 귀걸이, 목걸이, 반지 그딴 건 뻔해서 이 노래를 선물하지'('노래'中) 등 마치 은밀한 사랑얘기가 적힌 일기장을 훔쳐보는 식이다.

고민 끝에 완성된 소리는 오히려 간결함을 추구한다. 힙합, 알앤비 외에도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에도 도전한 자이언티는 "미니멀한 것을 좋아한다. 간소화 되고 절제된 사운드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열 줄짜리 내용을 네 글자로 얘기하는 것, 그 안에 다 담고 끌어 당기려는 시도가 어렵다. 그 결과가 이번 앨범"이라 소개했다.

무대 위 겉모습만 보아서도 그의 감정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듯 묘한 경계에서 풀어내는 노래, 그리고 대화하듯 툭툭 내뱉는 생활 밀착형 가사는 일상 자체를 대변했다. 이별 후 읊조리는 후렴구라도, 장난스럽고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감정도 담담하게 표현된 반전법이 인상적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처럼 말이다.


디테일한 설정과 화법으로 영리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식이다. 바로 그런 평범한 공감, 그것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도 결코 대체불가란 캐릭터는 놓치지 않는다. 이제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에서 공감하는 음악이 대세가 됐다. 자이언티, 크러쉬, 딘 등 힙합과 알앤비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트렌드세터, 스토리셀러가 주목받는 시대다.

속삭이듯 다정한 보컬과 연주를 주축으로 한 세련된 음악은 단정하기만 하다. 서정적인 감상을 주면서 그 밑에 깔려있는 건 공감이다. 매우 개인적인 얘기를 풀어나가면서도 뜨겁기보다는 오히려 드라이하게 말을 건넨다.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모습으로. 누군가에겐 어려운 음악일 수도, 누군가에겐 신선한 음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뻔하디 뻔한 시장논리와 히트공식을 따르던 현 가요계가 필요한 음악이다.

시대를 잘 만난 이 청년의 새 음악, 어쨌든 즐겁지 아니한가.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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