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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현주에게 영화 '악의 연대기'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지난해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를 마친 뒤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은 빠듯한 스케줄에도 손현주의 복귀를 묵묵히 기다려줬고, 백운학 감독은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온 그를 눈물로 환영했다. 손현주는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동료들의 마음에 보답했다.
손현주는 이 영화에서 우발적인 살인사건에 휘말린 형사로 분한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 필수로 따르는 액션 연기도 펼친다. 백운학 감독은 "촬영 전에 고사를 지낼 때 보니 손현주가 무릎을 잘 꿇지 못하던데, 그 몸으로 액션 연기를 했다"고 미안해했다. 실제로 손현주는 2005년 드라마 촬영 중에 왼쪽 다리 뼈가 골절되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금도 다리 움직임에 불편함이 남아 있지만 "촬영을 위해선 뛰어야 하지 않겠냐"며 몸을 내던졌다.
동료배우들은 그런 손현주를 같하게 생각했다. 마동석은 "나도 수술을 여러번 받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회복도 힘든 일인데, 더군다나 영화 촬영은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촬영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 나는 동료배우가 아니라 친한 동생으로서 형님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여럿이 함께 촬영할 땐 우리가 옆에 있지만 혼자 촬영할 땐 외롭고 몸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은데 가끔 술을 드셔서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절친한 동생의 마음씀씀이에 손현주는 "너나 잘 챙기라"는 농담으로 쑥스럽게 화답했다.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에 사람을 죽인 최반장(손현주)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되어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큐브'의 백운학 감독이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등이 출연한다. 오는 5월 14일 개봉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