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굿바이 응팔①] 자나깨나 '멜로' 조심, 잠든 '류·택' 다시보자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1-15 09:04


사진=tvN '응답하라 198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자나 깨나 멜로 조심, 잠든 정환·잠든 택이 다시 보자"

지난해 11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줄곧 시청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우정 극본, 신원호 연출)이 오는 16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약 3개월 동안 시청자의 불금, 불토를 잊게 만들며 TV 앞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한 마성의 '응답하라 1988'. 소소하고 알콩달콩한 쌍문동 라이프를 더는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 한쪽이 아려온다.

무엇보다 죽은 연애 세포도 살려내는 '쌍문 오형제'의 로맨스를 엿볼 수 없다니 하늘이 무너지고 억장이 내려앉는 기분. 청소년관람불가 러브신이 난무한 요즘 시대에 불연 듯 찾아온 순도 100%, 청정 스킨십은 뭇 여성, 뭇 남성의 단전을 간지럽히며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얼레리 꼴레리" 놀리고 싶은 쌍문 로맨스를 더이상 볼 수 없다니, 이제 무슨 재미로 살아가야 하나. 그저 아쉽고 막막한 이들을 위해 '응답하라 1988' 로맨스 명장면을 나열해봤다. 연애 무식자 '쌍문 오형제'도 통한 청정 스킨십. 심쿵 유발한 그 장면은 무엇일까?

(추신, '연상연하' 보라(류혜영)·선우(고경표) 커플은 굶주린 키스 신으로 시청자에게 충격과 경악을 안긴바, '청정 스킨십' 대상에서 제외됐음을 알린다.)


사진=tvN '응답하라 1988'
정환의 성난 팔, 그리고 잘생긴 힘줄

'응답하라 1988' 4화, 당시만 해도 선우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한 덕선(혜리)은 그와 조금이라도 인연을 만들고 싶었고 그 방법 중 하나로 등굣길을 함께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지만 우등생인 선우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미 쌍문동을 벗어난 선우의 소식을 접한 덕선은 한껏 뿔이 났고 아쉬운 대로 정환(류준열)과 등굣길을 함께하게 됐다.


가뜩이나 심란한 덕선인데 버스 기사마저 난폭운전을 감행, 남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고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정환은 덕선에게 다가와 자신의 몸으로 안전 막을 쳐준 것. 흔들리는 차를 오로지 두 팔로 버텨낸 정환은 그야말로 남성미 가득한 '수컷 매력'을 과시했다. 정환의 잔뜩 성난 힘줄에 덕선도, 이를 지켜본 여자 시청자도 설šœ 순간이다. 성난 팔, 잘생긴 힘줄로 단번에 매력남이 된 정환이다.


사진=tvN '응답하라 1988'
아기 사슴, 알고 보니 '어깨성애자'

'응답하라 1988' 12화,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아기 사슴' 택(박보검)에게 유일한 활력소는 덕선이뿐. 이날 택이는 온종일 바둑에 시달리고 심지어 대국에서 패하기까지 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상황. 잔뜩 기운이 빠진 택은 늦은 저녁 반쯤 눈을 감고 축 처진 어깨로 쌍문동 골목길에 들어섰다. 때마침 덕선 또한 집으로 돌아가던 길. 비틀비틀 정신을 못 차리는 택을 목격한 덕선은 반가운 얼굴로 택을 불러세우며 그의 앞에 섰다.

핏기없이 하얗게 질린 얼굴이 덕선을 보자 금세 화색이 돈 택은 "어깨 좀 펴시지? 고개 들고!"라며 자신을 응원하는 덕선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곧바로 덕선에게 푹 쓰러진 택.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택의 행동에 놀란 덕선은 당황하며 "고생했어"라고 말했고 그제야 반달웃음을 지었다. 이후에도 틈만 나면 덕선의 어깨를 자기 것인 양 엉기는 택. 그야말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기 사슴'의 고급진 스킨십 기술이다.


