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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작정한 '돌저씨', '태양' 恨풀이도 안 통했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3-24 10:5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SBS '돌아와요 아저씨'가 작정하고 웃겼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셀프디스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KBS2 '태양의 후예'의 벽은 너무 높았고 뒤늦게 출발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게 마저 뒤처지게 됐다. 이제 안타깝다 못해 짠내난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SBS '돌아와요 아저씨'(노혜영·현주연 극본, 신윤섭·이남철 연출) 9회에서는 이해준(정지훈)이 김영수(김인권)를 핑계로 신다혜(이민정)의 집에 하숙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가족이 그리웠던 이해준은 김영수의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신다혜에게 하숙을 제안했다. 신다혜는 이해준의 제안에 콧방귀도 안 꼈지만 시아버지 김노갑(박인환)과 딸 김한나(이레)의 부탁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해준의 하숙을 결정했다. 자신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 이해준은 신다혜에게 "날 가족처럼 대해줘.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라며 진심을 전했다.

이해준은 김영수(김인권)로 살았을 때 가족의 온기를 떠올리며 포근하고 향긋한 이불 냄새를 만끽했다. 오랜만에 집에서 자는 잠은 꿀잠이었고 눈을 떴을 때 모든 게 꿈인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한 달 뒤 저승으로 가야 하는 이해준'이었던 것. 이해준은 더 후회하기 전 신다혜와 가까워지기 위해 애를 썼다.

신다혜의 비번날 두 팔을 걷고 요리에 나선 이해준. 딸 한나와 아버지 노갑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요리했지만 맛은 형편없었다. 이에 이해준은 한홍난(오연서)으로 환생한 한기탁(김수로)에게 SOS를 쳤고 때마침 송이연(이하늬), 최승재(이태환)와 노닥거리던 한홍난은 자신들의 식구를 몰고 신다혜의 집을 찾았다.

한홍난의 솜씨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 가운데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게 됐다. 물론 중간에 '직박구리'가 공개되면서 한홍난과 이해준의 치열한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어찌 됐든 김영수가 죽고 난 뒤 신다혜의 집에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이해준의 식구들과 한홍난의 식구들이 한데 모여 웃고 떠들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본편이 끝난 뒤 방송된 에필로그에서는 진짜 이해준(정지훈)이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모습을 담아냈고 특히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울고 있는 나의 모습 바보 같은 나의 모습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등의 가사가 흐르는 가운데 어떻게든 불을 피워 구조신호를 보내려는 이해준의 모습이 처절하게 비췄다. 온종일 나무를 비벼 간신히 불을 피운 이해준이었지만 그늘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던 조종사(이문식)가 라이터를 꺼내 한방에 불을 켜는 모습이 꼭 '돌아와요 아저씨'와 '태양의 후예를 보는 것만 같다. 제작진은 수목극 시청률을 독식하고 있는 '태양의 후예'에 '태양을 피하는 방법' 노래로 한풀이했고 '웃픈 현실'을 원망했다.

이렇듯 코믹한 설정으로 배꼽 잡는 웃음을, 따뜻한 가족애로 뭉클한 감동을 안긴 '돌아와요 아저씨'. 이날 방송은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로잡으며 '돌아와요 아저씨'만의 저력을 과시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태양의 후예'가 30.4%로 독보적인 1위를,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3.6%로 2위를 기록한 것. 그동안 '돌아와요 아저씨'는 2위 자존심을 지켰으나, 이날은 3.5% 시청률을 기록하며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도 밀리게 됐다.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다. 이젠 자존심 싸움이다. '어벤져스' 급 배우와 재미있는 스토리로 무장하며 호평받고 있는 '돌아와요 아저씨'. 짠내나는 이들이 하루빨리 '태양'과 '블랙스완'을 피하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돌아와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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