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트렌드100-7] 빈티지 커넥터 딜런 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요"

이한나 기자

기사입력 2017-01-10 10:52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6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일곱 번째 주인공은 애정이 담긴 빈티지 아이템에 가치를 더해 그 의미를 연결하는 빈티지 커넥터 딜런 류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어요."

전세계에 불어닥친 글로벌SPA 패션의 바람으로 '패스트 패션'이 우리의 옷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의류업체들도 기획에서 유통까지의 과정을 줄이다보니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맥도날드처럼, 자라(ZARA),유니클로(UNIQLO),H&M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옷의 질은 낮아졌고 한 철 입고 나면 버리는 게 일상화 된 요즘, 빈티지 아이템을 사랑하는 이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대를 뛰어넘어 정성이 담아 잘 만든 아이템에 경의를 표하고 애정을 품는 이들에 의해 빈티지는 케케묵은 올드한 아이템에서 느낌있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거슬러 할머니가 물려준 코트를 수선해 입고, 어머니가 쓰던 손가방을 물려받아 새롭게 디자인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일부러 빈티지 아이템을 찾아 다니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 오죽하면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드라마 속 도깨비도 '루이 14세 접시'를 부르짖으며 빈티지 콜렉팅을 즐길까.

빈티지 커넥터 딜런 류(Dylan Ryu)는 그 중에서도 빈티지 가방에 방점을 찍었다. 손 때 묻은 가방에 빈티지 아이템을 덧붙여 새로운 히스토리를 만들어주며 그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국을 넘어 뉴욕, 파리, 그리고 일본에서도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 그녀는 전 세계의 빈티지 백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작업실을 찾았다.


- 빈티지 커넥터, 생소한 단어예요.


빈티지 커넥터는 말그대로 빈티지 아이템들을 연결해주는 거예요. 빈티지 백에 옛날 엠블럼, 리본, 젬스톤 등을 달아서 새로운 가방으로 만들어 주는 거죠. 작업에 쓰이는 모든 아이템이 다 빈티지예요. 모든 빈티지 액세서리는 뉴욕, 파리, 등에서 구해가지고 오죠. 빈티지 백은 거의 경매로 구입하고 있고요.


빈티지 아이템 같은 경우, 저는 구입을 할 때 딜러한테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역사, 정보 들도 같이 전달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와 거래를 하는 딜러 분 중에 70대 할머니가 계세요. 그분은 스무 살에 시집을 가서 시아버지의 비즈니스를 물려받아 50년 동안 딜러일을 했대요. 반 백년을 일했으니 이 시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해박한 분이시죠. 저에게는 선생님 같은 분이에요.


할머니 얘기를 들어보면 그 제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쓰였으며, 또 지금이 훨씬 기술이 발전했어도 옛날의 그 퀄리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들까지 알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새 것으로는 담을 수 없는 더 소중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의미가 담기는 거예요.

가방을 만들기 위해 아이템 하나 하나를 구입하면서 저는 그 아이템의 역사를 되짚어가며 이야기를 찾아요. 그 스토리를 가방에 더해서 구매하는 분들에게 전달하는거죠. 어떻게 보면 제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커넥터(Connector)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 히스토리 바이 딜런이라는 의미도 궁금해요.

가방마다 편지가 하나 씩 들어있어요. '히스토리 레터'라고 하는데 가방 하나 하나마다 각자의 테마를 가지고 있죠. 지금 보여드리는 건 '로맨틱 아워(Romantic Hour)' 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처럼 제가 만드는 모든 가방에는 제목이 있고 그 의미를 담은 편지가 들어있어요.


제 브랜드 이름 히스토리 바이 딜런의 히스토리(History)는 역사 그리고 이력서라는 뜻도 있잖아요. '딜런이 전달해주는 이력서', '그녀가 전해주는 작은 역사'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 편지 안에는 개런티카드와 가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스토리가 들어있거든요. 이 가방을 예로들면 이 가방은 어디에서 샀으며, RH엠블럼은 파리의 어떤 딜러에게 샀고 몇 십년대의 제품이다 등등 작품에 담긴 역사를 다 담아내는 거예요.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물리적으로 50년대로 갈 수는 없지만 이 가방을 가짐으로써 그 시대를 느낄 수 있는거죠.

