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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잘하는 아이돌. 그에겐 시효가 한참 지난 수식어다. 앞과 뒤의 단어를 뒤바꾸어야 지금의 그를 설명하기에 더 알맞다. 이미 그의 무게중심은 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그룹의 멤버라는 설명도 필요가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임슬옹. 이름 세 글자면 충분하다.
망가지더라도 우스꽝스럽지 않아야 진짜 코미디다. 임슬옹의 균형감 있는 코미디에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장면을 찍든 대사를 가볍게 던질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감정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코미디 연기가 배우 임슬옹에게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그를 격려했다. 임슬옹은 감독의 고마운 한 마디를 연기 활동의 지침처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극중 강철과 호구(최우식)의 브로맨스도 큰 화제였다. 스스로 게이가 아닌가 의심하며 호구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강철의 모습은 그의 상남자 이미지를 뒤엎는 쾌감을 느끼게 했다. 주변에 게이 친구들이 많아서 편견이 전혀 없었음에도 그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최우식의 얼굴에서 예쁜 점을 하나씩 찾아내 그 순간에 몰입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럼에도 "도저히 눈은 못 쳐다보겠더라"며 임슬옹은 껄껄 웃었다. "우식이와는 성격과 취향이 정말 잘 맞았아서 금방 친해졌어요. 덕분에 로맨틱한 장면에서도 호흡이 잘 맞았죠.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브로맨스'라면서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 저희도 그런 반응에 고무돼서 '좀 더 세게 붙어보자', '심쿵하게 해보자'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곤 했죠. 다만 엔지가 날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연기자도 스태프도 웃느라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죠.(웃음)"
상남자의 사랑법도 궁금하다. "좋은 데 이유가 있을까"라는 반문으로 시작한 그의 사랑학 개론은 이렇다. "자연스러운 감정을 부정하고 자꾸만 감정을 무게 달듯 재단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게 잘 안 돼요. 밀당은 전혀 못하죠. 연애할 때는 다 퍼주는 헌신적인 스타일이에요. 연애에선 그야말로 호구죠. 연애를 안 한지 1년 반 정도 지났는데 점점 외로워지네요."
하지만 아직은 연애보다 연기가 우선이다. 그가 홀로서기를 준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임슬옹은 최근 박진영이 이끌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연기 전문 매니지먼트 싸이더스HQ로 옮겼다. 물론 2AM 활동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그룹 활동할 때보다 오히려 지금 멤버들과 더 자주 만난다. "형제 같고 동네 친구 같은 당연한 존재"로 멤버들과 늘 함께하지만, 온전히 임슬옹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처음 '개인의 취향'으로 연기를 시작했을 땐 마냥 신기했어요. 그러다 단막극 '도시락'을 통해 연기의 맛을 느꼈고, 영화 '26년'으로 연기에 대한 생각이 진지해졌어요.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준비해 왔어요. 그리고 이젠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어요. 배우든 솔로음악이든 좀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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