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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육룡' 유아인, 스포 씹어 삼킨 '킬방원'의 재림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1-27 09:34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킬방원' '흑화방원'의 유아인이 바짝 독이 올랐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 34회에서는 정몽주(김의성)가 이성계(천호진)의 수족들을 잘라내고 고려를 지키려는 모습이 그려졌다.

천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도전(김명민)을 유배 보내는 데 성공한 정몽주. 이에 이방원(유아인)은 정몽주에게 달려가 "이것이 역사에 남길 이름을 생각하는 분이 할 일입니까? 삼봉(정도전) 스승은 선생께선 선생께 애원하셨습니다. 새 나라의 모든 권력을 선생께 드린다고요"라며 분노했다. 악에 박친 이방원에게 정몽주는 "찬탈자가 쥐여주는 권력, 조금도 필요 없다"며 비웃었다.

이방원은 "대체 이 나라 고려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일까지 벌이면서 지키고자 하십니까"라며 "진정 상봉 선생께서 천출이라 생각하십니까? 무슨 증좌요? 폐가입진(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올린다)으로 우왕(이현배)을 폐위시킬 때처럼 말입니까요? 우왕 본인은 알고 있었을까요? 자신이 신돈의 자식인지 선왕의 자식인지, 그 누가 알겠습니까? 결국 힘 있는 자는 귀한 신분으로 남는 것이고 힘없는 자는 천한 신분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라며 정몽주를 압박했다. 이러한 이방원에게 정몽주는 "그래서 삼봉은 천출이다. 저지를 죄가 너무도 큰 것이기에 천출이 된 것이다. 그러니 너도 명심하거라"며 현실을 직시하라 충고했다. 그러나 이방원은 현실에 굴복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예, 오늘의 가르침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스승님"이라며 거들먹거리며 뒤돌아 나섰다.

정몽주의 배신에 치를 떤 이방원은 그를 몰아낼 계략을 생각해보려 했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땅을 빼앗긴 세족 조상원(조승연)이 이성계에게 암살을 시도한 것. 이성계는 말에서 떨어져 낙마, 생사가 오갈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이 소식을 들은 정몽주는 이번 기회에 이성계의 사람들을 모두 없애 분란을 종식하려 했다. 게다가 척사광(한예리)을 보내 이성계의 숨통을 끊고 새 나라 건국에 대한 씨앗을 뿌리 뽑으려고 했다.

이를 간파한 이방원은 이성계가 있는 벽란도로 향했다. 그는 아버지를 몰래 빼내 하루빨리 개경으로 모실 생각이었다. 이방원과 함께 힘겹게 도망치는 이성계는 "낙마를 하고 이런 일이 겹치는 게 왕건의 저주인 것 같구나. 하늘이 변하지 않고서야 어찌 포은(정몽주)이 변할 수 있겠느냐. 대유자 포은이 그런 모략을 하고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단 말이냐"라며 눈물을 흘렸다. 포은의 배신에 큰 상실감을 느낀 이성계였다.

이런 이성계를 향해 이방원은 "패업(무력이나 권모술수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니까요. 이것은 다 패업이고 우린 이미 패도의 한복판까지 들어왔으니까요"라면서 안에서 꿈틀거리는 괴물을 꺼내 들었다.

그는 "건업이고 창업이고 건국이고 다 듣기 좋은 말일뿐입니다. 피를 부르는 것은 당연지사, 무혈혁명은 환상이었습니다. 패업은 어쨌거나 흉상, 그 끔찍한 흉상을 일생의 업으로 삼았으니 당연한 겁니다. 정작 패업을 하겠다는 우리는 이상에 젖어있었고 오히려 그 패업을 막고자 하는 포은 선생은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해서 반드시 이겨낼 겁니다. 이 이방원이. 패도에서 그깟 포은이라는 대학자에게, 대유자 따위에게 질 수는 없습니다"라고 이를 갈았다.


분노에 치밀어 입술을 파르르 떠는 유아인은 '피의 군주' 이방원 그 자체였다. 격양된 톤부터 비아냥거리는 말투, 살기 품은 눈빛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극과 극 감정선을 펼쳐 보인 유아인은 진정 이방원, 아니 '킬방원'을 위해 태어난 배우였다.

역사가 곧 스포인 만큼 전 국민이 결말을 알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 그럼에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유아인이 선보이는 이방원 때문. 괴물이 되어가는 이방원을 보는 맛이 스포일러, 역사를 이긴 것.

이제 '육룡이 나르샤'는 유혈혁명의 시작인 선죽교 습격을 비롯해 본격적인 조선 건국에 나선다. 역사를 씹어 삼킨 유아인. '킬방원'의 재림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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