-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네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 한국에서는 패션 회사에 다니면서 디자인을 했었어요. 회사를 퇴사할 당시, 한 브랜드에서 6년을 있었던 때였는데 매너리즘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상품이 매장에서 잘 팔려도 기쁘지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디자인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았고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길거리에서 내가 만든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신기하고 기뻤는데 그런 열정이 사그라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더니 그러지 말고 뉴욕에 주재원으로 가서 1년 정도만 리프레쉬하고 다시 돌아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죠.

그렇게 뉴욕에 가서 한 달에 한 번씩 트렌드를 리포트 해주고, 샘플링 해주는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한 6개월 정도만 있을 생각으로 갔는데 사실 출퇴근을 하는 게 아니니까 시간이 많잖아요. 남는 시간에 잡지에 기고도 하고 아는 갤러리에 주얼리 바잉하는 일도 도 하고 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남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취미로 제가 갖고 있던 가방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죠.

- 원래 빈티지를 좋아했나요?

네. 저희 어머니가 뭘 잘 못버리는 성격이세요. 어려서부터 집에 되게 뭐가 많았어요. 다행히 저는 잘 버리는데(웃음) 워낙 집에 별에 별게 다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래된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수 많은 아이템 중에서 가방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 빈티지 아이템으로 만들었던 게 가방이었어요. 저희 어머님이 주신 70년대 디올 자카드 가방이 있었거든요. 제가 아끼던 백이었는데 뉴욕에서 지내던 어느 날 한 파티에 갔다가 레드와인을 가방에 쏟은 거예요. 계속 들고 싶은데 얼룩이 신경쓰여서 한 번 '얼룩을 가려볼까' 하면서 빈티지 리본이랑 레이스를 염색을 해서 달았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처음엔 제가 필요해서 시작했는데 하고 나니까 더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씩 취미로 시작했어요.




-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직업이 되었군요.

네. 제가 만든 가방을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많이들 물어보더라고요. 특이하니까요. 처음에는 그래서 주변 친구들한테 선물하기도 하고 팔기도 했었어요. 그때는 명품 브랜드를 고집한 게 아니라. 10불짜리 빈티지 가방을 사서 예쁜 엠블럼 같은 걸 달아서 팔고 그랬죠. 그러다 입소문이 났는지 한국에 있는 편집매장에서 바잉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가 그때서야 '아 이거를 편집매장에서도 팔 수도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조금씩 한국에 있는 작은 편집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어요.


- 전시를 시작하신 것도 그렇고, 명품백에 무언가를 더한다는 작업도 새로운 것 같아요.

전시같은 경우에는 주얼리 바잉 일을 했던 서미갤러리에서 요즘엔 갤러리에서 가구도 전시하는데 가방이라고 왜 못하겠냐고. 제가 만드는 가방을 한 번 전시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전시도 시작했는데 전시하는 일주일동안 준비했던 가방을 다 팔았어요. 그렇게 한 4년 동안은 1년에 한 번 전시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렇게 4년 동안 꾸준히 전시를 하다보니까 회를 거듭할수록 뭔가 새로운 걸 보여줘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생각했던 게 샤넬백이었어요. 고가의 가방이고 쉽게 가질 수 없지만 여자들이 굉장히 갖고 싶어하는 가방이잖아요.


그런 가방에 '바느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 피스당 가격도 있고 반응이 안좋으면 큰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예 내가 갖고 싶은 가방을 만들어보자!' 하고 만들었어요. 사실 샤넬 가방은 예물로 많이 하고 보통 새 걸 선호하지 않을까 싶어서 더 걱정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가방 다섯 개랑 빈티지 백 다섯 개를 새로 구해서 전시 아이템으로 총 10개만 준비했어요.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너무 반응이 좋았고 전시하는 동안 가방도 다 완판됐고요. 배우 고소영씨, 인트렌드 정윤기 대표님도 사가셨죠. 그 전시 이후에 정말 비즈니스가 됐어요.



