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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①] 남궁민 "아직도 내가.. 남규만으로 보이니?"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5-21 09:43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로 컴백한 남궁민. 가진 것 없어도 신나게 열심히 살아가는 안단태로 변신한 그는 또 하나의 인생작을 예고했다.

※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안하무인 재벌 2세에서 공심이의 '변태사(변호사+변태)'로 귀환한 '천의 얼굴' 남궁민입니다.


[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천상천하유아독존 재벌 2세로 등장, 온갖 스캔들과 사건·사고를 일삼으며 패악을 저질러온 '만인의 분노유발자' 남규만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잔뜩 찌푸린 미간의 주름을 쫙 펴는 것을 시작으로 분노 가득했던 두 눈에 서글서글함을 담았다. 재단한 듯 딱 떨어지는 말끔한 슈트는 사라졌지만 대신 인간미 팍팍 풍기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과 살짝 방정(?)맞은 플립플롭으로 '동네 오빠' 스타일을 완성한 배우 남궁민(38). 가진 건 없지만 적어도 불의를 보면 절대 지나치지 않는 의리의 사나이로 환골탈태했다.

지난 14일 SBS 새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이희명 극본, 백수찬 연출)가 기대 속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을 통해 안방극장을 얼어붙게 만들며 역대급 악역의 획을 그은 남궁민의 첫 번째 주연작이다.


첫 방송 이후 입소문 터진 '미녀 공심이'. 그리고 또 한 번 신드롬을 예고한 남궁민을 '출장토크' 주인공으로 선정, 남규만도 울고 갈 치밀한 납치(?) 계획과 함께 '미녀 공심이' 현장을 습격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 본사에서 안단태로 변신해 열연을 펼치던 남궁민을 발견한 본지는 아직 남아있는 '남규만 트라우마'로 인해 선뜻 다가갈 수 없었지만 '남규만 못지않은 상사'의 얼굴을 떠올리며 과감히 '출장토크' 초대장을 내밀었다. 몽둥이찜질을 예상했건만 예상 밖의 따뜻한 미소로 반겨준 남궁민. 흔쾌히 캠핑카에 올라타며 '쾌남 매력'을 발산한 그는 "사람들이 내 웃는 모습만 봐도 무서워한다"라는 푸념을 시작으로 그간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전작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처음 데뷔했을 때는 '나약해 보이는데 남자다운 캐릭터를 할 수 있어?'라는 반응을 듣기도 했어요. 요즘도 마찬가지이죠. 남규만 캐릭터가 강해서 '착한 역 할 수 있겠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웃고 있어도 무섭다'라는 말은 매일 듣고요. 촬영하면서 닭꼬치를 먹는 신이 있어 한 손에 닭꼬치를 들고 있었는데 스태프들은 장난으로 '그 꼬치로 사람 찌를 것 같다'라며 놀리기도 하고요. 하하."

악역 끝판왕인 남규만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남궁민이지만 이렇듯 너무 강렬한 인상 때문에 고충 아닌 고충도 상당한 것. 하지만 정작 남궁민은 이런 주변의 우려를 호탕하게 웃어넘기며 새 작품 '미녀 공심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7년 연기 내공은 그냥 쌓인 게 아니었다.

"워낙 주변에서 '남규만으로 보면 어떻게?'라며 걱정해주는데 이런 반응 자체가 전 너무 신기해요. 사실 '리멤버' 때 남규만은 주연도 아니었고 캐릭터 순서상 다섯 번째 조연이었거든요. 예상치 못하게 사랑해주셔서 아직도 얼떨떨하죠(웃음). 남규만은 큰 욕심 없이 준비했던 작품이었고 캐릭터였어요. 그냥 소신 있게 제 길을 간 거죠. 이번 '미녀 공심이'도 마찬가지라서 부담감은 없어요. 물론 저도 사람이라 의식을 안 할 수는 없죠. 주변에서 워낙 남규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자꾸 남규만을 생각하면 할수록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남규만이 아니야' '남규만을 벗어나야 해' '남규만과 다르게 해야 해' 등 인식하기 시작하면 정작 해야 할 것들을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냥 '미녀 공심이' 속 안단태가 되겠다는 생각만 하려고요."


사진=(좌) '미녀 공심이' 속 안단태 (우) '리멤버' 속 남규만
인기를 얻은 캐릭터로 안주하는 대신 과감한 변신을 택하며 연기 변주를 시도한 남궁민. 그가 '미녀 공심이'에서 맡은 역은 동체 시력을 가진 특별한 인권 변호사 안단태. 상남자 외모를 가졌지만 이와 정반대인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를 가진 인물이다.


몸속의 불같은 열 때문에 겨울에도 플립플롭을 신고 다니며 모든 생필품과 식생활을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편의점 마니아다.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남자지만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해주는 진짜 멋진 인권 변호사. 생계를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뛰는 안단태는 월세 때문에 이사 온 집에서 공심(민아)을 만나고 또 석준수(온주완)와 엮이며 파란만장한 운명의 서막을 연다. 캐릭터 설명만 들어도 웃음이 터지는 유쾌 상쾌 통쾌한 안단태. 적어도 매일 윽박지르고 분노하는 남규만보다 백배는 행복하지 않을까?

"남규만보다 안단태는 확실히 밝은 캐릭터죠. 하하. 그런데 악역이 아닌 선악을 맡는다고 배우가 편해지는 건 아니에요. 저는 배우가 연기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삶을 산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데 어떻게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겠어요? 그 인물이 되려고 부단히 생각해야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죠. 어떤 역이든 쉬운 인물, 쉬운 연기는 없는 것 같아요. '저번에 해봤으니 이번에도 똑같이 하면 되겠다'고 하는 순간 끝인 거죠. 도태되는 거예요. 이번 안단태도 남규만만큼 힘들고 남규만만큼 괴로워하며 연기할 거에요. 하하."


<[출장토크②]로 이어집니다>

sypova@sportschosun.com·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이새 스포츠조선 뉴미디어팀 인턴기자, SBS '리멤버' '미녀 공심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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