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변에 의해 행복해지고 그렇게 받은 사랑으로 스스로를 가꿔나간다. 모델이자 배우로 20대를 살다 서른 중반에 이른 지금 영화 감독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MC로 음악인으로 부지런히 지평을 넓혀나가는 이영진을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도전을 했으나 하나 하나의 성취에 연연해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한 이영진의 인생 철학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시즌2 다섯 번째 주인공은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이다. 정윤기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1세대라면 자신은 2세대 쯤에 위치할 것 같다고 말하는 박만현은 화려한 패션계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1.5세대 스타일리스트 채한석의 어시스던트로 패션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패션지 창간팀 에디터로 활동하고, 프리랜서로도 일을 하다 지금은 홍보대행사이자 매니지먼트, 또 스타일링까지 패션계를 주름잡는 PR라인의 대표다. 동시에 여전히 이병헌, 한효주 등 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만남을 청했다.
풍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끝도 없이 풍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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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이하 이)-패션 에디터, 아트 디렉터, 모델 에이전시, 홍보 대행사 등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패션계 팔방미인인 박만현 스타일리스타가 처음 패션계에 발을 디디게 된 시절의 이야기를 해준다면요.
박만현(이하 박) : 정말 긴 스토리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산업디자인과를 나와 패션에 대한 관심은 많았어요. 졸업 이후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면 너무 평이한 작업을 해야할 것 같았던 차에 패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인의 소개로 (채)한석이 형을 만나게 됐어요. 그 인연에서 채한석 형 어시스던트가 되면서 패션계에 입문하게 됐어요.
이-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그 즈음이죠.
박: 네, 그렇게 우연치 않은 기회에 한석 형을 만나 일을 배우게 된거죠.
이-이후에 패션지 에디터도 했었어요.
박: 어시 일을 하다 패션지 아레나 창간팀에 합류해 에디터가 됐죠. 그 시절 '무한도전' 72회에 출연하게 됐는데 이슈가 되면서 방송 관계자분들이 제게 호기심을 가지게 됐죠. 이후 다른 방송에도 조금씩 출연하게 됐고요.
이-그러다가 2009년인가에 에디터를 그만두게 됐죠. 이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박: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에디터 일을 하면서 생긴 인맥 중에서 절 집중해서 봐줬던 분들이 일을 주셨어요. 광고 작업도 하고 강의도 하고 소소한 외부 일을 하다가, 2014년 1월 2일에 지금 몸담고 있는 홍보 대행사 PR라인을 시작하게 됐죠. 몇몇 분들이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있으니 네가 홍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 해주신 것이 계기가 됐어요.
이-특이한 이력인 것 같아요.
박: 저 같은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또 없는 것 같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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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할 때 송일국 씨와 함께 일하게 됐어요. 사실 전 배우나 아티스트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었는데, 송일국 씨는 참 인간적으로 소통이 됐던 배우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드라마 촬영 이후 휴가를 가는데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같이 가더라고요. 지금 제 오른팔인 스타일팀의 실장님이 당시 송일국 씨와 현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가족 여행에 그 분을 함께 데려가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죠.
이-지금 담당하는 배우들은요?
박: 이병헌, 한효주, 하연수, 정진운, 정연주, 배수빈, 모델 스테파니 등이 있어요.
이-배우랑 일할 때 그래도 어려운 점은 없나요?
박: 잡지사에서 일을 해서 지면 작업에는 강한데 영상이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아무리 잡지에서 예뻐보여도 드라마에서 배우들에게 입혀두면 예쁘지 않은 것이 있더라고요. 배우의 움직임 안에 자연스러운 멋스러움을 살려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죠.
이-배우 스타일리스트로서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요?
박: 소통이죠.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많아져요. 배우들의 경우, 기존 컨셉에서 대중이 사랑할 수 있는 이미지를 더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본인의 색깔이 강해 치우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트러블도 생기게 되죠. 다행히 지금 함께 일 하는 배우들은 자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그게 잘 맞아요.
이-스타일리스트 세대를 구분한다면 박만현 씨는 몇 세대에 속할까요?
박: 2세대인 것 같아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김성일이 1세대라면, 스타일리스트 리밍, 채한석은 1.5세대가 될 것 같고요. 제가 그 다음은 2세대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그런데 패션 필드에서 스타일리스트라는 명칭이 나온 것이 아마 2005년도 정도 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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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요즘 주목하는 모델은 이요백이에요. 데뷔 이후 남성지 라이센스 매거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어요. 비주얼 작업을 하다 요즘은 메인 화보까지 찍으니 단연 이슈가 되는 것 같아요.
이-스타일리스트 박만현이 생각하는 패셔니스타도 물어볼게요.
박: 특정 누군가를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신의 체형이 가진 단점을 극복해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또 옷을 잘 입는 분들이 패셔니스타인 것 같아요. 있는데 일반적으로 잘 맞는 몸이 아닌데 체형 단점 극복해 옷을 잘 입어보이게 하는. 자기의 색깔의 어울림이 있는 사람들이 진짜 패셔니스타인 것 같네요.
이-중국에서의 활동도 요즘 활발히 하고 있어요.
박: 많지는 않지만 중국 내 브랜드와도 작업하고 중국 내에서 패션쇼도 하고요. 또 중국 VIP 들 쇼핑을 도와주기도 해요. 한류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요. 대부분 만나보면 한국 배우처럼 입고 싶은 마음이 강하죠. 예를 들어, 특정 남자 아티스트의 수트에 관심이 많은 중국 분께 한국에서 수트 잘하는 집을 소개해 줬어요. 하지만 요즘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유학파 출신이 대거 들어와서 한국 스타일리스트들은 살짝 밀려나는 추세이긴 해요. 중국 브랜드 마케팅 비주얼을 담당하는 이들을 보면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를 해서 글로벌한 인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죠.
이-박만현 스타일리스트의 2016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 PR라인 그룹의 각 팀들이 유기적으로 단합이 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만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저 혼자 할 수는 없을 테고 누군가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어요. 또 2016년 설 지나고나면 PR라인 사옥이 다 지어지는데, 그 이후 더 열심히 일 해야겠죠.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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