DEAN & DELUCA, DYLAN 도쿄 전시
- 원래는 샤넬이나 에르메스 같이 하이엔드 브랜드의 제품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네요.

네. 처음에 만들었던 것들은 명품이 아니었어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데일리로 매일 매는 백은 딘앤델루카 컨버스 백에 리본을 단 가방이에요. 일명 DDD백이라고 딘앤델루카&딜런이라는 뜻이죠.

도쿄에서는 이 주제로 전시도 했었어요. 가방에 YL 이니셜로 레더 레터링을 단 건 파리의 이봉 랑베르(Yvon Lambert)아트샵에서 판매를 했던 시리즈이기 때문이에요. 항상 드는 가방이라 친구들이 멀리서 가방만 보고도 전 줄 알아요.(웃음)저를 위해서 만든 가방이라 더 애착이 가기도 하고요.


이 가방은 제가 여행갈 때 마다 꼭 들고가는 가방인데 1857년부터 있었던 클라인 툴즈 컴퍼니(Klein tools company)의 컨버스 가방이에요. 뉴욕에 있을 때 한 달 동안 파리에 있다 왔더니 우편함이 꽉차서 안열리는거예요. 그래서 정비공을 불렀더니 그 사람이 이 파우치에서 스패너며, 공구들을 꺼내더라고요. 진짜 튼튼한 가방이라 온갖 공구를 다 넣어다녀도 안찢어진다기에 어디서 구하냐고 했더니 자기네 가게에서 판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때 부터 이 파우치에 빈티지 엠블럼이랑 리본이랑 달아서. 친구들도 선물해주고 저도 잘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 우와 정말 예뻐요. 또 다른매력이 있네요.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의 레더백이 아닌 컨버스백에도 작업을 하신다는 건 몰랐어요.

지금도 너무 안타까운게 히스토리 바이 딜런을 명품백을 리폼하는 서비스로 아는 사람들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명품을 리폼한 다는 말이 제일 싫어요. 저는 명품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컨버스 백이나 저렴한 빈티지 백들도 만들고 싶은데 사실 비즈니스 적으로 수요가 없어요. 바이어들이 원하는 브랜드들이 한정적이니까요.


지금은 10 꼬르소꼬모가 지금 저의 가장 큰 비즈니스 파트너예요. 홍콩 조이스(Joyce,홍콩의 고급 편집샵)에서도 큰 볼륨의 매출을 가지고 있는데 처음에 조이스 바잉 담당자도 10꼬르소 꼬모에서 제 가방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홍콩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파트너로 조이스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놀랐어요.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던 그 기회가 온거죠. 그래서 컨퍼런스 콜을 하자길래 그 길로 바로 홍콩 비행기표를 구해서 가방 다섯 개를 들고 직접 찾아갔어요.

- 엄청난 추진력을 가진 분이었군요!(웃음)

하하. 저는 먼저 막 손을 내밀거나 하지는 않는데 기회가 오면 바로 잡는 편이에요.(웃음)그도 그럴 게 컨퍼런스 콜은 사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서로 안면이 있거나 하면 전화로도 대화가 되는데 영어가 제 모국어가 아닌만큼 소통에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직접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 길로 바로 계약하고 홍콩에도 진출을 했죠.

홍콩에서의 첫번째 트렁크 쇼는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3일 만에 40피스를 다 팔았어요. 그렇게 판매되자 바로 다음 프로젝트로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기획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일명 와우(WOW) 프로젝트였어요. 에르메스 가방 120개를 한 번 쇼잉하는 프로젝트로 빈티지 에르메스를 1년을 모았어요. 사실 에르메스의 경우 전세계 매장을 다 돌아도 한 번에 3-4 피스 이상을 보기 힘들 거든요. 그런데 120피스였으니 규모가 정말 컸죠. 그런데도 준비한 분량의 50%를 3일 만에 팔았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죠.


