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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스티브J&요니P③, K-패션의 한계는 없다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4-13 10:53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첫 번째 인터뷰, 한국 패션계의 아이콘 스티브J&요니P


모델 이영진과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사진=전혜진 기자 gina1004
이-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힘든 일도 많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되는데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스-굉장히 많았어요(웃음). 하지만 스스로 돌이켜보면 둘 다 성격이 긍정적인 편이었던 터라 잘 이겨낸 것 같아요. 포기하려면 포기 할 만한 순간도 굉장히 많았어요.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어요. 패션쇼를 연달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너무 상상 속의 쇼만 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세 번째 쇼는 PT쇼를 해보자 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결론은 '이게 더 힘들어'였어요(웃음).

요-전날 밤에 엄청나게 싸웠어요. 다시는 PT쇼는 하지말자 했었죠(웃음). 참, 그랬던 시절이 있었네요. 사실 그 때가 디자이너로서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였어요. 대중적으로 팔리려면 상업성을 갖춰야하는데, 한 편 스스로가 아티스트이고 싶은 디자이너로서의 충돌도 있었죠. 살면서 부부싸움도 가장 많이 했던 시기였어요(웃음).

스-맞아요. 또 과거에는 우리가 옷에 모든 것을 다 넣으려고 했어요. 콘셉트와 아티스틱한 요소들, 기법을 다 옷에 넣으려고 했어요.

요-그러다 이후에는 옷은 점점 더 입을 수 있게 웨어러블하게 가지만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은 무대 등 다른 요소로 가져오자며 합의점을 스스로 찾아나갔죠.

이-그런데 지금도 그런 면들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디자이너적인 감성은 스티브J & 요니P로 빠져있고, 좀 더 웨어러블하고 캐주얼한 성격은 SJYP로 나뉘어져있는 것 같아요. 둘 다 디자이너로서 포기할 수 없는 거잖아요.


스-시간이 흐르면서 정체성이 확실해지고 세분화 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좋은 것 같아요.

요-요즘은 프린트도 워낙 많다보니 프린트 기법도 바꿔보자 하며 시스루에 프린트를 하거나 자수를 섞는 등, 아무래도 동생 브랜드가 생겨서 좀 더 소프트하게 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계속적으로 (소프트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지난 시즌부터 그런 느낌은 확 눈에 들어왔어요. 컬러도 그렇고요. 컬렉션의 헤어, 메이크업에서도 느껴져요. 포인트는 있지만 좀 더 부드러워졌달까요. 그렇지만 시스루에 프린트를 넣거나 하는 점은 스티브J&요니P만의 성격이 여전히 드러나는 재미있는 시도이고요.

요-위트와 색깔은 잃어버리지 않되 그 안에서 점점 소프트해지자 하고 있어요.

이-참, 이번에 쇼를 보면서 스티브J & 요니P는 역시 데님지존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페이크 퍼의 달인이기도 하고요. 사실상 한국시장에서 페이크 퍼를 제일 먼저 시작한 것 아닌가요?

요-제일 처음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찍 시작하긴 했어요. 데님은 워낙 좋아했고요.

스-데님은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불륨이 커진 거 예요. 사람들 반응도 좋았고요.

이-데님 라인도 먼저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요-쇼에서 데님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었죠.

이-페이크 퍼 이야기도 다시 해보면, 사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쇼에서 페이크 퍼를 선보이는 것도 낯설었죠. 리얼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시기였으니까. 그런데 컬렉션에 페이크 퍼가 등장하면서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컬렉션에 페이크 퍼가 등장하다니라며 놀랐었어요.

스-페이크 퍼도 이제는 퀼리티가 워낙 좋아져서요. 잘 빠지지도 않아요.

요-영국에서 부터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것도 있었어요. '트렌드가 뭐지'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생각이 더 강했죠.

이-이제 하고 싶은 것 하면 트렌드가 되잖아요.


모델 이영진과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사진=전혜진 기자 gina1004
이-두 사람의 디자이너 인생을 돌이켜보면 무수한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 것의 연속 같아요. 영국에서 단시간 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고, 요니P의 경우 학생 신분으로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던 디자이너 채용이 됐었잖아요. 스티브J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꼴찌로 시작해 수석이 되었죠.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어떻게 보면 잘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이미 다 알았더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중에야 하게 됐죠.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안돼!'라고 했던 것에 대해 우리는 '왜 안돼? 능력도 되는데'라고 생각했었어요. 잘 몰랐으니까 가능했죠. 그 때 옆에서 서로 '하면 된다'라며 응원을 했었죠.

요-과정을 다 떠나서 요즘 세상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정보가 무수하지만 우리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정보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우리만의 방식으로 용감하게 도전했죠. 요즘 보면 너무 많은 리서치를 하게 되니 도리어 남들이 해놓은 방식대로만 올라가려고 하고 그래서 더 힘든 경우들도 많이 보게 되요. 하지만 우리는 남 이야기 많이 듣지 않고 실패도 겪어가면서 우리가 뚫고 우리가 판단했어요.

이-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성격이 워낙 계산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뭐가 이득이 되고 손해가 된다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재미있는데? 좋은데? 한 번 해보자'라며 심플하게 가는 성격인 것 같아요.

스-평소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니 닥쳤을 때는 뒤돌아보지 않고 전진해요. 우리는 추진력이 빨라요.

요-맞아요. 가장 큰 강점이죠.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요. 그래서 혼자 있는 디자이너들이 부러워하죠. 실제로 혼자 하는 디자이너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져요. 주위의 조언도 많이 구하다보니 주변에 휩쓸리게 되고요.

이-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잖아요. 요즘 K-디자인, K-패션이 화제인데 강점은 무엇인가요?

스-빤하긴 하지만 K-팝이 해외에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고 그러면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됐어요. 반대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문화 전반적으로 옮겨가기도 하죠. 그래서 더 유리해진 것은 확실히 있어요.

이-한류가 없던 시기에 싱가포르나 일본에 나가보면 사진이나 의상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사진은 인쇄가, 의상은 마케팅이 뒤쳐져 있었을 뿐이었어요. 또 사람들 대다수가 한국을 몰랐으니 시장도 좁았고요. 하지만 한류를 계기로 원래 가진 능력들이 빵 터지게 된 것 같아요.

요-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어요. K-패션과 K-뷰티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아요. 훨씬 글로벌한 느낌마저 들죠.

이-정상의 두 사람에게 여전히 남은 과제가 있다면요?

요-세계 진출 초기 단계인만큼, 잘 정착해서 더 힘을 발휘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죠. 빤하지만(웃음).

스-예전에는 이런 말을 하면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이제는 정말 현실화가 됐네요.

요-유럽 쪽과 콜라보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서 올해는 세계적으로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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