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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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림픽 초반 쓴 맛을 봤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 중 하나인 시계 제조사 오메가의 반발로 자사의 갤럭시 기어 홍보 계획을 전면 취소했기 때문. 삼성은 무선통신기기 후원사로, 오메가는 시계류 등의 후원사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IOC가 삼성 갤럭시 기어를 무선통신기기가 아닌 시계로 간주해야 한다는 오메가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홍보를 포기하게 된 것. 결국 독점 홍보권에 피해를 본 셈이다.
그러나 삼성은 돌파구를 찾았다. 기존의 틀을 깬 리얼타임 팩션(팩트와 픽션의 합성어) 광고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성은 12일 0시 40분 이상화 선수가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한국 첫 금메달을 획득하자, 수영 선수 박태환이 이상화 선수의 경기 기록인 '37초 28 올림픽 신기록!'이라고 적힌 보드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 경기장 관중들이 '대한민국 첫 금메달', '이상화 올림픽 2연파'라고 쓰인 응원 문구를 흔드는 장면이 담긴 광고를 내보냈다. 경기 종료 2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전 2시 24분 갤럭시 노트3 리얼타임 팩션 온라인 광고를, 오전 6시 27분에는 지상파 광고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초스피드 광고 제작'이라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 광고는 사실 소치올림픽 개막식 전 박태환 선수가 백지 보드판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사전 촬영한 뒤 이상화 선수의 실제 기록을 CG로 입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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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는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 전, 이상화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로 관심을 모았다. 이상화 선수가 기아차 K5 터보와 50m 경주를 펼치는 광고를 제작, 공개 12일 만에 조회수 3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역동성과 K5 터보의 스피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것. 그러나 정작 이상화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함과 동시에 해당 광고는 방송에서 사라졌을 뿐 아니라 유튜브 내 관련 영상까지 삭제돼 궁금증을 낳았다. 이는 IOC 규정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IOC는 올림픽 개막부터 폐막 3일 후까지 공식 후원사 이외에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상업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만약 이런 규정을 어긴다면 해당 선수의 메달을 박탈하거나 기업에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따라서 기아차는 올림픽이 개막된 7일부터 폐막 3일 후인 26일까지 이상화 선수의 광고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럼에도 기아차는 간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상화 선수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면서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런 시점에서 2005년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부터 후원을 시작, 10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기아차는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이 선수가 기아차 로고를 부착하고 출전했던 과거 경기장면 등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아차의 후원 미담과 이 선수의 긍정적 이미지가 맞물려 떨어지면서 홍보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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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업체 E1은 지난달 27일 유튜브를 통해 김연아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공개했다. 30초 분량의 영상에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과 함께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4분 8초 동안 숨죽인 대한민국이다. 너는 11번을 뛰어오르는 대한민국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선수를 응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광고인 듯 하지만, 카피가 문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역대 최악의 광고', '김연아는 김연아일 뿐 대한민국이 아니다. 국가대표란 이유만으로 선수 개인을 국가와 동일시하는 게 싫다', '선수에게 부담만 될 것'이라는 등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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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