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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옆차기의 가요계 독식, 이대로 괜찮나? 우려와 수긍의 상반된 시선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4-05-12 05:54


12일 히트 메이커 이단옆차기의 '예쁜 속옷'으로 컴백하는 가수 지나.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이 곡도 이단옆차기, 저 곡도 이단옆차기네!'

최근 가요 차트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이단옆차기란 이름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올초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걸스데이의 '썸씽'을 비롯해 씨스타를 국민 걸그룹으로 만든 '러빙 유' '기브 잇 투 미', 여성 보컬 듀오 다비치의 '거북이', 케이윌의 '촌스럽게 왜 이래', 엠블랙의 '전쟁이야' 등이 모두 이단옆차기의 작품이었다.

좋은 작곡가가 좋은 노래를 만들어 대중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황. 하지만 최근 이단 옆차기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가수들이 신곡들을 쏟아내고 있어 '가요계가 이단옆차기에 점령당한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가요계의 이단옆차기 쏠림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진단해 봤다.


이단옆차기의 '미운오리새끼'로 각종 가요차트를 석권한 그룹 god. 스포츠조선DB
쏠림 현상, 어느 정도 이기에

이단옆차기는 박장근과 마이키로 구성된 작곡 및 프로듀싱팀. 박장근은 과거 MC몽의 래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마이키는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의 프로듀서다. 이들은 2012년 엠블랙의 '전쟁이야' 작사, 작곡, 편곡을 시작으로 불과 2년 만에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 냈다.

한국음악저작권 협회의 작품 검색에서 이단옆차기를 입력해 보면 총 123곡을 찾을 수 있다. 또 11일 현재, 음원사이트들의 실시간 차트를 살펴보면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룹 god의 '미운오리새끼'와 2위를 기록 중인 정기고의 신곡 '너를 원해', 9위인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까지 톱10 중 무려 3곡이 이단옆차기의 작품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섹시 콘셉트'로 컴백하는 솔로 여가수 3명이 모두 이단옆차기의 작품으로 활동한다는 것. 주인공은 12일 동시에 신곡을 공개하는 지나-시크릿의 전효성과 20일에 컴백하는 티아라의 지연이다. 지나는 미디움 템포의 댄스곡인 '예쁜 속옷'으로 큐티한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며 전효성은 '굿나잇 키스'로 베이글녀의 섹시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1분1초'로 솔로 데뷔하는 지연은 티아라 때와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들의 신곡이 공개되면 가요차트 톱10은 말그대로 이단옆차기 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굿나잇 키스'를 발표하는 시크릿 전효성. '굿나잇 키스'도 이단옆차기의 작품이다. 사진제공=TS엔터테인먼트
왜 가요계는 이단옆차기에 점령됐을까

아무리 잘나가는 작곡가라 해도 자기 노래가 또다른 자기 노래와 순위 경쟁을 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는 노래를 부른 가수 뿐만 아니라 작곡가에게도 마이너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이단옆차기의 작품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돼 차트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수들의 신곡 발표 스케줄이 줄줄이 연기되며 만들어졌다. 정기고는 당초 지난달 17일 '너를 원해'를 발표할 예정이었고, 지나 역시 21일이 신곡 발표 예정일이었다. 시크릿 전효성과 티아라 지연도 각각 신곡 발표 프로모션 일정을 다시 잡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연기된 신곡들과 예정된 신곡(god의 '미운오리새끼')이 불가피하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거나 발표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 현재 이단옆차기와 신곡 녹음을 진행 중이거나 곡 작업 중인 가수들 역시 줄을 잇고 있다. 걸스데이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를 준비 중인 신인 그룹들까지, 이단옆차기의 스케줄 표에는 빈날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빡빡하다.


티아라 지연이 20일 솔로곡 '1분1초'를 발표한다. 사진제공=코어콘텐츠미디어
이단옆차기에 대한 우려의 시선들

그렇다면 제작자들은 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작을 하는 이단옆차기의 노래에 목을 매는 것일까. 한 관계자는 "이단옆차기는 현재 활동중인 작곡가 중 대중적인 코드를 가장 잘 짚어낸다. 해당 가수와 대중의 접점도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제작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 무슨 노래를 만들지 문서화 해 제작자들에게 설명을 하다보니 더 큰 믿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스케줄에 쫓기다보니 '이단옆차기는 아무에게나 곡을 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고, 성공을 바라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단옆차기의 곡을 받는데에 전력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단옆차기의 신곡이 쏟아지다보니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신곡들의 느낌이 일부 겹친다는 것. 한 제작자는 "이단옆차기의 노래들을 듣다보면 악기를 쓰는거나 소스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가끔 받는다"며 "그러다보면 대중의 귀는 차츰 이단옆차기의 노래에 피곤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박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당장은 이단옆차기가 정답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앞으로가 문제다. 그런 면에서 지금부터라도 이단옆차기의 대안을 찾는 일에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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