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로봇, 소리'
작품성 ★★★☆
오락성 ★★★★
감독 이호재 / 주연 이성민 이희준 이하늬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6년 1월 27일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작전'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평단에서는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범죄스릴러로서 한국적 주식 작전 상황을 할리우드식 문법으로 잘 풀어냈다는 평이 많았다. 데뷔작에서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호재 감독이 다시 충무로에 컴백하는데도 7년이라는 시간이 다시 걸렸다. 그리고 그는 또 다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을 내놨다.
독특한 점은 '로봇, 소리'가 '작전'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영화라는 것이다. '작전'이 웰메이드 범죄스릴러라면 '로봇, 소리'는 감동 극화에 가깝다. 치밀한 반전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관객의 눈물을 빼앗을까를 연구한 작품 같다. 게다가 할리우드식 문법을 깔끔하게 풀어나가는 이호재 감독의 스타일은 '로봇, 소리'에서도 여전하다.
관세청 공무원이었던 김해관(이성민)은 딸이 실종되자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딸을 찾는데 인생을 건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로봇을 통해 딸 유주(채수빈)가 남기고간 단서를 따라가면서 실종의 실마리가 하나씩 풀린다. 딸을 찾는 아버지 이야기 위주라 영화는 시종일관 애절함이 묻어나지만 위트도 잊지 않았다. 진지한 김해관 주위에 나타나는 주변인들은 로봇부터 사람까지 모두 해맑아 자연스러운 웃음을 준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로봇의 완성도도 꽤 높다. 6개월에 걸쳐 억단위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는 이 로봇은 리얼리티까지 살아있어 어색함 없이 영화 속에 묻어난다. 일종의 인간과 로봇의 버디 무비인 이 작품에서 이성민 못지 않게 로봇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게다가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적 시선도 놓치지 않은 것은 '로봇, 소리'의 최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부터 사회문제, 정부, 국가간의 힘의 문제까지 리얼리티 있게 잘 버무려놨다.
고달픈 아버지 역의 이성민의 연기는 영화팬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나무랄데 없다. '오빠 생각'에 이어 '로봇, 소리'에서도 악역을 맡은 이희준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것 같다. 기자는 미스코리아 진이 된 직후 이하늬가 손에서 수첩을 놓지않고 영어 공부에 매진하던 때를 기억한다. 그리고 '로봇, 소리'에 등장하는 그의 영어는 꽤 유창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영어 실력 뿐만 아니라 연기력은 또 언제 그렇게 발전했는지 기특하기만 하다.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의 예전 모습도 반갑다. 이호재 감독은 "이렇게 뜰 줄 알았으면 더 많이 촬영해놓을 걸. 촬영분을 최대한 넣은 것이 이정도다. 더 넣으려면 슬로우비디오로 만들어야 한다"고 농담했지만 "내가 배우 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고 자화자찬할만큼 류준열의 등장은 임팩트 있다. 김원해 이영진 채수빈 곽시양 등 최근 각광받는 배우들이 등장해 보는 재미도 있다.
할리우드나 한국영화가 많이 개봉하는 방학 시즌이자만 '로봇, 소리'를 선택하는 관객은 뜨거우진 가슴을 안고 극장을 나설 수 있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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