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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①] "'대박' 연잉군의 삶은 곧 스무살 여진구의 삶"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4-18 11:00


'대박' 촬영장에 나타난 스포츠조선 캠핑카에 올라선 여진구. 조선 시대 연잉군으로 변신한 그가 캠핑카 안에서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굵직한 바리톤 보이스와 큼지막한 이목구비로 누나들을 사로잡은 어린 소년. 10대 시절부터 심상치 않은 '수컷의 향기'를 뿜어낸 소년 여진구(19)가 진짜 남자, 진짜 어른이 돼서 나타났다. 훌쩍 자란 키부터 깊어진 고뇌까지 달라도 너무 달라진 배우 여진구. 이제 '오빠'라고 불러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어른 남자'가 됐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 된 후 7회차에 접어든 SBS 월화드라마 '대박'(권순규 극본, 남건·박선호 연출). 극 중 살을 주고 뼈를 벨 줄 아는 승부사이자 파란의 조정을 뚫고 왕좌에 오른 맹독한 왕자 연잉군를 열연 중인 여진구는 전보다 더 성숙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변신했다.

'대박'을 통해 스무 살 첫발을 내디딘 여진구. 이런 여진구를 만나기 위해 최근 본지는 '대박'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경기도 고양시의 SBS 일산제작센터를 찾았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촬영 스케줄에 지칠 만도 하건만 여전히 파이팅이 넘치는 여진구는 '대박' 촬영을 즐기고 또 한껏 빠져있었다. "촬영이 너무 재미있다. 그런데 어깨가 무겁다"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 여진구는 "스무 살이 된 후 첫 작품이라 고민도 많이 되고 책임감도 더 무거워진 것 같다"고. 10대의 여진구와 마음가짐부터 달라졌음을 밝혔다.

여진구가 '대박'을 선택한 이유도 조금은 남달랐다. 왕좌를 지켜야만 하는 구중궁궐, 오늘의 동지도 내일의 적도 없는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연잉군의 삶이 궁금했다는 것. 처절한 운명, 그 속에서 괴물이 되어가는 연잉군을 통해 여진구의 연기 인생 2막을 열고 싶었다.


SBS '대박' 스틸
"'대박'은 내용도 캐릭터도 끌렸어요. 도박이라는 소재가 앞서 영화 '타짜' 시리즈로 소개되긴 했지만 조선 시대는 다뤄진 적이 없었잖아요. 옛 조상들은 어떤 놀이를 즐겼는지 궁금했어요. 캐릭터는 가장 끌렸던 점이 성인이 된 왕자라는 점이었어요. 보통 사극에서는 어린 세자의 모습에서 군주가 되는 성장을 그리잖아요. 그런데 일단 연잉군은 다 큰 왕자의 모습이라 성장이 아닌 실제 왕자의 삶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연잉군을 비롯해 모든 왕자는 결코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처지잖아요. 왕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었으니까요. 살아남아야 한다는 왕자의 운명이 가장 끌렸어요. 독하다 싶을 정도로 강한 캐릭터를 맡아 보고 싶었던 욕심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좌절도, 실패도 맛보면서 숙종(최민수)처럼 괴물이 돼가는 모습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하하."

잔혹하리만큼 처절한 연잉군의 생존은 그저 먼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스무 살, 진짜 배우로서 생존 또한 연잉군과 비슷했다. 자고 일어나면 스타가 탄생하는 요즘, 마냥 '국민 남동생'으로 있을 수만 없는 여진구다. 매 순간 위험한 고비를 넘겨야 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만 원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연기를 원 없이 할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여진구다.

"확실히 스무 살이 되니까 앞으로 제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연잉군을 연기하면서 실제 제 모습이 많이 떠오르기도 해요. 제가 연잉군화 된 것도 있지만 연잉군이 여진구화 된 것 같기도 해요. 외형적으로 큰 건 맞아요. 그런데 완벽하게 성장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전 대중의 판단이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성장통이라도 겪는 것일까?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얼굴의 여진구다. 스스로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기며 매일 매일 자책 중이라는 것. 특히 연잉군의 첫 등장이었던 3회 방송이 끝난 후에는 매니저와 함께 대책 회의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다그치고 또 다그쳤다.


"첫 등장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연결이나 감정 표현 등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어딘가 허전한, 빠진 느낌이었어요. 어마어마한 선배들의 명연기에 가려져 혹평은 피했지만 분명 혼날 부분이 많더라고요. 운이 좋았죠(웃음). 조금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옛날에 멋모르고 연기할 때가 그리워졌어요. 제가 말하면서도 많이 부끄럽지만 진심이에요. 하하. 어렸을 때 선배들이 절 보면서 '멋모르고 연기할 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 그 뜻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요. '대박' 준비하면서 예전 작품을 돌려 봤는데 확실히 그때는 정말 힘들이지 않은 편안한 연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한 장면을 촬영할 때도 이런저런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때는 별생각 안 하고 연기하니까 보는 이들도 편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더라고요. 순수함을 많이 잃었어요. 크큭. 지금은 힘을 빼는, 편안한 연기를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봐도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이에요. 이건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진짜 제 고민이에요. 많은 인기를 얻는 것보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잃은 것 같아 속상해요. 고민이 많지만 일단 '대박'은 좋은 선배들이 많이 계시니까 보고 배우면 언젠가는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위기를 반드시, 열심히 극복할 거에요."

<[출장토크②]로 이어집니다>

sypova@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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