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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무대' '생로병사의 비밀' 1위? 드라마 시청률 집단 부진 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0-06 08:36



지상파 3사의 월화극과 수목극이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시청률이 낮아도 너무 낮다. 한 마디로 존재감 실종 상태. MBC '왔다 장보리' 말고는 방송 중인 드라마가 없기라도 한 것처럼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물론 시청률이 드라마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하지만 시청률 부진이 일부가 아닌 전체의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많던 시청자는 어디로 갔나?

요즘 월화극은 시청률 10%만 넘기면 1위에 오른다. MBC '야경꾼 일지'는 불과 10~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수준의 시청률이지만 줄곧 정상을 지켜왔다. 지난달 23일 2회 방송에서 잠시 1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던 SBS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다시 시청률이 떨어져 '야경꾼 일지'의 뒤를 쫓고 있다. 그나마 두 드라마는 10% 안팎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어 상황이 나은 편. KBS2 '연애의 발견'은 7% 대에서 요지부동이라 선두권 다툼에 근처도 못 간다.

수목극은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하다. 한 자릿수 시청률로 1등 하는 드라마까지 나왔다. MBC '내 생애 봄날'은 지난달 10일 첫 방송 이후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지만, 10%를 넘긴 건 4회(11.1%) 딱 한번 뿐이다. 8회까지 평균 시청률은 8~9% 수준. 동시간대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7%, KBS2 '아이언맨'은 5~6%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짜 시청률 강자는 KBS1 TV '가요무대'와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유일한 동시간대 지상파 비드라마 프로그램. 시청률이 증명한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가요무대'는 11.3%를 기록하며 '야경꾼일지'(10.5%)와 '비밀의 문'(7.9%), '연애의 발견'(7.6%)을 가볍게 제쳤다. 앞서 22일에도 '가요무대'는 13.0%를 기록하며 3사 월화극을 머쓱하게 했다.

매주 수요일에 방송되는 '생로병사의 비밀'은 8~9% 수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3사 수목극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반사 이익을 얻었다. 지난 1일엔 '생로병사의 비밀'이 9.4%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내 생애 봄날'은 8.3%, '내겐 너무 아름다운 그녀'는 6.9%, '아이언맨'은 5.0%를 기록했다.


시청률 가뭄 왜?

월화극과 수목극의 시청률 가뭄. 시청률 40%를 넘보는 '왔다 장보리'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고 TV 시청률의 전체적 감소 현상만 탓할 수도 없다. '왔다 장보리'의 높은 시청률을 보면, 예전보다는 못하다 해도 분명 '본방 시청층'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MBC '기황후'와 SBS '별에서 온 그대'가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어느날 갑자기 시청자들이 증발한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드라마 관계자들은 평일 드라마들의 타깃 시청층 연령이 낮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이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방송사의 편성 전략과 관계된 문제다. 방송사들은 월화극과 수목극에 20~30대 감성에 호소하는 미니시리즈를 편성해 왔는데, 젊은 시청층이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으로 이탈하면서 시청률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시청 연령대의 폭이 넓은 '기황후' 같은 사극이나 젊은 시청층까지 본방으로 끌어들인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메가 히트작이 아니라면, 10%대 초반대 시청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왔다 장보리'를 비롯해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와 MBC '마마' 등 중장년층을 공략한 주말극의 높은 시청률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곧 '본방 사수'를 할 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현실 진단으로 이어진다. 눈에 띄는 드라마가 있어야 입문을 하고 시청률도 나올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영화계의 송강호와 하정우처럼 드라마 쪽에선 김수현이나 하지원이 이름 만으로 믿고 보는 시청률 파워를 갖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나 '기황후'의 인기도 배우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시청을 유도하기엔 배우들의 흥행 파워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볼거리라도 많아야 하는데 드라마들의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상파 드라마 몰락의 전조인가?

현재 상황에 대해 지상파 드라마의 장기 침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케이블 채널과 종편 채널의 약진과 대비되며 지상파의 몰락을 예견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작품성이 뛰어난 드라마가 동시에 편성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공방전을 펼칠 때가 있듯이 그와 반대의 상황도 있다"며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편성 전략과 시기적 특성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별에서 온 그대'가 겨울방학 시즌과 맞물려 좋은 결과를 얻었듯이, 적당한 시기에 선도적인 작품이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현재 월화극 수목극의 부진을 부풀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드라마 환경의 다변화로 인해 작품의 성패를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시청률이 중요한 건 TV 광고 수익 때문인데, 최근엔 높은 시청률이 높은 수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해외 판권 시장이 넓어지면서 수익구조가 다양화됐기 때문에 시청률 외적인 부분도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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