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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권재희 '억울한 누명벗은 아버지 실화 출연 46만의 통곡'

강일홍 기자

기사입력 2014-05-23 14:16


권재희는 아버지 실화를 다룬 연극에 판사로 출연한다.

"제 아버지의 비극적인 얘기에 직접 출연합니다. 46년간 가슴속에 묻었던 상처를 풀고 치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요즘 저는 연기자가 된 것도 마치 이런 날을 대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깊은 상념에 빠져있습니다."

탤런트 권재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비극적 생을 마감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연극에 출연한다.

그녀는 오는 30일(금) 저녁 8시 울릉도간첩단사건의 실화를 재현한 연극 '상처꽃-울릉도 1974'(예술감독 임진택/ 연출 김수진)에서 판사 역을 맡는다.

이 연극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과 재심 권고에 의한 재심재판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전원 무죄선고를 받은 울릉도간첩단 사건이 소재다.

권재희의 아버지 역시 간첩단사건으로 사형을 당했다. 권재희의 아버지 권재혁씨는 60년대 '남조선해방전략당'이라는 반국가단체를 만든 우두머리로 몰려 처형됐다. 권씨는 미 오리건대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귀국해 육사 강사 활동한 촉망받는 학자였다.

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올초 관련자가 무죄 확정됐고, 권재희의 아버지가 사형을 당한 남조선해방혁명당 사건은 지난 16일 대법원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났다.

두 사건은 마치 판박이처럼 흡사하다. 때문에 권재희가 출연하는 '상처꽃'은 사실상 아버지 권재혁씨 재판정의 판사로 46년만에 똑같이 재현하는 셈이다.

"대법원에서 아버지 무죄가 확정되던 날 온 가족이 부등켜 안고 통곡을 했습니다. 40년 넘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면서 담아둔 응어리가 한꺼번에 풀려 정신이 없었어요."

권재희는 아버지가 간첩죄를 쓰고 사형당한 뒤 어린시절을 우울하게 보내야 했다. 이후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닐 때까지 아버지의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다. 연좌제의 그늘에 가려 취직도 힘들었다. 연기자가 된 것도 알고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왼쪽)이 듀크대학에 진학했을 당시 남편인 개그맨 이하원(오른쪽)과 함께 세 식구 나란히 방송에 출연했을 당시의 권재희.
"엄마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요. 저는 워낙 어렸으니 당시엔 내막을 몰랐지만 철저하게 조작된 사건이란걸 알고나서 저 또한 너무 힘들었구요."

이 사건은 2009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에서 당시 중아정보부가 권씨 등을 최장 53일간 불법 구금하고 구타 등의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남조선해방전략당이라는 명칭도 권씨가 1968년 쓴 미발표 논문인 '조선혁명전략론'의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극 출연은 우리 가족의 한과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 있어 비록 카메오 출연이라도 제겐 너무나 같합니다. 데뷔 이후 34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이번 배역 만큼 의미있는 작품도 없죠."

권재희는 "그래서 저 한테 만큼은 정말 가슴 절절하게 와닿는 작품"이라면서 "이번 연극출연은 억울한 피해자의 유가족 한 사람으로서의 작은 소명인 셈"이라고 말한다.

권재희는 이번 연극출연을 계기로 그동안 남편과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잠시 떠나있던 TV 드라마 활동을 다시 할 계획이다. 개그맨 출신인 남편 이하원은 사업가로, 민족사관고를 나와 미국의 명문 DUKE대학교 정치학에 재학중인 아들은 현재 특전사령부에서 통역병으로 복무중이다.

한편 연극 '상처꽃'에는 그녀 외에도 함세웅 신부가 재판장 역을, 김형태 변호사가 나란히 배석판사 역을 맡는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숨이 후원하는 이번 연극에는 지난 4월 3일 첫 공연 이후 5월31일까지 총 51일간 각계 인사 153명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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