소녀시대 향수 GIRL 컬래버레이션

샤이니 SM타운 전시 컬래버레이션
- 가방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하시더라고요.

네. 전시나 컬래버레이션은 굉장히 자유롭게 하는 편이에요. SM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이랑 컬래버레이션을 했었어요.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향수를 론칭할 때 패키징이랑 전시하면서 같이 작업했었고요.



샤이니 같은 경우에는 SM타운 열면서 전시할 때에 샤이니 섹션을 같이 패셔너블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SM에서는 아티스트들 공연이 끝나면 이수만 선생님이 선물을 하나씩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엑소에게 선물할 와인 파우치도 의뢰가 들어와서 작업했었어요.

- 작업하실 때 영감은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사실 저는 최신정보에 느려요. 그나마 최신 정보라고 하면 가장 많이 접하는 게 친구들이 얘기해주는 이야기들이나, SNS에 올라오는 것들을 보는 거고요. 인터넷 뉴스 검색도 잘 안해요. 대신 여가시간에는 책을 많이 보는 편이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1960년대 프랑스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Francois Roland Truffaut) , 의 작품을 특히 사랑하죠. 영화 '쥴 앤 짐' (Jules And Jim, 1961)은 13번은 본 것 같아요. 볼 때 마다 새로운 게 보이고 영상미도 뛰어나고요.


by 장 콕토
트뤼포 같은 경우에는 700페이지가 넘는 그의 평전을 읽고 '트뤼포를 찾아서' 라는 테마로 여행도 했을 정도예요. 그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살았던 집, 사무실들을 찾아 다니면서 여행하는 거죠. 프랑스 작가 장 콕토(Jean Cocteau)도 좋아해서 '콕토를 찾아서'도 한 번 했었어요(웃음) 장 뤽 고다르 (Jean Luc Godard) 의 영화도 좋아하고요. 그림도 좋아해서 피카소의 작품이나 희귀한 아트피스, 작품들도 하나 씩 수집하고 있어요.
by 장 자크 상페
- 아티스트들을 직접 인터뷰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저는 인터뷰가 좋아요. 인터뷰를 보는 것도 하는 것도 다 의미가 있어요. 잡지를 봐도 화보 이런 것 보다 인터뷰 코너를 눈여겨 보는 편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2013년에 했던 장 자크 상페(Jean Jacques Sempe, 프랑스의 삽화가. 국내에는 꼬마 니콜라와 좀머씨 이야기로 유명하다.)의 인터뷰예요. 사실 그 분은 이제 나이도 많으시고 건강도 안좋으셔서 웬만한 인터뷰는 다 거절하는 분이거든요. 그런데 운 좋게도 제 프랑스 친구의 친구가 그 분의 세번째 와이프여서 인연이 닿아 6 페이지 분량의 긴 인터뷰를 했죠. 인터뷰 할 때 제가 한국판 꼬마니꼴라를 가지고 갔더니 싸인해주면서 그림을 그려줬어요. 잊을 수 없는 인터뷰예요.
by 쥘 드 발랭쿠르
최근에는 쥘 드 발랭쿠르(Jules de Balincourt, 아티스트)의 인터뷰도 했었어요. 그 친구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우연히 뉴욕 첼시에 있는 갤러리를 지나가다 그의 전시 오프닝을 본 거였죠. 그 땐 그의 작품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어요. 다만 그 갤러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라는 호기심에 그 다음 날 그 갤러리를 다시 찾아서 그림을 봤는데 인상적이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이 사람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알고보니 제 친구의 지인이었더라고요. 그렇게 연결이 돼서 이제는 친구가 됐어요. 서로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좋은 친구죠.

- 어떤 면에서 영감을 주나요?

