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가 결국 일을 냈다.
눈물은 무대에 올라간 이후에도 멈출지 몰랐다. 사회자 김혜수의 도움으로 겨우 마음을 진정한 천우희는 "다들 그렇게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 했는데…"라며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이어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도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라며 "이 상은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준 것 같다. 앞으로도 배우 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정말 자신감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우희는 영화 '한공주'를 통해 영화가, 배우가 이 시대에 던져야 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천우희의 연기력은 빛났으며, 그 결과는 청룡여우주연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렇게 올 한 해 한국영화계가 얻은 가장 큰 수확으로 남게 됐다.
사실 천우희는 대중보다 관계자들의 호평이 먼저였다. 천우희가 처음으로 눈도장을 찍게 된 작품은 '마더(2009,누적관객수 3,013,0523) ', 될 성 싶은 나무는 떡 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을까. 이후 '써니(2011, 누적관객수 7,362,467)'를 통해 불량학생, 일명 '본드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년 뒤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한공주'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 것. '한공주(2013, 누적관객수 224,556)'는 2004년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꺼려하는 어린 여배우들도 많았다. 하지만 천우희는 달랐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운명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0살 넘게 어린 고등학생 역할에 푹 빠져버렸다. 그렇게 천우희는 '한공주'를 위해 몸을 던졌다. 혹여 피해자들이 영화를 보면서 상처를 받을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할 정도로 온 정성을 다해 작품에 임했다. 그렇게 감정 하나하나 세심하게 집중했던 천우희의 연기는 우려를 호평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노력의 결실은 국제영화제 9관왕의 기록으로 맺어졌으며, 영화 호평에 힘입어 상영관 수도 대폭 늘렸다. 독립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 유난히 블록버스터들이 많던 올 해 작은 영화 신드롬의 중심이 될 정도로 '한공주'는 이슈를 만들어냈다. 거기엔 천우희가 있었고, 우리는 또 한 명의 연기파 여배우를 얻게 됐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