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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⑮]송경애 SM C&C대표,기부의 여왕이라 불러도 될까요?(1)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3-11-13 12:04


박경림이 '엄마꿈(엄마도 꿈이 있단다)'의 인터뷰에 앞서 송경애 SM C&C 대표의 사무실에서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몽락스튜디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빈번해진 요즘도 여성 기업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송경애 대표는 1987년 250만원으로 여행사를 창업해 현재 국내 최대 기업체 전문 여행 그룹 SM C&C(모 회사 BT&I)의 수장을 맡고 있다. 건강한 기부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 온 송 대표는 내가 행복하기위해 기부한다고 강조하다. 송 대표는 여성 최초로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하고, 2013년 김만덕의 나눔 정신을 기리기위해 제정된 김만덕 상의 수상자로도 뽑혔다. 경영과 나눔, 그리고 두 아들을 대학생으로 키운 엄마로서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해 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기부의 여왕이라 불러도 될까요

박경림 (이하 박)- 먼저 축하 인사부터 드려야 겠어요. 김민덕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요. 거상 김만덕 선생님의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신 분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하던데요.

송경애 (이하 송)- 과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감사합니다.

박- 나눔과 관련한 기사가 많더라고요.

송- 조금이나마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특별한 날 마다 기부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송- 네. 2010년 11월 17일이 특별한 날이라면 2010만 1117원, 이런 식으로 기부합니다. 그러면 그 날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잖아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으면 그 기쁨은 하루에 불과하지만 기부로 이어지면 저와 함께 다른 이들도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잖아요.

박-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날짜 기부를 하고, 블로그 방문자 수가 1만대가 넘을 때마다 휠체어도 기부하신다면서요. 남편과 아들도 동참하고, 직원들도 함께 한다고 하는데, 정말 나눔을 전도사시네요.

송- 감사합니다. 경림씨도 함께 하죠. 이번에도 결혼 23주년인데요.

박- 그럼 23억 기부하는 건가요?

송- 하하. 그러면 좋겠는데요. 이번에는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신혼 여행을 갈 형편이 어려운 신혼 부부를 지원해주기로 했어요. 더 많이 기부하기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겠네요.

박- 정말 기부의 왕이 김장훈, 기부의 공주가 문근영이라면 기부의 여왕이시네요. 미소를 봐도 얼마나 행복한 분인지 느껴집니다.

송- 제가 행복하니까 하는거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저 잖아요. 제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에요. 기부나 나눔이 꼭 누가 불쌍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은 그 일을 통해서 자신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제가 죽기 전에 그래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제 목표죠..


송경애 SM C&C 대표는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면서 두 아들의 어머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도 건강한 사회를 위한 나눔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사진제공=몽락스튜디오
두 아이의 워킹맘에게 필요한 것은?

박- 아이를 키우면서도 사업을 일구신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사업을 하려면 시간을 다투면서 하는 일 아닌가요?

송- 힘들었죠. 사업도 육아도 전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조금 힘들었지만 가족들이 많이 이해해줬어요.

박-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요?

송- 토요일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보내려고 하는데도 아이들이 "왜 안나가느냐. 엄마는 가서 일해라"라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이었는데요.

박- 신기한데요.

송-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엄마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엄마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생산적인 사람,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줬죠. 그게 고마운 일이죠. 아이들 입학식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자라준 것은 이런 생각 덕분이죠.

박- 제 생각인데 엄마가 일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요. 엄마가 일한다고 집에 들어오면 매번 짜증내고 화내면 아이들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을텐데요.

송- 다른 것은 몰라도 양보다 질로 승부를 하려고 노력하긴 했어요. 아이와 있을 때는 철저하게 화내기 보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화내고 짜증내고, 그러기보단 일하는 것도 결국 내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골프나 저녁 회식 같은 것을 안하게됐어요. 주말에면 아이들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박- 주말만큼은 아이들과 온전하게 보냈다는 말이군요.

송- 아이들이 지금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그것만큼은 철저하게 지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죠.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지도 않고, 그저 칭찬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박-그 덕분인지 아이들도 엄마 아빠를 많이 따른다고요.

송- 두 달 전에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대학생 애들이 엄마와 함께 10박 크루즈 여행을 함께 해준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잘 따라줘서 고맙더라고요. 엄마 욕심이 그렇거든요. 내가 원하는 것을 아이들 통해서 얻으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아이가 행복한 것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박- 아이들이 엄마를 본받아서 좋은 일도 많이 한다고요.

