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여성 예능인들은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10년 이후 예능계는 심각한 남초현상이 벌어졌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예능이 모두 남성 예능인 위주의 판을 꾸렸고 이 과정에서 여성 예능인들은 철저하게 소외됐다.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자체도 거의 없어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롤은 서포터에 불과했다. 최근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김숙이 "2015년은 남자판이었다"라고 총평했을 정도. 어쩌다 베테랑 예능인조차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까.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편중화가 문제로 꼽힌다. 최근 몇년간 에능 트렌드는 '리얼리티'였다. 자연스럽게 밀착 예능이 증가했고 여성 예능인보다 접근에 제약이 덜한 남성 예능인에게 기회가 부여될 수밖에 없었다. '쿡방'과 '육아'에 온 관심이 쏠린 지난해에는 그런 현상이 더 심각해졌다. 요리 육아 살림 등은 여성의 몫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많은데, 낯선 역할에 적응해 가는 남성들의 모습이 새로운 볼거리를 창조했다. 남녀 성역할의 전환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그 파격적인 인기에 밀려 여성 예능인의 설 자리는 사라져갔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남성 예능인의 경우 이미 톱클래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반면 여성 개그맨들의 입지는 불안하다는 것.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여성 예능인을 끌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서장훈 같은 경우엔 유재석 김구라 등 끌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전문 예능인처럼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 예능인은 자기 자신이 설 자리조차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끌어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인 시선도 불편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이다. 남성 예능인처럼 행동하는 여성 예능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예능인을 예능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나댄다'라며 성별의 잣대를 드리운다. 방송인 박지윤은 "남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솔직하다는 평을 받지만 여성은 이야기를 하고 활발하게 행동하면 '나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성 예능인의 자세도 문제로 꼽힌다. 어차피 앞으로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성 예능인들이 방송에 임하는 자세도 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웃기 위해서다. 예쁜 여성 예능인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재밌는 여성 예능인이 보고싶은 거다. 그런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스로가 제약을 거는 경우가 많다.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민낯 공개, 벌칙 수행, 과한 분장 등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몸을 사리는 일이 많다. 본인이 그런 반응인데 뭘 하라고 시킬수나 있겠나. 그렇다면 당연히 좀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라고 꼬집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여성 예능인은 언제나 미적 소재만 활용한다. 못생기거나 예쁘거나 둘 중 하나다. 당연히 역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거나 외모로 희화화하지 말고 장르를 남성처럼 다양하게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못생겼는데 멋진 남자를 만나거나, 예쁜데 멋진 남자를 만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조선시대 발상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능도 신데렐라를 만드려 하는데 그런 건 드라마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 방송사 예능국 PD는 "현재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싫증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 또 최근엔 예능 트렌드도 '쿡방'이나 '육아' 대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얼굴을 계속 찾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예능감이 입증된 여성 예능인에게도 관심을 돌리고 있긴 하다. 아마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나 '마이리틀텔레비전'의 판타스틱4, JTBC '마녀를 부탁해' 등이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기획일 것이다. 자기만의 캐릭터가 확실하기만 하다면 여성 예능인의 활약도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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