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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통령' 서태지가 5년 만에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서태지 공연은 '역시 서태지'라는 감탄과 함께 '그래도 서태지인데'라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우선 이날 공연장을 찾은 공식 관객 수는 2만5000명. 그러다보니 그라운드석과 2층까지는 관객들로 북적였지만 3층과 4층은 모두 비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단독 공연을 펼쳤던 조용필, 이문세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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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성별과 연령대도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이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였고, 특히 커플 입장객이 많았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남성 가수들의 공연장에 가면 여성 관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서태지 공연은 오히려 남성들의 비율이 여성에 비해 훨씬 높았다. 그러다보니 공연장을 가득 채운 함성이 더 굵고 우렁차게 들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이번 공연을 통해 서태지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명확해 졌다. 바로 새로운 팬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그동안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이어져온 팬층과 솔로 전향 이후 열성적인 마니아 팬층을 거느려왔다. 하지만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기존 팬층은 나이를 먹어갔고, 10대 팬들은 서태지를 모르는 현상이 심화되며 점점 서태지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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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요계 최대 수요층인 10대들의 호응 없이 서태지의 음반 판매나 콘서트 티켓 판매에서 대박을 낳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서태지가 이번 9집과 함께 기존의 마니아형 가수가 아닌 대중형 가수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시도를 한 만큼, 오래지 않아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공연은 잔잔한 피아노 반주의 '모아이'로 시작됐다. 이어 9집 선공개곡 '소격동'을 부른 아이유가 깜짝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서태지와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탄력을 받은 서태지는 9집 타이틀곡 '트리스말로윈'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버뮤다 트라이앵글'까지 열창한 이후에야 관객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너무 보고싶었어요"라고 입을 뗀 서태지는 "너무 오랜만이죠. 오늘 5년만에 제가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있는 여러분을 보니까 좋네요"라고 말한 뒤 감격에 겨운듯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잠시 관객을 등지고 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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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서태지가 바스코-스윙스가 함께 한 '컴백홈' '교실이데아' '하여가' 무대로, 이 세 곡 만으로도 관객들은 서태지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음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한편 서태지는 20일 9집 '콰이어트 나이트'를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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