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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였다. 김우빈이 '상속자들'로 큰 인기를 끌 때 관계자들에게 농담 삼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김은숙 작가가 김우빈을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그만큼 극중 김우빈의 캐릭터는 워낙 매력적이게 그려졌다. 이에 대한 관계자의 답변. "김우빈의 연기는 브라운관으로만 보면 안된다. 그의 연기는 글(시나리오)을 보고 화면을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캐릭터가 멋진 것도 있지만 김우빈의 대본 분석력이 워낙 좋다. 젊은 배우답지 않게 장면을 완벽하게 해석해서 자신의 캐릭터 안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다." 극찬이었다. 대본과 화면의 차이라, 궁금했다. '상속자들'의 대본을 직접 구했다. 김우빈의 연기를 비교해가며 다시 한번 살펴보고야 알았다. 그 말이 사실이었음을….
주연배우로서 어떤 노력을 했을까. "지혁의 감정선대로 흘러가긴 하지만 조금은 더 전체를 보려고 했다. 씬의 순서대로 촬영을 하진 않기 때문에 헷갈리거나 촬영 분위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깊이 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제어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갔다는 느낌이 들면 한 발 떨어져서 보려고 했다." 경력과 나이를 감안하면 놀랄 정도의 마인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그다.
고작 스물 여섯. 경력도 길지 않다. 모델 출신으로 시작한 김우빈의 과거가 궁금했다. "누구보다 부모님께 감사하다. 처음에 모델 일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이다. 지방에서 자랐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었다. 장남이었던데다 공부를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학교 1학년, 열네살 밖에 안됐는데 뭘 믿고 뭘 보고 응원해주셨는지…. 평범하고 바르게 살아온 분들이라 연예인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부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김우빈의 목소리는 조금씩 잠겨들어갔다. "어머니께서 어릴 적에 대학을 너무 가고 싶으셨다고 하더라.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갈 수 없었는데 그게 한이 됐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인생은 단 한 번 사는 것이니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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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의 변신을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연기 수업이 너무 재밌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하나하나 채워가는 과정이 참 행복하더라. 연기 선생님께 '숙제 좀 더 내주세요'라고 졸라서 고민해서 가고 혼나면 다시 수정하고, 그리고 또 혼나고…. 하하. 이런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난 누가봐도 벼락스타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빠른 시간에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내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말했다.
문득 지난 17일 청룡영화상 당시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기스타상을 받고 눈시울이 붉어졌던 대세남. "그랬던가?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게 그럴 수도 있다. 너무나도 대단한 선배들이 많으신데 그런 자리에서 내가 상을 받는다는 게 울컥했었나 보다." 이정재와 듀엣 시상이 여성 팬심을 설레게 했다는 말에 김우빈은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온 선배님이다. 어떤 분이 '여배우랑 시상하고 싶지 않았나'라고 묻기도 했지만 이정재 선배님이랑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설레였다 선배님에게 감사하고,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우빈의 오늘을 만든 에너지는 '감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 감사, 모델 출신 선배님들에게 감사,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감사, 팬들과 관객들에게 감사 등 끝도 없는 감사 릴레이. 이토록 자신의 삶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젊은 배우. 이런 사람이 그 어찌 연기 하나도 설렁설렁 할 수 있을까. 그의 이러한 성실하고 겸허한 마음이 앞으로의 배우의 삶 속에 영원한 기반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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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인터뷰
-크리스마스 때 무엇을 하나?
'기술자들' 무대인사가 24,25,26,27,28까지 있고, 1월에도 무대인사가 잡혔다. 감사한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해피 크리스마스가 될 듯.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했다. 이종석과 '절친'이자 비교 언급도 많이 되는 상대인데 출연하는 드라마를 모니터 해주는지.
라이벌이란 말 불편하다. 모델 일 때부터 선배고 나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다. 선배다. 하하. 내가 많이 배운다. 오히려 라이벌이라기보다 친구가 맞지 않을까. 종석이가 출연하는 '피노키오'는 잘 본다. 거기 나오는 네 명 다 패밀리 같은 사람들이다. 알고보니까 더 재밌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것? 하하.
-크리스마스 카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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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