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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명민이 유아인 못지않은 폭두 짓으로 권문세족의 부패를 막아섰다.
백성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그로 인해 얻은 곡식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계민수전에 대해 극심한 반발이 쏟아진 것. 땅을 가진 세족들은 백성들에게 약탈한 땅을 다시 나눠주기에 아깝고 또 자신들의 부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일단 반기부터 들고 나선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백성을 통솔하기엔 이상적인 제도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을 반대의 이유로 삼았다.
이렇듯 토지개혁을 향한 반발이 점차 깊어지는 가운데 세족들은 눈엣가시인 정도전을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몄다. 최영(전국환) 장군의 죽음과 이색(김종수)의 귀향에 대해 '정도전은 자신을 가르친 선생을 죽음으로 내몬 자'라며 백성들에게 소문을 퍼트렸다. 백성들 역시 점차 소문을 믿게 되고 정도전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정치는 분배다. 나는 지금부터 정치를 하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이어 토지대장에 기름을 붓고 "누가 불을 지르시겠소? 전 고작 사대부라 화전을 해 본 적이 없으니. 화전을 해 본 사람 중 누가 나서는 게 어떻겠소?"라면서 백성을 향해 외쳤다. 그동안 세족들이 몰래, 억울하게 빼앗은 백성의 토지를 태움으로써 처음부터 다시 토지를 조사하고 기록한다는 계획이었다. 원래 주인을 찾아주는데 무모하지만 이만한 방법은 없었던 것.
이를 옆에서 지켜본 이방원(유아인)은 "화전을 해본 사람도 좋지만 불을 지르는 일입니다. 불도 질러본 사람이 더 잘 지르지 않겠습니까"라며 부추겼고 백성들 역시 "불은 나도 질러봤소! 고향 땅에서 쫓겨났을 때 땅은 빼앗겼지만 집은 내 집이었소. 집을 뜯어먹고 살 수 없어 불을 싸지르고 떠나왔소"라며 자발적으로 나섰다.
백성들 스스로 횃불을 들고 토지대장 더미에 불을 붙이는 순간 정도전도, 이방원도, 백성도 모두 환호했다. "이제 이 나라의 땅은 새롭게 태어날 것이외다"며 호탕하게 웃는 정도전.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도전으로부터 폭두로 불리는 이방원은 "난 저 사내가, 저 사내가 여전히 좋다. 빌어먹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 마디로 이방원도 울고 갈 정도전의 폭두 짓이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밀어붙이는 추진력, 상상도 못 한 일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정도전은 어쩌면 이방원보다 더 지독한 폭두였을지도 모른다.
옛말에 선비 논 데 용 나고 학이 논 데 비늘이 쏟아진다고 했다. 훌륭한 사람의 자취나 착한 행실은 반드시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뜻. 정도전 논 데 이방원 나고 이방원 논 데 폭두가 쏟아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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