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막장 대결이라도 하는걸까.
KBS2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과 MBC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가 예측가능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는 전개로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차란커플' 차인표-라미란의 유쾌한 부부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츄커플' 현우-이세영의 통통 튀는 청춘 로맨스까지 사람 냄새 나는 리얼 러브 스토리를 그려내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극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첫번째는 차란커플이었다. 복선녀(라미란)는 자신이 뇌종양 말기라 착각하고 배삼도(차인표)와 이혼을 결심하는 등 생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사실 복선녀의 병명은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는 저뇌척수액 압박성 두통이었다. 복선녀는 애교 섞인 윙크로 설레발을 마무리지었지만, 몇 주 동안 복선녀의 불치병 소동을 지켜본 시청자로서는 허무해진 상황.
차란커플에 이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답답함'을 담당했던 이동진(이동건)-나연실(조윤희) 커플도 위기를 맞았다. 결혼식을 앞두고 나연실이 홍기표(지승현)에게 납치당한 것이다. 홍기표가 위치 추적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때부터 나연실이 납치될 것이라는 예감을 들게하긴 했지만, 슬픈 예감이 맞아떨어지니 시청자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홍기표가 출소한 걸 알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이동진도, 별다른 저항 한번 하지 않고 순순히 홍기표에게 납치된 나연실도 똑같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믿었던 '아츄커플'까지 시청자를 배신했다. 강태양(현우)과 며느리 최지연(차주영)의 과거를 알게된 고은숙(박준금)은 강태양과 민효원(이세영)에게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고은숙의 요구를 거절했고, 고은숙은 강태양에게 물을 뿌리고 민효원의 뺨을 때리는 등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봤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줬다. 그리고 민효원의 가출 및 절연 선언에 실어증까지 걸렸다.
홍기표의 보복과 강태양-최지연의 과거로 인한 갈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흐름이다. 그러나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패턴과 다를 것이 없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나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사정은 조금 낫다. '불어라 미풍아'는 더한 전개로 가족극인지 막장극인지 정체성마저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희대의 악녀 박신애(임수향)를 중심으로 악행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
박신애는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김미풍(임지연) 가족을 배신하고 탈북에 성공했다. 이후 조희동(한주완)이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 결혼까지 골인했다. 하지만 시어머니 마청자(이희향)에게 탈북자라는 걸 들키자 김덕천(변희봉)의 손녀인 김미풍 행세를 하며 신분을 세탁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김미풍의 어머니 주영애(이일화)의 머리를 몽둥이로 때려 쓰러드린 뒤 반지를 빼앗아가는 악행을 보인다.
그리고 마청자에게 다시 한번 가짜 행세를 한 것이 탄로나자 오히려 마청자를 협박,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김미풍 모녀를 한국에서 쫓아내고자 기행을 이어간다. 김미풍에게 누명을 씌워 회사에서 쫓겨나게 하는 한편, 마청자를 이용해 황금실(금보라)과 김미풍의 사이를 이간질해 김미풍을 이혼 위기에 이르게 했다.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혼외자를 정식 입양할 계획을 세우고, 기억을 되찾고자 하는 김미풍의 부친 김대훈(한갑수)을 정신이상으로 몰아간다.
이 과정에서 김미풍은 제대로 된 반격 한번 해보지도 못한채 매번 당하기만 하는 모습으로 답답함을 안긴다. 이처럼 '불어라 미풍아'는 출생의 비밀, 고부 갈등, 음모와 계략, 기억상실, 살인미수 등의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과 '불어라 미풍아'는 이러한 막장 요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며 주말극 1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불어라 미풍아' 역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시청률만 보고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과 '불어라 미풍아' 모두 '진짜 가족극'을 표방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깊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양복점 내 신사들이 겪는 성장 드라마를 통해 진정한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는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불어라 미풍아'는 김미풍과 이장고(손호준)가 천억원대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해가며 진정한 사랑과 소중한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재 두 작품을 놓고 봤을 때 진정한 사랑과 행복,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막장 전개에 급급하다는 느낌 뿐이다. 최근 시청자들이 진짜 원하는 이야기는 막장이 아닌, 진정성과 짜임새를 모두 갖춘 작품인데도 말이다. 시청률은 상승할지언정 작품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혹평이라는 게 그 방증이다.
과연 두 작품이 초심을 회복하고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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