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파괴자]② '치인트', 팬덤의 장벽을 깨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1-22 08:51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팬덤의 장벽을 깼다.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 시작부터 미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치즈인더트랩'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웹툰 '치즈인더트랩'은 평범한 여대생 홍설과 어딘가 수상한 선배 유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 관계에 대한 현실적 사실적 묘사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11억 뷰, 일평균 100만뷰를 기록 중이다.


원작의 인기가 이처럼 높은 작품을 드라마화 한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필요한 일이다. 원작의 멋과 맛을 해치치 않는 한도 내에서 극화 시키는 각색 작업에도 상당한 공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원작 팬덤의 감시체제가 살벌하기 때문이다. 캐스팅부터 연출 방향까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벌떼처럼 봉기하는 원작 팬덤을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KBS2 '내일도 칸타빌레'다.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캐스팅 단계부터 잡음이 심했다. 당초 소녀시대 윤아가 여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팬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자진 사퇴했고 결국 팬들이 원했던 대로 심은경이 주연을 맡았으나 단두대에 올라야 했다.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주원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과 연출, 대본이 매회 지적받았고 평균 시청률 4%대라는 장렬한 흑역사를 남긴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밖에 '심야식당', '아름다운 그대에게', '장난스러운 키스' 등 '꽃보다 남자'를 제외한 일본 인기 만화 원작 드라마는 원작 팬덤의 철저한 혹평 속에 참패를 기록했다.


'치즈인더트랩'도 마찬가지였다.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과 '시어머니'의 합성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간섭이 빗발쳤다. 미쓰에이 수지가 여주인공으로 거론됐지만 강렬한 반대 속에 사퇴, 팬들이 원했던 대로 김고은이 홍설 역을 맡게 됐다. 박해진 서강준 등 다른 배역들도 팬들이 원했던 대로였다. 그러나 티저 영상이 공개되자 원작의 홍설 캐릭터를 망쳤다며 또한번 원성이 빗발쳤다. 이처럼 방송이 시작되기 몇달 전부터 '치어머니'의 치맛바람에 온라인은 떠들썩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이 달라졌다. 일단 믿고보는 박해진이 또한번 저력을 과시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유정 캐릭터를 그대로 화면에 가져오면서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의 위력을 보여준 것. 여기에 김고은은 홍설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탈바꿈시켰고 서강준은 까칠하지만 순수한 백인호를 창조해내며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나섰다. 결국 '치즈인더트랩'은 지난 19일 6회 방송이 평균 시청률 6.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로 5회 연속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또 중국 웨이보에서는 현지 드라마를 모두 제치고 18일 드라마 인기차트 1위, 웨이보 24시간 이슈차트 3위에 등극했다. 조회수는 더욱 기가 막히다. 18일 3억 5000만 건, 19일 4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치즈인더트랩'의 인기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인기 원작을 둔 작품들이 참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팬덤 때문인 경우가 많다. 팬덤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극을 짜맞추다보니 어느새 스토리는 산으로 가있다. 배우들은 이런 캐릭터의 변화를 어떻게 잡아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길을 잃는다. 결국 작품 퀄리티가 현저하게 떨어져 혹평에 시달리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치즈인더트랩'은 사전제작을 선언했다. 시청자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경우엔 오히려 제작진과 배우들이 생각했던 방향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뚝심과 파워가 생긴 셈이다. 어떻게 보면 '치즈인더트랩'은 만화 원작 드라마의 한계를 깬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