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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둥지'김민좌 "부모님이 수녀가 되길 바랐다"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8-20 07:59




연일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KBS 일일극 '뻐꾸기둥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가 눈에 띈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철부지 같지만, 입 바른 소리도 잘한다. 사랑과 미움에 솔직해서 더 사랑스러운 유미를 연기하는 배우 김민좌(28)다.

"유미는 참 부러운 캐릭터에요. 살아온 환경에 어두운 면도 없이 자랐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개인주의? 옳고 그름도 뚜렷한 캐릭터로 속이 시원할 때도 많죠. 엄마한테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오빠가 잘못했다'고 말할 줄 아는 캐릭터라 더 사랑을 받는 거 같아요."

'뻐꾸기둥지'는 중국에서 활동해왔던 장서희가 오랜만에 국내 복귀한 드라마로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까마득한 대선배와 호흡을 맞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장서희 선배한테 배울 점은 너무도 많아요. 가끔 내 씬이 없어도 스튜디오에 가서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볼 정도죠. 특히 집중력과 몰입도가 최고세요. 아들로 나오는 아역 배우를 챙겨주고 놀다가도 슛만 들어가면 바로 눈물이 주루룩 떨어지죠. 내공이 느껴진다고 할까? 장서희 언니를 보면서 연기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리곤 마음 속에만 품어뒀던 선배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살짝 꺼낸다."장서희 언니가 제 나이를 묻고는 처음에 어릴 줄 알았는데, 꽤 들었다면서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서희 언니가 11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인어아가씨'로 31세 때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게 됐다면서 나한테 고민이 많을 나이라고, 하지만 한 눈 팔지 말고 가던 길을 꾸준히 걸으면 기회가 온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희망을 주셨죠. 그게 큰 힘이 돼요."

연기자 길로의 입문. 계기가 있었을까. "네 살 때였어요. 엄마 손에 이끌려서 아역 연기자로 발을 디디고 2,3년 정도 했는데 매니저도 없이 활동을 하는데 엄마가 쫓아다니시기를 힘들어했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그만뒀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뮤지컬 '그리스'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어요. 연기자란 직업에 참 매력을 느꼈죠. 사실 저희 부모님은 천주교 집안이라 그런지 내가 수녀가 되길 바라셨어요. 그때 반대를 무릅쓰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준비해서 전공을 바꾸게 됐죠."

다시 연기를 시작한 이래, 주로 부잣집 딸 역할을 맡아왔다. 드라마 '분홍립스틱', '천사의 선택', '뻐꾸기둥지'까지 한결같다. 사실 김민좌라는 이름도 사연이 있어보이고, 실제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은 아닌지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사실 대학에서 남자 역할을 도맡았어요. 아무래도 키가 1m72로 모델로서 런웨이에 서기는 좀 작은 편이지만 연기자로서는 큰 편이잖아요. 또 서구적으로 생겼다고들 하고, 어려서는 혼혈이 아니냐고 의심을 받기도 했죠. 아무래도 이런 부분들이 부잣집 딸의 이미지와 맞았던 게 아닐까요."

그리곤 독특한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꺼냈다. "김민좌라는 이름은 할아버지가 작명소에서 지어오셨어요. 형제들이 좌자 돌림이에요. 연기자로 데뷔할 때 김민좌로 활동을 하고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김민좌를 쳐보니 김명민 선배가 연기 본좌라고 하는 말의 줄임말이더라고요. 하하하. 내 기사 댓글에는 어떤 사람이 '김민좌라는 사람이 진짜 있어?'라고 써있기도 했어요.(하하)"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꿈을 물었다. "갈 길이 멀었다고, 조급하고 싶진 않아요. 이 또한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믿고요. 내 꿈이 할머니 역할, 죽을 때까지 배우로 사는 거거든요. 드라마 회식 자리 가보면 순탄하게 스타의 길을 밟아 온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가 더 많아요. 힘든 순간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믿으려고 하죠. 연기는 시간이 쌓이면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요."


매사 긍정적인 태도로 씩씩하게 연기의 길을 찾고 있는 김민좌. 김명민의 별명이 아닌 김민좌 자체로 더 크게 인정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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