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연출가 존 티파니의 치밀한 연출, 박소담 안승균 주진모의 앙상블로 구현된 몽환적이고 잔혹한 사랑, 연극 '렛 미 인'(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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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외톨이 소년 오스카와 영원히 죽지 않는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그리고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하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하칸, 이 세 명의 운명적인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오스카는 동네 놀이터에서 일라이를 만나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조금씩 친해지면서 둘은 마음을 터놓게 된다. 하지만 오스카는 그 무렵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일라이가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녀의 정체를 눈치채게 된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패닉에 빠진 오스카에게 일라이는 이 작품의 제목(렛 미 인)을 직설한다. "나 들어가도 돼? 네가 들어와도 된다고 하면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안 들어갈 거야."
오스카가 허락하는 순간 관객들은 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일라이 옆에서 오스카는 언젠가 하칸처럼 버림받게 된다는 사실을. 연출가 존 티파니는 "이 작품은 '당신은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평생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위해 많은 시간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놀이터인 정글짐을 활용해 만든 작은 수영장에 물을 채워 오스카를 빠트리는 장면, 형광등을 몇 개 이어 붙인 장식물을 활용해 달리는 열차를 구현한 장면 등 곳곳에 아이디어가 넘쳤다. 이따금 열리는 '세계적인 연출가의 내한 공연'에서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렛 미 인'만큼은 명불허전이다. 2월 28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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