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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로 데뷔 18년차를 맞은 배우 배성우(45)가 연기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전했다.
올해엔 지난 4일 개봉한 '사랑하기 때문에'(17, 주지홍 감독)에 이어 18일 개봉한 '더 킹'으로 연달아 관객을 찾아가고 하반기 개봉 예정인 '꾼'(장창원 감독)으로 흥행세를 이어갈 배성우. 무엇보다 '더 킹'은 올해 배성우의 개봉작 중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남을 전망이다.
'더 킹'에서 대한민국 권력설계자 한강식을 보좌하는 전락부 배후의 핵심인물 양동철 역을 맡은 배성우. 박태수(현빈)의 대학교 선배로 박태수를 한강식과 핵심 인물들의 세계로 입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빠르고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한강식의 총애를 받으며 권력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박쥐형 인간. 배성우는 뛰어난 완급 조절 능력으로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뛰어난 처세술 능력을 지닌 양동철 캐릭터를 균형감 있고 재치있게 표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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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섬뜩하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배성우. 선악(善惡)이 공존하는, 충무로의 몇 안 되는 명배우로 사랑받고 있는 그는 "데뷔 초반에는 확실한 이미지가 없어 배우로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캐스팅에 떨어질 때도 '너무 평범해서 떨어졌나?' '밋밋한 얼굴 때문인가?' 싶기도 해 좌절한 적도 많았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하는 배우로 봐주시는데 시대가 좋아진 것 같다. 다행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더 킹'의 양동철 같은 경우도 악역처럼 보이지만 때론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안쓰러움도 있고 선한 마음도 가끔 보여준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나 역시 양동철을 비열한 악인으로 봤는데 한재림 감독은 양동철이 악인으로만 비치길 바라지 않았다. 어리숙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연민을 안기다가 후반 반전으로 관객에게 큰 낙차를 안기고 싶다고 설명했고 나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양동철은 그런 면에서 나와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선과 악이 동시에 보이는 상황에 간극이 잘 드러난 것 같다"고 답했다.
배성우는 "내 연기는 언제나 부끄럽다. 시사회 때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을 느낀다. '더 킹'도 컷이 난 뒤 계속 내가 연기한 장면을 곱씹으며 아쉬움을 가졌다. 적어도 이 작품에 폐가 되고 싶지는 않아 고민도 컸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만족감을 떠나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라. 내 연기가 아닌 영화 전체를 봤을 때 감동을 느낀 것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뿌듯하다"며 "촬영할 때 늘 스크린을 통해 나를 볼 관객을 생각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나를 찾아와준 관객에게 적당히 연기해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창피할 것 같고 나중에 나 스스로 영화를 봤을 때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 것 같았다. 절대 적당히 할 수 없는 영역이 연기인 것 같고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노력하려 한다"고 연기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한편,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한 남자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를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극이다.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김아중이 가세했고 '관상' '우아한 세계' '연애의 목적'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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