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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케미'보다 더 달콤한 '남남 케미'가 안방극장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연적이든,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이든, 관계는 중요치 않다. 뛰어난 연기호흡으로 '브로맨스'를 완성한 남남 커플이 드라마를 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MBC '야경꾼 일지'에서 왕자와 호위무사로 만나 우정을 나누고 있는 정일우와 정윤호는 주목받는 '남남 커플'이다. 한량 같던 이린(정일우)과 엄격한 무석(정윤호)은 달라도 너무 달라 친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더구나 무석은 이린을 감시하기 위해 기산군(김흥수)이 보낸 호위무사 아니던가. 그러나 이린이 무석의 죽은 여동생의 원혼을 달래준 것을 계기로 무석은 이린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린 또한 무석의 반듯한 성정과 신의를 믿고 벗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벽을 허물고 야경꾼으로 의기투합한 두 남자. '야경꾼 일지'가 월화극 1위를 놓치지 않는 비결 중 하나다. 배우들의 연령대가 올라간 안방극장에서 두 20대 젊은 배우가 어깨를 맞대고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흐뭇하다.
'남남 커플'은 드라마 속 인물 관계도의 필요 요소다. 실제로 드라마 방영 이후 남녀 커플 못지않은 화제몰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선 하우스 메이트로 탁월한 콤비 플레이를 펼친 성동일과 이광수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극단적인 클로즈업 촬영에도 무결점인 조인성-도경수는 조인성-공효진 못지않은 최고의 비주얼을 완성시키며 눈을 즐겁게 했다.
우정 이상의 애정의 수위를 아슬하게 넘나드는 남남 커플도 있다. 시청자들의 상상력이 확대되는 순간이다. 드라마가 선사하는 다채로운 감정 중에서도 판타지는 특히 흡인력이 강하다.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정우)와 빙그레(바로)는 '혹시' 하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 동성애를 의심케하는 복선이 끊임없이 깔렸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라는 추리극 구조로 진행된 이 드라마에서 남남 커플의 미묘한 관계는 또 다른 미스터리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남남 커플 활용의 좋은 예라 할 만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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