일단 컬러 구성이 정말 놀라워요. 그리고 그이의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밑그림을 안 그리는 거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근법이 살아있죠. 대단한거죠. 처음 뉴욕현대미술관(MoMA)PS1에서 전시를 했는데 그걸 보고 찰스 사치 (Charles Saatch, 영국의 기업인, 광고인이자 현대미술 컬렉터)가 그의 그림을 샀어요. 그 순간부터 이미 쥘의 성공은 개런티 된거죠. 그런데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가난하고 어려운 후배 아티스트들을 위해 후원해주고 있어요. 전 그의 그런 정신이 좋더라고요.

-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우연과 인연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한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사람 간의 사이라는 게 잘 지내다가도 어그러질 수 있잖아요. 서로 오해도 생길 수도 있고요.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크게 오더라고요. 일종의 상실감이죠. 그래서 저는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요.

신이 주신 하나의 선물이 있다면 저는 제 사람들을 꼽을 거예요. 정말 인복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15년이 딱 이 일을 시작한지 10년째 되는 해였는데요. 다시 돌이켜보면 저는 제가 계획을 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모든 게 다 연결되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 계속 연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요. 딜런 류에게 연결이라는 건 뭘까요? 운명같은 걸까요?

글쎄요. 운명이라기보다 원하는 것들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껴요. Everything is connected.전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에는 다 그 만의 이유가 있다는 거죠. 만약 친구와 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는데 친구가 사정이 생겨 혼자 가게 되었다면 그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 친구와 함께 갔다면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히스토리 바이 딜런은 어떤 브랜드가 될까요?

Collect,Collage,Create (CCC) '수집하고 꼴라주해서 새로운 걸 창조한다' 라는 걸 모토로 나아갈 거예요. 지금은 전시, 비즈니스를 가방 위주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오래된 광고지에 꼴라주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빈티지 광고지에 다가 다양한 소재의 패치와 스티치를 더해서 의미를 만드는 거죠.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교토에서 작년 11월에 일본 교토에서 했던 전시에서 보여준 꼴라주 작품인데 에르메스가 마구로 시작한 브랜드라서 관련된 엠블럼들을 넣고, 브랜드 이름의 이니셜에 들어가는 단어 he(그)/her(그녀)부분에만 프랑스 국기 컬러로 가죽패치를 덧대거나 스티치를 더해서 작품을 만들었어요.

전시가 이뤄진 공간도 패스 더 바톤(Pass the baton)이라는 이름의 편집숍 내에 있는 갤러리로 우리나라에 있는 아나바다(아꼈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운동과도 연결되는 그런 곳이에요. 나에겐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모토로 운영되죠. 제가 하는 빈티지 커넥팅 작업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곳에서 또 영감을 얻어서 지금 콜렉팅 하는 것들이 있어요.


- 어떤 컬렉션일지 궁금해요.

제가 사실 은식기를 모아 놓은 게 있어요. 가방 외에 뭔가 저만의 컬렉션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스 더 바톤의 스카프 컬렉션에서 힌트를 얻은 건데요. 에르메스 스카프를 콜렉팅했던 분이 패스 더 바톤에서 전시를 하면서 쓰지 않는 스카프들을 판매도 하더라고요. 저는 그 컬렉션을 은제품으로 하고 싶어요.


- 특별히 은 제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금은 영원히 변하지 않지만 은은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변하지 않죠. 그 부분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언젠가 윤현상재 대표님이 하신 말씀중에 와 닿았던 게 있는데요. 당신은 경쟁이 너무 싫어서 남들이 안하는 걸 계속 찾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뭘 하든 어차피 따라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하는 게 중요하고, 한 번 할 때 사람들의 뇌리에 확 박힐 수 있도록 압도적인 규모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이죠. 그 말을 되새기면서 저도 계속 모으고 있는데 아직은 부족해요. 조금 더 모아서 올해 봄이나 중순 쯤에 전시를 한 번 할까 생각 중이에요.

- 재미난 것들이 계속 생각이 나나봐요. 앞으로도 기대되네요.

계속 똑같은 걸 하면 재미없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매일 매일이 즐거워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정말 행복해요.

halee@sportschosun.com 사진 이정열 기자 dlwjdduf7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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