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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논란, '짝' 사태와 닮은듯 다른 이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8-07 08:45



체험 예능은 '사건'에 민감하다.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관 주제를 다루는 예능 관계자들의 마음은 덜컥 내려앉는다. 예기치 못한 사건. 통제하기 힘든 외부 변수다. 당사자들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외면할 수 없는 염연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을 공분의 도가니에 빠뜨린 윤일병 사망사건. 불똥이 튀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다.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을 다룬 프로그램. 실제는 가혹행위로 사망까지 하는 어두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대를 미화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짜 사나이' 폐지 주장도 있다. "국방부 홍보 예능이다", "군대에 가야 할 청년들에게 헛된 꿈을 심어주고 있다", "현역 군인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라는 의견이다. 윤일병에게 자행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잔혹 행위들을 보면, '진짜 사나이'를 편하게 웃으면서 시청할 수 없는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사실 '진짜 사나이'도 억울한 측면은 있다. 병영 체험기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일 뿐, 군대 자체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리얼'이라는 건 내무반 생활과 훈련을 직접 체험한다는 의미이지, 군대의 모든 것을 100%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는 의미의 리얼은 아니다. 드라마를 현실 자체라고 받아들이지 않듯이, 리얼 예능 또한 마찬가지다.

'진짜 사나이'가 보여주려는 것은 사회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연예인들이 통제된 공간인 군대에서 경험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현역 병사들과의 전우애다. 이를 '군대 미화'로까지 표현하기는 다소 무리다. 전우애 역시 군대가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군대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들을 조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진짜 사나이'가 욕먹을 일도 아니다.

지난 3월 SBS 예능 프로그램 '짝'이 출연자 자살 사건으로 인해 폐지된 일이 있었다. 제작진은 촬영 과정에서 강요나 협박, 모욕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즉각적으로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제작진의 위법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제작진의 잘못은 없었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당시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짝'과 '진짜 사나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짝'의 출연자 자살 사건은 어찌 됐든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건이었지만, '진짜 사나이'와 윤일병 사망 사건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윤일병 사망 사건이 '진짜 사나이'가 군대를 미화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도 아닐 뿐더러, '진짜 사나이'가 폐지된다고 해서 군대 내 악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윤일병 사망 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가해자를 처벌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따져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이를 통해 폭력과 인권 침해 같은 군대 내 폐단을 없애고 군대 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 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진짜 사나이'가 아니라 군 당국을 향해야 한다. 자칫 국민적 공분에 휩쓸려 '진짜 사나이'가 폐지된다면, 오히려 일부의 그릇된 악습이 군대 전체의 문제인 양 왜곡될 우려도 있다.

이번 사건 이후 시청자들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올바른 군대 문화를 제시하고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규율과 기강은 살아 있으면서 계급과 관계 없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병영 문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사나이'가 그동안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는 점 역시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여성 시청자들이 편견에서 벗어나 군대를 친근하게 바라보게 됐듯, '진짜 사나이'는 시청자와 군대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가 돼야 한다. '진짜 사나이' 존재의 의미이자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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