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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케이블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무림학교'의 부진은 황당한 전개와 연출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등장인물들은 단조롭고 현실과 동떨어진 전개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했다. 유치한 설정과 장면이 계속돼 손발 둘 곳 없는 민망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밤에 보는 어린이 드라마', '2016년 버전 매직키드 마수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오히려 이런 점에 호응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림학교'는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자극적인 설정도 사건도 없다.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도 크지 않다. 이명현상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 윤시우(이현우), 아버지와의 갈등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왕치앙(이홍빈) 등 청춘의 열기에 사로잡힌 이들이 살아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을 뿐이다. 그만큼 속 시끄럽게 만드는 '발암캐릭터'도 없고, 이리저리 꼬아대는 '고구마 전개'도 없다. 아직 6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벌써 윤시우와 황선아(정유진)이 남매 관계임을 암시했고, 윤시우 심순덕(서예지) 왕치앙 황선아의 사각 로맨스 구도도 드러났다. 꽤 속도감 있는 전개다.
그런 탓에 "'무림학교'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방송됐으면 어땠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무림학교'의 B급 코드는 분명 양날의 검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유치하게만 보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차라리 케이블 방송에서 대놓고 B급 코드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tvN 'SNL코리아' 등이 인기를 끈 것은 다름아닌 '병맛 코드' 때문이다. '선 병맛 후 중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협지 내지는 판타지 만화 같은 설정이 가득한 '무림학교'가 어설픈 청춘 스토리가 아닌 B급 코드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SNL 코리아'의 병맛 구도와 같은 효과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매니아층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의 혹평보다는 신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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