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키워드로 살펴본 2015년 한국 게임산업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12-28 17:40


2015년, 대한민국의 게임과 e스포츠계는 변화무쌍한 산업계의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됐다.

매년 넘쳐났던 규제 이슈는 다소 잠잠해졌지만, 그동안 내재됐던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이 많이 표출됐다. 게임의 경우 완전히 대세로 자리잡은 모바일게임은 점점 더 대형화되면서 중소게임들의 설자리가 점점 더 없어졌고, 온라인게임은 질이나 양적인 면에서 최근 수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나는 듯 보였지만 대형 히트작이 나오지 않으며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인기의 공고화 흐름에서도 다른 e스포츠 종목들의 부상이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연말 터져나온 중계권 갈등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 트렌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주요 뉴스를 게임과 e스포츠로 나눠 키워드로 살펴본다.


갈등, 그리고 갈등

연초부터 게임산업은 '갈등'으로 시작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3년 전 엔씨소프트의 1대 주주로 올라섰던 넥슨은 1월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의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다고 공시하면서 싸움은 촉발됐다. 한국 게임산업의 양대산맥인 두 회사의 다툼은 내부뿐 아니라 다른 산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쏟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게임개발에 대한 철학이나 기업문화, 비즈니스 모델 등이 상이한 두 회사는 결국 2개월여 날선 공방을 펼쳤고, 이 와중에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넥슨의 지주사 NXC 김정주 대표의 20년 우정도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3월에 열린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넥슨은 별다른 실익을 챙기지 못했고, 결국 10월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두 회사의 3년에 걸친 불편한 동거는 막을 내렸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결별은 향후 서로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다행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손을 잡고 해외 대형 게임사와 멋진 경쟁을 펼쳐보이겠다는 꿈의 좌절이라는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8~9월에는 '오디션'의 판권을 두고 개발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와 퍼블리셔 와이디온라인의 공방으로 시끄러웠다. 티쓰리가 '오디션'을 자체 서비스하기로 하면서 와이디온라인이 보유중인 유저 DB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두 회사는 소송전으로 치달았고 결국 조건 결렬로 인해 '오디션'은 10월부터 기존 DB 없이 새롭게 시작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DB를 볼모로 한 두 회사의 갈등을 통해 결국 유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결별 가운데 최악의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지난 11월 11일 부산 벡스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레이븐'으로 대상을 수상한 넷마블에스티의 유석호 대표가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HIT'
대형화, 빛과 그림자

모바일게임에서 대형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게임 산업계에선 자타공인 최강자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지난 11월에는 구글플레이 모바일게임 매출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를 정도가 됐다. 올 3분기까지 7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중인 가운데, 현재 추세라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에 이어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여는 게임사 반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 1~2년이 넘는 모바일게임을 여전히 매출 최상위권에 유지시키는가 하면 '레이븐', '이데아', '마블퓨처파이트', '백발백중' 등 자체 혹은 외부 IP를 연달아 히트시키는 등 장르의 다양성과 양적인 면에서 독주를 했다. 특히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레이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 대표 게임사로서의 명예까지 안았다.

엔씨소프트와 결별을 한 넥슨은 그동안 모바일에 많은 투자를 했으면서도 좀처럼 온라인게임만큼의 성공작을 내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올해 '도미네이션즈'와 'HIT'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내년 이후의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하지만 예전 온라인게임처럼 모바일도 대형화가 되면서 중소게임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됐다. 특히 차승원 이병헌 하정우 장동건 이정재 정우성 하지원을 비롯해 올랜도 블룸까지 국내외 톱스타들이 대형 모바일게임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마케팅비가 급증, 이런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와이디온라인과 조이시티가 '갓오브하이스쿨', '주사위의신'으로 그나마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게임빌과 컴투스가 올해 별다른 히트작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 등 지난해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며 상장을 한 중견게임사들마저 차기작을 제대로 내지 못하며 고전을 하고 있다.


'문명 온라인'

'블레스'
온라인, 고전과 희망

온라인게임은 올해도 기존작들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 몇년간보다는 신작의 다양성과 수적인 면에서 증가했다는 점은 나름의 희망을 갖게 한다.

'검은사막'은 연초 기대작이었지만 그래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실망을 주며 '망작' 대열에 섰고,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메이플스토리2'는 첫날 30만명이 넘는 유저가 몰려들어 흥행 조짐을 보였지만 초반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다. '애스커'는 배우 황정민을 홍보모델로 앞세워 의욕을 보였지만 역시 온라인게임의 침체를 막지 못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항마로 꼽혔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파이널판타지14', '스타크래프트2'의 최종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 등이 그나마 선방을 했고, 최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문명 온라인'과 '트리 오브 세이비어' 등도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내년에는 '블레스', 'MXM', '서든어택2' 등 대작들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온라인게임의 IP를 활용한 '스핀오프' 게임들이 인기를 모으며 온라인의 여전한 경쟁력을 확인했다. '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뮤 오리진'이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초대박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년에는 '리니지'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게임 2종이 나오는 등 이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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