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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의 엔터비즈]루한으로 최대 위기 맞은 SM, 이수만이 직접 나서라!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4-10-14 07:49


엑소의 중국인 멤버 루한이 SM을 침몰시키고 있다. 루한이 지난 10일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뒤 SM의 주가는 폭락 중이다. 루한 사태는 SM의 총체적 위기로 비춰지며 투자자들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스포츠조선DB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흔들린다. 명실상부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리더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온 SM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인기 그룹 엑소(EXO)의 크리스에 이어 루한이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는 SM이 자신을 버렸다고 울고 있으며, 에프엑스의 설리는 활동 중단 상태다.

엑소나 소녀시대가 해외투어를 예정대로 진행한다지만 팬심이 어떻게 요동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새롭게 꺼내들 카드가 없다는 점. 레드벨벳은 이제 막 테이프를 끊었을 뿐이고, 기존 가수들의 인기 정체에 빠지는 등 사방이 꽉 막힌 형상이다.


지난 10년간 가요계를 평정했던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의 여러 문제로 인해 그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SM의 수장인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0월 10일 '대참사',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10일 루한의 소송 소속이 전해진 이후 SM 주가는 사정없이 무너졌다. 시가총액이 하루 동안에만 무려 1126억원 날아갔다. 이날 하루에만 14.87% 폭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11월 19일 이후 무려 691일만의 하한가다.

SM은 최근 소속 연예인과 관련된 악재가 겹치면서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달 30일 제시카의 탈퇴를 둘러싼 잡음이 터져나온 이후 10일 현재까지 주가가 23.43% 포인트 빠졌다. 이에 따른 시총도 같은 기간 8053억원에서 6442억원으로 확 쪼그라들었다. 반면 그사이 꾸준히 상승세를 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시가총액 7434억원을 기록했다. SM과 약 1000억원가량 차이를 만들면서 당당히 엔터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SM의 하락세는 13일에도 계속됐다. 전 거래일보다 13.14% 하락한 2만7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무엇보다 이번 루한의 소송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단일한 별개 사안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상 엔터주는 소속 연예인의 사건 사고에 따라 주가가 요동을 친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SM 정도라면 웬만한 사건-사고에도 강한 맷집을 자랑해 왔다. 놀랐던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게 마련이고, 주가도 어느 정도 회복시킬 힘이 있다.


그런데 이번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루한이나 크리스, 또는 제시카와 SM간 개별 문제가 아니라, 곪을대로 곪은 문제가 하나둘씩 터져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계약관계의 문제든, 경영 시스템의 문제든 기존 SM을 지탱했던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SM은 현재 팬들에게, 또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소속가수의 이탈이 없으리란 확신을 주지못하고 있다. 그래서 증권가 또한 SM의 이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M의 이수만 프로듀서
무결점 1등주의 버려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체질개선

가요계에서 SM은 삼성과 비교되곤 했다. 완벽주의, 관리, 웰메이드 등의 단어가 SM의 기업 문화를 설명할 때 동원된다. 연습생을 특유의 조직화된 시스템 속에서 집중 트레이닝하고, SM의 기획의도에 맞는 스타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지난 10여년을 호령했다.

그러나 어제의 연습생이 오늘도 그 연습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SM의 울타리에 감지덕지해 하던 시절은 끝났다. 스타덤에 오르면 무수히 많은 유혹이 쏟아진다. 비즈니스적으로도 그렇고, 이성관계도 그렇다. 소속가수들은 SM의 담벼락 너머를 흘깃거리며 날고 있는데, SM은 무결점 완벽주의에 갇혀 오히려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게는 열애설부터, 네거티브한 이슈와 관련돼서 SM은 일단 부인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안에서 새는 바가지를 감추는 데 급급해한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위기 관리 시스템은 작동이 안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최자와의 열애설을 1년 가까이 부인했던 설리의 경우 결과적으로 개인적인 열애사로, 이제 막 탄력이 붙은 에프엑스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셈이 됐다.

제시카도 타일러 권과의 오랜 열애설을 부인하며 감싸주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제시카가 팀 탈퇴 여부를 놓고 갈지자를 그리기 시작한 게 올해 초 였다. 새털같이 많은 시간이 있었으나 SM은 제시카를 달래는데 급급해한 듯하다. 최소한 제시카와 타일러 권의 패션사업 론칭 보도자료가 뿌려진 8월 6일 이후엔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특단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두달 가까이 되는 시간에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제시카의 SNS에 사건의 주도권을 뺏긴 점은 SM의 아마추어적인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이번 루한의 소송은 어떠한가. 지난 5월 같은 엑소 멤버였던 크리스와 시작부터 모든게 같다. 조짐도 비슷했고, 법무법인까지 같다. 동일한 소송이 같은 그룹 내에서 제기됐다는데서 SM의 인력관리의 허술함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제2, 제3의 크리스 루한 사태를 막기 위해선, 뼈를 깎는 아픔도 불사해야할 터.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허물고, 체질 개선과 함께 완벽히 새로운 토대를 만드는 일을 더이상 미뤄둘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


SM의 실험은 실패? 이수만 직접 나서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안정성은 스타라는 콘텐츠의 특성에서 나온다. 그들은 해당 회사의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상품'인 동시에, 아티스트다. 특히 눈 먼 돈이 왔다갔다하는 연예계 특성상, 무수히 많은 제안을 받게 된다. 이때 '나를 키워주는데 수억이 들었으니 소속사에 평생 충성하자'고 생각할 가수는 없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소속 가수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특효약을 동원해야 한다. SM에게는 그것이 오너 이수만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내부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소속가수들을 다독일 스킨십 경영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된다. 소속 가수들의 위기 상황때마다 구원투수를 자처하는 YG의 양현석 스타일은 상황에 따라 독약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SM에게는 설사 독이 든 성배라도 가릴 때가 아니다.

투자자들은 또한 어떠한가. 엑소는 히트 아이돌그룹 이상의,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일찍이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이수만이 공을 들인 새로운 수익 모델이기 때문. 중국인 멤버들을 과감히 발탁해 키우고, 중국시장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빅스타로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실험이 대박이 나는가 싶더니, 먹구름이 확 끼기 시작한 것이다. 'SM에서 스펙 쌓고, 돈은 중국에서 벌고'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은 SM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투자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는 것을 막으려면, 이제 이수만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 수년간 이수만은 SM과 관련된 공식석상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밖에서 볼 때 SM은 전문 경영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만의 컬러를 투자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나 정보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극도로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이수만은 오랜 침묵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기업 오너들이 그룹 위기 상황때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스킨십 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그 자체의 직접적인 영향보다 전시 효과를 노리는 것이 크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내외적으로 심어주는데 주저한다면, 시스템 재건은 물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소속 가수들에겐 선배 아티스트로서의 돈독한 유대감을 회복하고, 투자자들에겐 탁월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일, 어찌보면 상반된 능력이 강력히 요구 될 만큼 지금의 상황은 좋지않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10년 권력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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