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종영 '패션왕-비밀의상자', 끝이 아닌 시작 (현장스케치)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5-06-28 09:02


'패션왕-비밀의 상자' 한국 출연진들 김종국 정두영 고태용 유인나 곽현주 이정신(왼쪽부터). 사진제공=SBS 플러스

중국 출연진들. 왕위타오 류옌 란위 우커췬 장츠 장량(왼쪽부터)

지난 27일 상암동 SBS 프리즌 타워에서는 국내 최초 한중 합작 예능 프로그램 SBS PLUS '패션왕-비밀의 상자'의 최종 우승을 결정하는 파이널 경연의 녹화가 진행되었다. '패션왕-비밀의 상자'는 스타와 디자이너가 팀을 이뤄 매회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룩을 선보이는 한·중 합작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패션왕-비밀의 상자'는 단순 시청률이나 화제성으로 평가하기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시아 최초로 시도된 한-중 합작 패션 프로그램일 뿐더러 한국과 중국 패션의 미래를 이끌 주역들의 소통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스타와 디자이너 개개인은 물론 한-중 국가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다녀온 현장은 마치 월드컵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6개월의 대단원의 막, 한-중 패션의 자존심을 건 마지막 승부, 그 뜨거운 현장을 전달한다.

#1 감출 수 없는 긴장감

파이널 매치는 국가 대항전이었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총 세번의 국가 대항전에서 중국 팀이 두 번의 승리를, 한국 팀은 한 번의 승리를 했기 때문에 한국 팀의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번 경연은 50점의 승점을 가져가는 국가대항전인 만큼 승패 여부에 따라 개별 순위가 변동되고, 그것이 최종 우승을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경연 방식 또한 각 팀의 무대가 끝난 후 바로 평가되는 기존에서 벗어나 모든 팀의 무대가 끝나고 여섯팀을 한번에 평가하는것을 변경되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다.

마지막 국가대항전 녹화 당시, 정두영 디자이너는 "이번 국가대항전에서 한국팀이 지게 되면 한국팀의 순위가 모두 떨어지게 된다. 지금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김종국 역시 긴장되냐는 질문에 "정말 죽겠다. 오늘 한국팀이 사활을 걸지 않으면 마지막 경연에서 희망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라고 할 정도로 한국 팀의 부담감은 큰 듯했다.

무대를 준비하는 분주한 스태프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 모두가 뜨거웠다. 끊임없이 반짝이는 붉은 빛의 무대 세트가 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듯 했다.


#2 한-중을 대표하는 의상을 제작하라!


사진 = 이정신 웨이보
파이널 라운드의 미션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의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디자이너와 스타 개인의 아이덴티티는 물론 국가의 이미지와 자존심이 달린 주제였고 이 프로그램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의상이라는 점에서 스타와 디자이너 모두가 더욱 신중을 기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번째로 중국의 류옌-왕위타오 디자이너 팀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중국의 전통혼례 신부 의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의상을 제작하였다. 커다란 리본이 달린 짙은 남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 모델이 걸어나오고 관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봤다. 류옌은 직접 준비한 중국 전통 무용까지 선보였다. 스스로가 참여한 의상과 중국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두번째 팀은 한국의 유인나-고태용 디자이너였다. VCR화면에서 그들은 한국의 오방색을 표현한 요리인 비빔밥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원일 셰프를 찾아갔다. 이로써 탄생한 그들의 의상은 오방색을 이용, 모던함과 전통적인 느낌을 모두를 표현할 수 있는 트랜스폼형 의상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세번째로 중국의 우커취-란위 디자이너 팀이 화려한 실루엣의 붉은 드레스를 선보였다. 그들은 천연 원단과 행복을 상징하는 레드 컬러를 사용하여 중국의 전통을 강조할 뿐 아니라 모두의 원만한 행복을 기원했다. 모델이 하늘하늘한 붉은 빛 천을 흩날리며 런웨이를 걸을 때, 남자 관객들의 시선도 함께 옮겨갔다.

