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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오락성 ★★★
감독 / 로라 포이트라스 / 주연 에드워드 스노든, 로라 포이트라스, 글렌 그린월드 / 배급 콘텐숍 / 개봉 2015년 11월 19일
부즈앨런해밀턴이라는 IT회사에서 국가안보국(NSA)에 파견을 나갔던 스노든은 마치 영화를 보듯 치밀하게 행동했고 그 결과 내부고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시티즌포'는 이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나가면 마치 첩보 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감독을 맡은 로라 포이트라스가 어느날 '시티즌포'라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암호화된 메시지를 받는 것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누구라는 것, 어디서 일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숨긴채 포이트라스 감독에게 방대한 분량의 NSA 비밀 문서를 전달한다. 내용은 역시 9·11사태 이후 NSA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이메일 통신 등을 활용해 테러 활동 의심이 간다는 이유로 수백만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스노든이 이를 폭로하기로 결심한 것.
그의 치밀한 작전은 미리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홍콩의 한 호텔방에서 포이트라스 감독, 가디언지 기자 글렌 그린월드를 만난 스노든은 자신이 노출된다는 것을 감수하고도 폭로를 계속했고 가디언지에 첫 보도가 나간 후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가 인터뷰 장소를 홍콩으로 정한 것, 공개할 매체를 미국이 아닌 영국의 신문으로 정한 것 그리고 처음부터 포이트라스 감독에게 메시지를 전해 모든 과정을 다큐 영화로 만들 수 있게 한 것 역시 치밀한 그의 작전에 의한 것이었다. 때문에 '시티즌포'는 이미 일어난 사건을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직접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스물 아홉의 젊은이에게는 벅찬 일일 수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 NSA 비밀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IT전문가의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천재적인 인물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행동 하나 하나는 우리가 얼마나 감시 감청에 무방비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충격이다. 우리나라도 얼마전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국내 정보기관이 일반인들을 감시했다는 폭로가 등장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바 있다. 그래서 '시티즌포'는 더욱 현실처럼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시티즌포'가 주는 메시지 역시 이런 정의로운 내부고발자(whistle-blower)가 '송곳'처럼 나올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많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이나 통신이 오히려 우리를 감시하는데 쓰인다는 아이러니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그래서 '시티즌포'는 더 많은 이들이 봐야하는 영화가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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