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상식 붕괴의 현장이다.
KBS2 새 월화극 '무림학교'가 이제까지의 학원물과는 전혀 다른 컨셉트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KBS는 분명 자타공인 학원물 명가다. 신인을 개발하고 청소년층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겠다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학원물을 제작해왔고 결과도 좋았다. '학교' 시리즈는 최강희 배두나 장혁 김민희 이종석 김우빈 등을 발굴해내며 '스타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고, '발칙하게 고고'와 같은 작품도 호평받았다. 그런만큼 이번 '무림학교'도 청소년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꿈과 우정을 그린 '웰메이드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연 '무림학교'는 여러가지 의미로 기대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일단 현실과 거리가 멀다. 작품 설명부터 그렇다. '무림학교'는 취업과 스펙 쌓기가 아닌 정직 신의 생존 희생 소통 관계 등 사회에 나가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덕목을 배우는 무림캠퍼스에서 벌어지는 20대 청춘들의 액션 로맨스 드라마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입시 공부와 취업 고시에 목숨 거는 이시대 청춘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그나마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책임지는 심순덕(서예지)이 현실과 맞닿아 있을 뿐 한명은 이명 현상으로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아이돌그룹 멤버 윤시우(이현우)고, 다른 한명은 부자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 부호 아들 왕치앙(이홍빈)이다. 이들은 무예를 통해 '개인'이 아닌 '함께'의 중요성을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진심을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스킬을 배운다. 이처럼 '무림학교'는 인간의 지력 혹은 생활력이 아닌, 도덕적 인간성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가치관을 그리는 방법조차 희한하다. 마치 무협 만화에서 나올법한 특수효과와 연출로 시청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튀김을 무술로 제압한다거나 난데없는 격투 장면 등은 황당한 나머지 실소마저 흘리게 한다. 이렇게 '무림학교'는 이제까지 보여줬던 학원물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작품이다. 처음 접하는 드라마에 시청자들도 정확히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는 모양새다. 일부는 '밤에 보는 어린이 드라마', '컴미를 다시 보는 기분', '벡터맨의 귀환인가요'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아예 대놓고 B급 코드를 내세운 이 작품에 중독된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장르가 다양한 것일 뿐', '의외로 중독성 있다', '나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된다', '선병맛 후중독'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학원물에 대한 상식을 모조리 파괴한 '무림학교'가 어떤 결말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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