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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50%목전.. 막장에도 '급'이 있다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1-28 10:46



KBS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문영남 작가)'이 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7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됐던 '왕가네 식구들'은 46.7%의 시청률을 기록,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43.9%에 비해 2.8% 포인트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불과 6회를 남겨두고 있지만, 인기가 시들기는 커녕 오름세다. 50% 시청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왕가네 식구들'의 이유있는 선전을 짚어봤다.

코믹 작명과 유행어 제조기까지.. 캐릭터 만들기 '올인'

문영남 작가는 코믹한 작명을 하기로 유명하다. '왕가네 식구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한 눈에 읽게해주는 작명으로 눈길을 모은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나'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편애받는 첫째 왕수박(오현경)과 괄시받는 둘째 왕호박(이태란), 매서운 시집살이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이앙금여사(김해숙), 신중한 성격의 맏사위 고민중(조성하), 허세라면 둘째가라 서러울 정도로 허세많은 허세달(오만석), 첫사랑을 못 잊는 오순정(김희정) 등 이름만 들어도 해당 인물의 성격이 보인다.

이같은 작명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쉽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뿐 아니다. '6.25때 전쟁은 전쟁도 아니야', '미추어~ 버리겠네',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 등 유행어도 많다. 각 인물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사를 자주 노출시킴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게 한 것이다. 덕분에 '왕가네 식구들'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명확하게 인식됐다. '왕가네 식구들'은 주요 인물만 10여명에 이른다. 한 가족을 주축으로 시집간 딸들,거기에 사위들의 이야기까지 빽빽하게 채워진 탓에 등장 인물들이 개성이 없이 밋밋하다면, 몰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 작가는 극 초반 비상식적 캐릭터라며 '막장 캐릭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성강한 캐릭터 만들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에게 '비상식적' 캐릭터마저도 설득력있는 친숙한 캐릭터로 보이는 데 성공했다.


국민 '밉상'의 망가지는 모습.. 속 시원한 권선징악

문 작가의 전작인 '장밋빛 인생',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는 파렴치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왕가네 식구들' 역시 '밉상'들이 등장한다. 허세달과 왕수박이 그렇다. 백수 남편인 허세달은 밤낮 일에 매달리며, 육아에 시댁 눈치까지 참아야 하는 조강지처 왕호박을 버리고, 바람을 피운다. 그것도 뻔뻔하게 피운다. 처가 식구들이 와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며, 잘못을 인정하긴 커녕 이혼을 요구하는 허세달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왕수박도 마찬가지다. 남편 고민중의 사업 실패에 태도가 싹 바뀌었다. 남편때문에 망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도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며 자존심을 부린다. 과거 동거남과 재회한 것도 모자라, 사기를 당하면서 집 문서까지 날린다. 국민 밉상으로 등극이다.

이같은 밉상들은 극 전개에 따라 우여곡절을 겪는다. 문 작가의 전작들에서 보여주듯이 권선징악으로 귀결된다. 허세달은 바람피우던 호텔 상속녀에게 버림받자, 거지 신세로 전락한다. 결국 왕호박의 곁으로 돌아가지만, 상황은 역전된다. 집 안에서 큰 소리 뻥뻥치던 허세달은 왕호박의 눈치를 보느르 쩔쩔 맨다. '상남자' 허세달의 앞치마 입은 모습은 피식 웃음이 나온다. 왕수박의 인생도 불쌍해졌다. 도도했던 왕수박은 사라지고, 시장터 순두부 식당에서 일하는 초라한 아줌마만 남았다. 구박했던 전남편 고민중이 다시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이미 떠나간 버스다. 고민중은 이미 오순정과 재결합을 결심했다. 이처럼 국민 밉상들로 공분을 산 다음, 철저하게 망가지고,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는 뻔하지만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거기에 문 작가 특유의 과장된 액션과 대사들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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