네번째는 이정신-곽현주 디자이너 팀의 순서. 그들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하기 위해 트랜스폼이 중심이 된 패턴 의상을 선보였다. VCR에서 이정신은 갓을 보고 "우리나라 옛날 페도라 같다. 갓과 페도라의 중간인 '갓도라'는 어떠냐?"며 약간은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섯번째는 장량-장츠디자이너의 순서. 그들은 무궁화와 중국의 지도를 패턴으로 한 의상을 선보였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로고가 흩날리는 의상이었다. 그들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들을 옷에 형상화함으로써 한-중간의 우정을 기원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은 김종국-정두영 디자이너의 순서였다. 그들은 기와에서 모티브를 얻은 블루 패턴의 블루종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리버서블에 강한 그들 답게 다양한 용도로 변신할 수 있는 강점을 보여줬다.

언제나 무대와 카메라에 익숙한 스타들이지만, 100초라는 시간제한이 주어진 PT에서는 연신 긴장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최선을 다하여 PT를 해낸 후엔 만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평소 PT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유인나-고태용 디자이너 팀은 시간 제한 내에 설명을 완성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 스타와 디자이너보다 더한 관객?!

패션에 대한 열정을 지닌 건 비단 한-중 디자이너들과 연예인 뿐만이 아니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패션 평가단과 관객들의 의상 또한 그들 못지 않게 스타일리시했다. 드레시한 원피스부터 슈트, 스트릿 패션까지 마치 컬렉션 현장을 보는 듯 각양각색이었다. 그들은 하나씩 공개되는 파이널 의상을 신중하고 꼼꼼히 살펴보았으며 무대 위 VCR 영상이 나오는 동안에서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미, 서인영, 김종국 세 MC 역시 멘트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집중하며 영상을 감상했다. 재밌는 장면에선 함께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모두가 패션으로 하나가 된 현장, 단연 '패션 월드컵' 다운 모습이었다.

#4 드라마틱한 결과

우승자 발표가 나기 직전, 자신의 의상을 입은 모델과 함께 서서 결과를 기다리는 스타와 디자이너는 광고시간 동안에도 긴장이 역력한 모습을 보였다. 두근두근. 모두가 숨죽이며 점수가 공개되는 화면을 기다렸다.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한국의 김종국-정두영, 중국의 장량-장츠 팀이 440점 동점으로 공동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누적점수와 인터넷투표 점수는 장량-장츠팀이 240+100점으로 김종국-정두영팀의 280+80점보다 뒤처져 있었지만 현장 투표에서 장량-장츠팀이 100점, 김종국-정두영 팀이 80점을 얻어 극적인 동점이 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만족스러울 만한 결과였으며 관객들의 박수소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장량은 "친구를 사귀었고 우정을 만들었다. 그래서 굉장히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으며 정두영 디자이너 역시 "대결보다는 화합의 자리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종국 역시 "좋은 분들을 만나서 영광이었고 앞으로 패션에 많이 신경쓰도록 하겠다"며 패셔니스타로서의 미래를 다짐하기도 했다.




#5 그리고 다시 시작.

무대는 한-중 스타들과 디자이너, 그리고 '패션왕-비밀의 상자'를 이끈 스태프의 기념 촬영으로 마무리되었다. 모두의 표정은 밝았고 만족스러워 보였다. 관객들은 하나 둘 씩 빠져나갔고 무대의 조명은 꺼졌다. 그러나 결코 이것은 마지막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류 인기에 힘입어 중국의 자본들이 점차 한국 연예계와 패션계에 유입되고 있으며 단순 상품을 수입하거나 제작하기 보다는 협업의 형태로 가고 있다. '패션왕-비밀의 상자'는 그러한 한-중의 패션의 미래에 물꼬를 튼 계기가 됐으며 더 나아가 문화 교류의 교두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과 자본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서로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배워나가고 또 촘촘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프로그램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혜진기자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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