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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사전 풀이 그대로, 공경하면서 두려워하는 마음. 영화 '추적자', '황해', '화이', '타짜' 등 그의 출연작이 남긴 강렬한 잔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김윤석이 형사 캐릭터를 여러 번 연기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범죄물이나 스릴러물에서 8할은 형사가 주인공이니까. 그런데 '형사다운 형사'를 연기한 건 이번 영화 '극비수사'가 처음이란다. '추적자'에선 전직 형사 출신 포주였고, '거북이 달린다'에선 게으른 공무원에 가까웠다는 게 그의 설명.
곽경택 감독은 "주연 배우들 마음속으로 들어가게 만들고 싶었다"면서 그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잡았다. 특히 부당한 상황과 요구에 맞닥뜨린 공길용 형사가 분노를 참아내던 표정과 눈빛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부조리한 일들은 어디서나 일어나죠. 배우의 삶도 예외는 아니에요. 영화의 주인공들은 비록 손해를 보지만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잖아요. 그런 메시지가 참 마음에 들어요."
클로즈업으로 자신의 얼굴을 본 느낌은 어떨까. "아직까진 잘 생겼구나 하는 생각?" 농담을 던지며 '껄껄껄' 웃지만 TV에서 과거 출연작을 보면 쑥스러움에 냉큼 채널을 돌려버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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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이 이번에 얻은 또 한명의 절친은 곽경택 감독이다. 곽 감독이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곽 감독이 콘티북 끝에 스태프의 사진과 이름을 다 붙여놓았더군요. 그래서 현장 막내까지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는 정말 합리적이고 유능한 지휘잡니다."
'극비수사'를 개봉을 앞두고 최근에 영화 '검은 사제들' 촬영을 마쳤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다. 그래도 갈증이 없을 순 없다. 작품을 고르기가 점점 까다로워진다. 충무로의 영화 생태계 문제도 하나의 요인이다. "영화들이 점점 세련돼지는 건 분명해요. 그렇지만 유행 장르에 편중하고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작품이 많아요. 새로운 우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하나의 우물만 파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마를 겁니다.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윤석이 작품을 고를 때도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흥행 여부는 관계 없어요. 내 판단에, 만들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 선택합니다. 주조연도 중요치 않아요."
뼈 있는 일침 속에 그의 열정이 뜨겁게 팔딱거린다. 영화 얘기라면 밤을 새울 듯한 기세다. 듣는 이도 점점 빠져든다. 다음엔 어떤 영화가 준비돼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이내 열기를 꺼뜨리며 수더분한 아저씨로 돌아온다. "나도 좀 쉬어야지. 가족과 여행 가려고요. 사람들은 제가 만날 영화만 찍는 줄 아는데 일상은 평범해요. 집에 아무도 없이 혼자 뒹굴거리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자 아빠예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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