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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 프로리그', 부활의 희망을 보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08-11 06:44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시즌' 결승전에서 SKT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KT 롤스터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e스포츠협회

KT 롤스터가 3년만에 프로리그 정상에 올랐다.

KT는 9일 서울 한강 세빛둥둥섬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시즌' 통합 결승전에서 e스포츠 최고의 라이벌인 SK텔레콤 T1을 세트 스코어 4대2로 꺾고, 지난 2010~2011시즌 프로리그에 이어 역대 3번째 프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년만에 성사된 '통신사 더비'라는 타이틀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스타크래프트'로 치르는 프로리그의 부활이다. 3년만에 치러진 이날 프로리그 야외무대 결승전에는 3000여명의 팬들이 운집, 한 여름밤의 e스포츠 축제를 즐겼다.

프로리그, 부활의 희망을 보다

프로리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e스포츠 리그였다.

스타리그, WCS와 같은 개인리그와는 달리 선수들이 팀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펼치는 단체전으로, 2000년대 e스포츠 인기의 절정체였다. 하지만 '스타1'에서 '스타2'로 종목을 바꾼 지난 2012시즌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물론 '스타1'으로 경기를 치른 막판에도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슈가 겹치면서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이 시기에 등장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높은 인기를 그대로 흡수한 것도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화승, MBC게임, 위메이드 등 많은 프로팀들이 해체의 길을 걸은 반면 신생팀 창단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 결승 맞상대인 웅진과 STX마저 모기업 문제로 시즌 후 팀을 접으면서 그 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많은 선수들이 자연스레 은퇴의 길을 걸었고, 기존팀들도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면서 프로리그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e스포츠협회는 프로리그의 재생을 위해 적극 나섰다. 전병헌 협회장이 직접 나서서 항공사 진에어를 영입, 협회가 위탁 운영중이던 8게임단을 네이밍 스폰서하며 해체의 길을 막았고 기존 e스포츠연맹 소속이던 IM, MVP, 프라임 등 3개팀을 이번 시즌에 앞서 프로리그에 출전하도록 유도했다.


새롭게 조성된 e스포츠 전용경기장인 넥슨아레나에서 프로리그 전 경기를 치르고, SPOTV게임즈 등 새로운 파트너사를 받아들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번 결승전에서 만난 KT와 SKT 등 인기 게임단들이 '스타2' 도입 이후 부진을 거듭하다 올 시즌 실력을 회복하며 팬들을 다시 불러모은 것도 프로리그 부활의 징조가 됐다.

올 시즌 넥슨아레나를 찾은 평일 평균 방문객이 200여명에 달하고, 플레이오프에선 일일 평균 방문객이 400여명에 달하면서 내년 시즌 더 높은 도약을 기약하게 됐다. 이에 전 회장은 결승전에 공개된 축하 영상을 통해 '스타2'의 한 종족인 테란의 자치령 황제 '악튜러스 멩크스'로 변신, 팬들에게 큰 절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협회는 내년 시즌에 프로리그와 함께 개인리그도 자체적으로 주최, 팀전과 개인전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KT, 명문팀으로 거듭나다

이날 우승으로 KT는 프로리그에서 SKT에 버금가는 명문팀으로 거듭났다.

KT는 '스타1'으로 치러진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SKT와 무려 6번을 만났다. 하지만 2승4패로 밀렸다. 박정석 홍진호 강 민 김정민 조용호 등 인기와 실력을 두루 겸비한 스타 선수들을 대거 보유, '레알 KT'라 불리며 프로리그 23연승 행진을 하기도 했지만 유독 결승 무대에선 약했다. 그러다 이영호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팀이 재편되면서 드디어 2009~10시즌 프로리그에서 SKT를 꺾고 창단 후 첫 우승을 달성했다.

'스타2'로 전환한 후 부진에 빠졌지만 이영호 김대엽 등 기존 선수들이 실력을 회복했고 주성욱 전태양 등 이적생들이 주전으로 가세하면서 올 시즌 확실히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시즌 3위에 그쳤지만 2위 진에어를 플레이오프에서 꺾은데 이어 영원한 라이벌 SKT마저 넘어섰다.

1세트에 나선 김대엽이 SKT의 이적생 김민철에 중반까지 뒤졌지만 침착하게 모은 병력으로 한번의 전투에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 에이스 이영호가 천적인 SKT 원이삭과의 대결에서 탄탄한 방어에 이은 건설로봇 동반 러시로 승리, 2-0으로 앞서갔다.

요즘 가장 기세가 좋은 주성욱이 3세트에서 SKT 에이스 정윤종에 패했지만, 올 시즌 별다른 실력을 못 보여주던 김성대가 SKT의 신예 박령우를 4세트에서 꺾으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결국 6세트에서 이적생 전태양이 SKT 김도우를 전진 병영에 이은 벙커링으로 제압, 사상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편 이날 경기 전 열린 프로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20승씩을 거둔 김유진(진에어)와 김준호(CJ)가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19승을 거두며 팀의 시즌 2위를 이끈 조성주(진에어)가 신인왕을 차지했다. 또 감독상은 정규시즌 1위에 기여한 SKT의 최연성 감독이 수상했다. 이밖에 새롭게 신설된 세리머니상은 송병구(삼성)에게 돌아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멩크스'로 변신한 한국e스포츠협회 전병헌 회장이 9일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에 앞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e스포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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