송- 남편이 치과 의사인데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남편을 따라서 치과 봉사 활동도 가고, 탈북자들도 많이 났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기숙사에서 라면을 팔아서 수익금으로 기부도 했어요. 기숙사 애들이 라면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팔았던 수익금 5000불을 재단에 기부를 했어요. 또 본인이 인턴 사원을 한 뒤에 번 200만원도 아프리카에 보내는 자전거 마련에 썼고요.

박- 뿌듯하겠어요. 정말 잘 키웠네요.

송- 아이들이 밝게 커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박- 그래도 워킹맘으로 살다보면 미안한 일도 참 많았을텐데요.

송- 여행업을 하다보니 출장도 많아서 입학식도 못가봤죠. 학교 찾아가는 것은 포기했고요. 학교 담임 선생님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렇게 보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바쁘다'라고 생각하고 존중해줬죠.

항상 웃는 남편을 만난 덕분에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어요.

박- 아빠의 노력이 컸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송- 아빠의 역할도 컸고, 고맙죠. 아직까지도 단 한 번도 제가 하는 일에 불평한 적도 없고, 힘이 돼 줬죠. 남편을 잘 만났죠. 하하.

박- 그 힘이 뭘까요?

송- 사랑, 믿음 그런 것일까요. 저를 많이 서포트 해줬어요.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이런 일을 해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은 많이 들어요.

박- 남편 자랑 좀 해주세요. 어떤 외조를 해줬나요.

송- 항상 보면 웃고요. 칭찬해주고요. 힘이 나게 해주고요. 제가 힘들다고 집에 들어오면 어깨 마사지부터 해주는 사람이에요. 항상 힘을 주는 사람이라서 딱 꼬집어서 하나를 이야기해달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 덕분에 많은 것이 가능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박- 이상형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은 남자보다 훨씬 좋으시죠?

송-그쵸. 남편을 만나서 정말 감사하죠. 사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굉장히 까칠한 성격이었어요.무엇도 저를 만족시킬 수 없었죠. 오죽하면 '지적'의 여왕이었다니깐요. 레스토랑에 가면 '이 소스가 남편 덕분에 많이 변했어요. 오죽하면 '나는 99번 긍정하라'는 책을 다 썼겠어요.

박- 두 분의 긍정의 힘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시는데요. 아이들에게 어떤 유언을 남기고 싶으세요.

송- 저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면 되는거지. 어떤 꿈을 더 꿔야하는 지 모르겠어요.오드리 햅번이 자신의 아이에게 '나이가 들면 알게 된다. 사람의 손이 2개인 이유가 하나는 나를 위한 손이고, 다른 손은 남을 위한 손이다'라고 말했다는 데 그 말이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저도 아이들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박- 대표님의 꿈은요?

송- 이 인터뷰를 하면서 '엄마도 꿈이 있단다'란 말이 안타깝게 들려요. 엄마가 당연히 있어야 할 꿈을 '엄마도 꿈이 있단다'라고 말하니까 꼭 엄마는 꿈이 없어야 하는 사람인데 꿈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엄마가 당연히 꿈 꿀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 인터뷰 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직원분하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벌써 셋째를 임신했다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듣고 이 회사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송- 저희 회사는 이직률이 낮은 회사에요. 여성 직원들 비율도 80%에 이르고요. 오죽하면 제가 한 층에 화장실을 '여', '여'로 바꾸자고 했을까요. 하하. 출산휴가는 물론 육아휴직도 2년을 붙여서 쉴 수도 있게 해놨어요.

박- 이 회사만의 좋은 제도도 있어서 화제가 됐다던데요. 3+1인가요?

송- 대표로 있어보니까 직원들이 재직증명서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연봉이 적고, 이직이 높은 직업군이다보니 돈을 모으질 못하더라고요. 그러니 자꾸 대출을 받게 되고요. 그래서 3+1이라는 제도를 시작하게 됐어요. 3년을 다닌 우수 사원에 한해서 1년치 연봉을 주는거죠. 그렇게 목돈이 들어오면 직원들의 삶도 여유가 생기고, 회사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잖아요.

박-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대표님의 철학을 배우게 되네요. 엄마가 꿈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꿈을 져버리고 살아가야 하는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송- 네. '난 소중하니까'라는 한 제품 광고가 있는데요. 너무 힘든 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고 자존감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용기를 주고,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사회가 행복하다라는 자부심으로 사세요. 오늘도 행복하게 사는 엄마를 꿈꾸세요.


박경림과 송경애 SM C&C 대표가 '엄마꿈(엄마도 꿈이 있단다)'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엄마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몽락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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