사진=tvN '응답하라 1988'
자나 깨나 동침 조심, 잠든 류·택 다시 보자

'응답하라 1988' 11화, 덕선의 지하방이 한쪽으로 기울어 대공사에 들어간 상황. 며칠간 윗집 정환이네 신세를 지게 된 덕선이는 언니 보라와 정환의 침대에서 자게 됐다. 늦은 밤 보라는 잠든 덕선 몰래 선우를 만나러 나갔고 형 정봉(안재홍)과 자던 정환은 화장실에 다녀온 뒤 잠결에 자연스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고 어딘가 이상한 기분에 눈을 뜨자 바로 앞에 덕선이 자고 있었다. 놀란 것도 잠시 정환은 자는 덕선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봤고 곧이어 덕선도 눈을 떴다. 서로 한참을 바라보며 묘한 기류를 풍기던 두 사람. 침묵을 깬 건 덕선이었다. 앞서 덕선은 정환과 콘서트를 가고 싶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해 서운해 했지만 얼굴을 맞댄 김에 다시 한번 정환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므흣한 분위기 때문일까 차가웠던 정환도 "응. 가자"라며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다. 데이트 신청 외에 별다른 진도가 없었던 정환과 덕선의 동침. 그럼에도 역대급 떨림을 자아냈던 로맨스였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 17화, 정환과 동침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덕선에게 또 한 번의 동침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천사의 얼굴을 한 응큼 택이었다. 택의 진심을 알게 된 덕선과 정환을 진심을 알게 된 택. 세 사람의 안타까운 삼각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혼란스러운 건 덕선이었다. 자신을 밀어내는 정환을 대신해 성큼 다가온 택이 더 마음이 쓰였던 덕선은 택이의 방에 찾아 그의 눈치를 살폈다. 잔뜩 피곤한 얼굴로 하품하며 "나 잘 거야, 너도 얼른 가"라고 무심하게 말한 택은 곧바로 이부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덕선도 더는 방해하기 싫어 그의 방을 나섰다. 그런데 택 역시 이상한 기분에 눈을 뜨니 덕선이 자고 있었던 것. 덕선을 향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택은 덕선에게 돌직구 뽀뽀를 시도, 가슴 철렁이는 키스 신을 완성했다. 비록 다음날 모른척(?)하는 덕선으로 인해 꿈으로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택이도, 시청자도 꿈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꿈속 키스 신'이 탄생했다.


사진=tvN '응답하라 1988'
웬열, 강동원인 줄

'응답하라 1988' 10화, 정환의 소중한 형이자 7수 재수생 정봉은 어머니 미란의 잔소리를 피해 오락실을 찾았고 100판, 끝판왕까지 깨는 집념을 보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라며 게임기에 동전을 넣는 정봉을 못마땅하게 여긴 조폭은 정봉에게 "작작해라"며 위협했고 잔뜩 겁먹은 정봉은 그 길로 오락실을 도망쳤다. 쏟아지는 빗속 조폭과 쫓고 쫓기는 질주를 펼치게 된 정봉. 때마침 우산을 쓰고 가던 덕선의 친구 미옥(이민지)을 발견, 그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었다.

대놓고 영화 '늑대의 유혹'(04, 김태균 감독)의 명장면인 강동원 우산 신을 패러디한 정봉과 미옥. 구도는 물론, 표정, 대사까지 완벽히 재현한 두 사람. 정봉은 강동원에, 미옥은 이청아에 빙의돼 배꼽을 잡게 했다. 비록 안 웃고는 못 배길 로맨스였지만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강동원, 이청아가 부럽지 않은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다. 정환·덕선·택의 삼각관계가 무르익은 가운데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른 커플이 탄생했다.


사진=tvN '응답하라 1988'
선무당 사람 잡은 부루마블 '우주여행'

'응답하라 1988' 13화, 미옥과 한 편의 청춘 로맨스 영화를 찍은 정봉. 두 사람은 빗속에서 '운명'을 마주한 뒤 스파크 튀는 사랑을 펼쳤다. 특히 민옥에게 흠뻑 빠진 정봉은 구구절절한 연애편지를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민옥에게 답장이 오지 않았던 것. 분명 민옥도 사랑에 빠진 게 확실하건만 정봉의 마음에 응답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애타는 마음에 매일 우편함만 들여다보던 정봉. 그런 정봉을 알게 된 덕선은 미스테리했던 미옥의 근황을 전했다. 미옥은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해 병원에 입원했고 매일 병간호를 하는 엄한 아버지 때문에 정봉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모든 정황을 안 정봉은 그제야 안심했고 미옥의 병문안을 준비했다. 미옥을 기쁘게 할 선물을 고민하던 정봉은 "만옥이가 병원에 입원한 후 밖을 나오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라는 덕선의 말을 듣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부루마블의 '우주여행 초청장'.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부루마블 최고의 카드다. 정성스레 쓴 편지와 '우주여행 초청장'을 담은 편지를 들고 병원을 찾은 정봉. 여러 가지 방해요인으로 미옥에게 직접 선물을 전할 수 없었지만 , 어찌 됐든 정봉의 진심이 전달되는 데는 성공했다. 미옥의 취향을 확실히 저격한 '우주여행'. 선무당, 아닌 정봉이 미옥 잡은 특급 로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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