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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굵직한 바리톤 보이스와 큼지막한 이목구비로 누나들을 사로잡은 어린 소년. 10대 시절부터 심상치 않은 '수컷의 향기'를 뿜어낸 소년 여진구(19)가 진짜 남자, 진짜 어른이 돼서 나타났다. 훌쩍 자란 키부터 깊어진 고뇌까지 달라도 너무 달라진 배우 여진구. 이제 '오빠'라고 불러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어른 남자'가 됐다.
여진구가 '대박'을 선택한 이유도 조금은 남달랐다. 왕좌를 지켜야만 하는 구중궁궐, 오늘의 동지도 내일의 적도 없는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연잉군의 삶이 궁금했다는 것. 처절한 운명, 그 속에서 괴물이 되어가는 연잉군을 통해 여진구의 연기 인생 2막을 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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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스무 살이 되니까 앞으로 제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연잉군을 연기하면서 실제 제 모습이 많이 떠오르기도 해요. 제가 연잉군화 된 것도 있지만 연잉군이 여진구화 된 것 같기도 해요. 외형적으로 큰 건 맞아요. 그런데 완벽하게 성장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전 대중의 판단이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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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장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연결이나 감정 표현 등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어딘가 허전한, 빠진 느낌이었어요. 어마어마한 선배들의 명연기에 가려져 혹평은 피했지만 분명 혼날 부분이 많더라고요. 운이 좋았죠(웃음). 조금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옛날에 멋모르고 연기할 때가 그리워졌어요. 제가 말하면서도 많이 부끄럽지만 진심이에요. 하하. 어렸을 때 선배들이 절 보면서 '멋모르고 연기할 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 그 뜻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요. '대박' 준비하면서 예전 작품을 돌려 봤는데 확실히 그때는 정말 힘들이지 않은 편안한 연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한 장면을 촬영할 때도 이런저런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때는 별생각 안 하고 연기하니까 보는 이들도 편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더라고요. 순수함을 많이 잃었어요. 크큭. 지금은 힘을 빼는, 편안한 연기를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봐도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이에요. 이건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진짜 제 고민이에요. 많은 인기를 얻는 것보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잃은 것 같아 속상해요. 고민이 많지만 일단 '대박'은 좋은 선배들이 많이 계시니까 보고 배우면 언젠가는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위기를 반드시, 열심히 극복할 거에요."
<[출장토크②]로 이어집니다>
sypova@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