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상회' 윤여정 "멜로보단 '미생'이 나를 울렸다"(인터뷰)

송정헌 기자 [e-mail]

배우 윤여정이 노년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장수상회'로 다시 스크린에 돌아왔다. 윤여정 같은 배우가 아직 충무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영화계로서는 축복같은 일이다. 그래서 로맨스 충만한 '장수상회'의 임금님(윤여정) 캐릭터가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장수상회'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들어온 강제규 감독의 첫 장편 멜로영화다. "큰 프로젝트만 해왔던 감독이어서 우려했던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했어요. 그런 영화 잘찍는 사람이 이런 영화도 잘 찍어요.(웃음)" 인터뷰 초반부터 그의 대답이 시원시원하다.

윤여정은 일흔을 1년 남겨둔 상황에서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돈의 맛'을 하고서는 '뭐 그런 것까지 하냐'는 말을 들었거든. 하지만 나는 모든 연기를 영광스럽게 했어요. 그 캐릭터가 그렇게 한거지 윤여정이 한 것은 아니잖아. 사람들이 혼돈을 하고 있는 거지 난 아니거든. 나도 프로가 된지 오래돼서 일에 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뿐이야."

여배우로서 가슴 따뜻한 멜로를 했다는게 더 좋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난 사실 멜로에 목메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웃음) 요즘에는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울었어요. 비정규직 장그래하고 직원 오과장하고 그렇게 울고 그러는게 더 좋잖아. 살면서 얼마나 행복하고 눈물나는 순간들이 많아. 예쁜 애들 나와서 헤어지네 어쩌네 하는 것 좀 신경쓰지 말라고 사람들한테 그래요. '꽃보다 누나' 이우정 작가한테도 내가 '너희 멜로에 목 좀 메지마' 그랬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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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장수상회'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어색하기도 했다. "초반을 읽어보니 낯간지럽고 겸연쩍고 수줍고 오글거리고 그러더라고. 임금님을 보고 내가 '얘는 꽃뱀이야 뭐야' 그랬어요. 그러다 끝까지 읽어보니 이해가되고 마음이 와닿더라고. 엔딩신 촬영할 때는 내가 박근형 선생님한테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참 아름답겠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러게' 하시더라고.(웃음) 이번 작품에서 박근형 선생님 연기도 너무 좋았고요. 내가 끝나고 '좋겠다. 남우주연상 노려보면 되겠네' 그랬다니까."

윤여정은 요즘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60대 여배우이기도 하다. "60까지는 정말 돈을 벌려고 힘들게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60이 넘어서는 아이들도 다 키우고 의무를 다했잖아요. 즐기면서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 연기도 즐기면서 하고 있는거야." 그만큼 체력관리도 철저한 편이다. "운동도 잘 안하는 편인데 의사가 운동 꼭 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1년 반 전부터 했는데 요즘에 나도 놀랐잖아. 트레이너가 '1년 반 동안 한번도 안빼먹고 나왔다'고 하더라고.(웃음)"

'장수상회'를 마친 윤여정은 쉴 틈이 없다. "15일부터는 또 김고은하고 함께 영화 '계춘할망' 해야지.(웃음)"


고재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