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 '내부자들'이 진기록을 세웠다. '내부자들'은 2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900만 고지(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를 밟았다. 지난해 11월 개봉환 '내부자들'이 누적관객수 707만 1069명, 감독판인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이 192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총 90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으는데 성공한 것. 이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최초 기록이다.
사실 한 영화가 확장판까지 이렇게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내부자들'은 전례를 깨고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던 걸까.
적나라한 현실을 그렸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이다. '내부자들'은 권력 유착의 끝을 그린 영화다. 언론 재계 정치권 검찰, 즉 가진 자들의 리그를 집중조명했다. 아무리 영화이고 극적 묘사가 더해졌다지만 이들의 행보는 과감하기 그지 없다. 위 아래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다. 오죽하면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신경쓰지 마세요"라는 망언도 서슴없이 내뱉을 정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객은 이 대사조차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 장면과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별장 성접대 사건, 은행 불법 자금 대출, 정치 자금 세탁 등 가진 자들이 어마어마한 범죄를 자행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사실이고 현실이다. OECD 34개국 중 부패지수가 27위라는 불명예에도 어쩔 수 없다. 영화는 이처럼 불편한 우리 사회 이야기를 그려대며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치명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깡패와 소위 말하는 '흙수저' 출신 검사가 손잡고 거대한 악에 맞선 것. 작은 선으로는 악을 상대할 수 없지만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는 지점에서 관객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다.
스토리 자체도 관객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은 두말 하면 입 아플 정도다. 이병헌과 조승우의 케미는 이제까지의 그 어떤 브로맨스보다 짜릿했다. 여기에 백윤식 이경영 김홍파 등 중견 연기자들, 배성우 김대명 조재윤 등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물론 일반판이 개봉한 뒤 한달 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감독판이 개봉하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고, 영화 개봉 당시의 스크린 독점 현상 등의 몇몇 문제점도 있긴 했지만 현실의 갑갑함을 저격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없었다면 그 어떤 토대가 마련됐어도 900만이란 열매를 피우진 못했을 것이다.
관객들 역시 '모두 연기를 너무 잘했다', '있을 법한 일이라 더 실감났다', '이참에 천만 가자'라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내부자들'이 대한민국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최초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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